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나토노트 1 (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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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의 시작, 영적 세계로의 여행 <타나토노트 - 베르나르 베르베르>

 

 

 

 

After Reading

 

 

 

 

   감히 상상하지 못할, 영적 세계로의 여행이 시작되다.

 

  '죽음'이란 것을 인식하게 된 것은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되도록이면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앞으로 멀었으면 하는 '죽음'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면 걱정만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멘토 모리(죽음을 생각하라)'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 유명한 말은 나에게 '언젠가 다가올 죽음에 대하여 기억해야 한다'고 되새긴다. 하지만 역시 우울한 건 우울한 것이다. 내가 눈을 딱 감는 순간, 생각이 멈추게 되고 아예 나란 사람이 없어져버린다는 것이 가끔