1분 인문학 소소소 小 少 笑
윤석미 지음 / 포북(for book)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작게, 적게, 웃으며' 생각을 다듬는 소소한 시간 <1분 인문학 소·소·소 - 윤석미>

 

 

 After Reading

 

 

 

  저는 웬만해선 책을, 첫머리부터 끝까지 쭈욱 쉼없이 읽어나가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습니다. 빠르게 읽거나 딴짓을 안한다는 것이 아니라, 한 권의 책을 집고나면 천천히라도 꼭 끝까지 읽어나가야 된다는 것이지요. 그때문에 책을 중단하는 것을 굉장히 안타깝게 여기고, 여러 책을 같이 읽는 것도 좀 힘들어합니다. (기억력 때문에 ...) 아무튼 이런 '책 한권을 쭉 읽어야 되는 강박이 있는' 제게 부담되는 책은 <365일 매일 긍정의 한줄> 같은 책이에요. 매일 한번씩 오랫동안 읽어야 더 느낌이 좋을텐데, 한번에 다 읽어버리고 싶고, 그런데 이야기는 짧게 끊어져서 흐름은 계속 끊기고. 그런 책들이 굉장히 힘들게 느껴지지요. (음, 부정적인 시작이지만 책의 혹평은 아닙니다....) 그런데 <1분 인문학>은 제게 <...긍정의 한줄>과 같은 느낌의 책이었습니다. '1분'이라는 단어에서 예상하다시피, 이 책은 오랫동안 하나하나씩 읽어나가야 더 빛을 보는 책이었거든요. 

 

 

 

 

  그렇지만 처음에 저를 이 책에 이끈 '소, 소, 소'. 각각 다른 뜻을 가진 한자들의 만남이 너무나 좋아서, 꾹 참고 제 습관대로 쭉 읽게 되었답니다. 이렇게 예쁘고 뜻좋은 한자의 만남이 더 있을까요? '소, 소, 소'라는 발음도 너무 좋고, 왠지 소근소근 아기자기한 느낌의 한자들. 저자는 이 한자들을 하나씩 주제로 하여, 자신이 습득해왔던 인문학적 지식을 짧게 짧게 책에 풀어놓습니다. 딱 1분 안에 읽을 수 있는 분량씩으로 150개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야기들은 식상한 것보다는 새롭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책, 위인, 전래동화, 과학 상식, 자연현상까지, 우리가 별로 깊게 생각하지 않던 것들에서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는 삶의 해답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 정말로 신선했지요.

 

  제목은 '1분 인문학'이지만, 이 책을 읽을 때 '소, 소, 소'에 초점을 맞추어 읽는 것이 더 만족도가 높을 것 같습니다. 짧은 이야기들 속을 파고들어가면 충분히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인문학적 지혜들이 숨겨져 있지만, '인문학에 입문해보겠다!' 하고 혹시 생각하는 독자들에게는 조금 아쉬움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에요. 대신, 처음부터 제 맘에 쏙 들었던 '소, 소, 소'는 작은 이야기들의 주제이기도 하면서 이야기 전체를 망라하고 있어서, 이쪽을 바라보고 이 책을 접한 독자들은 충분히 행복한 기운을 받을 수 있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인생, 뭐 있겠습니까? 마음대로 하시지요!' 그러나 '어떤 생각을 하느냐가 그 사람을 만듭니다'

 원래는 따로 떨어져 있던 저자의 말이지만, 교훈을 주는 이야기들 속에서 이렇게 붙여놔야 더욱 어울릴 것 같은 한마디.

 역시 자신이 원하는 뜻대로 살아가는게 '자신에게는 최고의 삶'이 될지 모르지만, 가끔 흔들리고 이것저것 생각이 뒤엉키는 당신이라면,

 가끔은 이런 지혜도 필요합니다. 소, 소, 소한 지혜 말이지요 :)

 

 

 

Underline

 

 

 

 

  - 탈무드에는 사람을 평가하는 세 가지 기준이 실려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키소'입니다. 키소란 돈을 넣는 주머니를 말합니다. 즉, 그 사람이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며 사는가. 이것이 그 사람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코소'입니다. 코소란 술잔, 즉 '향락'을 의미하는 것으로 지금 그 사람이 무엇을 즐기며 지내는가, 지금 무엇에 빠져 있는가, 지금 그 사람 마음을 빼앗아간 것은 무엇인가를 살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그 사람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기뻐하고 감사하며 즐겼던 일이 무엇이었는가를 보면 그 사람의 인생을 평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세 번째는 '카소'로 카소란 '노여움'을 말합니다. 또한 인내력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따라서 자기의 감정이나 분노를 얼마나 억제할 수 있는가, 고통 가운데서 얼마나 참고 인내할 수 있는가를 보면 그 사람을 평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33p)

 

 

  - '길'에도 여러 종류의 길이 있습니다. 차나 사람이 많이 다니는 큰길은 한길. 한길이 아닌 뒤꼍으로 난 길로 뒷골목의 좁은 길은 뒤안길. 뒤안길과 비슷한 길로 마을의 좁은 골목길을 뜻하는 고샅길. 꼬불꼬불한 논두렁 위로 난 논틀길. 등처럼 굽은 길이라고 해서 등굽잇길. 빙 둘러서 가는 우회로인 에움길. 원길에서 곁으로 갈라져 나간 골목이란 뜻의 겹 골목길. 드나들 때 반드시 거치게 되는 길목이란 의미의 나들목. (...) 이 밖에도 두렁길, 자갈길, 외길, 굽돌이길, 속길 등등 참으로 많은 길들이 있습니다. 길의 종류가 이렇게 많은 까닭은 돌아가야 할 곳이 많고, 좁은 곳이 많고, 지나가기 어려운 곳이 많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차나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한길만 있었을 것입니다. 인생길 역시 마찬가지. 아니 인생길에는 땅의 길보다 더 많은 길이 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인생의 길 위에서 '어디로 가야 하나' 헤매는 것인지 모릅니다. (79p)

 

 

  - 옛사람들은 왜 벗어놓은 신발의 모양이 곧 그 사람의 마음가짐을 말해 준다고 생각했을까? 그 이유를 산사의 절에서 찾아봅니다. 절에서는 법당이나 승방 등 신발을 벗어놓는 자리마다 '조고각하'라는 글귀를 써 놓습니다. 비출 조, 돌아볼 고, 다리 각, 아래 하, 그러니까 조고각하라는 말은 발밑을 잘 살펴보라는 뜻입니다. 신발을 제자리에 잘 벗어놓았는지, 나중에 다시 신을 때 잘 찾아 신을 수 있도록 가지런히 벗어놓았는지를 보면 신발 주인이 어느 정도 반듯한 정신을 지녔는지를 엿볼 수 있다는 것. 신발을 반듯한 모양으로 벗어놓은 사람은 소소한 일상생활일지언정 올바로 행하고,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라고 믿었던 것이죠. 신발을 제자리에 가지런히 벗어놓으려면 잠시 뒤를 돌아보는 마음이 있어야만 합니다. 허둥지둥 나가고 들어오는 사람은 절대로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놓을 수가 없죠. 그러니 나의 몸과 내 마음이 얼마나 가깝게 움직이는지는 벗어놓은 신발을 보면 알 수 있는 일입니다. (218p)

 

 

  - '열 살 때, 여느 때와 전혀 다름없이 눈을 떴다. 아침이었고, 높은 창을 통하여 본 이웃집의 기다란 지붕 너머로 푸른 하늘이 보였다. 막 잠에서 깬 이 순간, 무엇인지 새롭고 훌륭한 것이 생기기나 한 것처럼 비로소 아름다운 생활이 그 가치와 의미를 지니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제의 나도 잊어버리고, 내일의 나도 잊어버린 채 오로지 오늘의 '행복'에만 부드럽게 둘러싸여지는 기분이었다.' 1946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고, 1962년, 여든다섯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헤르만 헤세. 그가 자신의 온 생애를 통틀어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꼽은 것은 바로 '열 살 때 잠에서 막 깨어나 푸른 하늘을 봤던 순간'이었습니다. (247p)

 

 

  - "인생은 전반적으로 순서가 잘못되어 있다. 인생은 여러 가지 특권과 돈이 확보되어 있는 노년기에 시작되어 그런 이점들을 훌륭하게 누릴 수 있는 청년기에 끝나는 것이 좋다. 사실 청년기에는 약간의 돈만 있어도 그 가치의 백배에 달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지만, 그때는 아쉽게도 돈이 없다. 나이가 많아지면 어느 정도 돈은 모았겠지만 이미 돈으로 살 만한 가치 있는 것들이 거의 없어진다. 인생의 전반부는 즐길 수 있는 능력은 충만한데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며, 인생의 후반부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는 데 반해 능력이 사라진다." <마크 트웨인의 인생 강론> 기회는 많은데 돈이 없는 청년기, 돈은 있는데 기회가 없는 노년기... 어느 쪽이 더 좋아 보입니까? (259p)

 

 

Add...

 

 

한 편의 이야기와 함께 왼편에 그 이야기를 압축해놓은 문장이 하나씩 꼭 있는데,

그 한 문장들이 굉장히 좋았던 것 같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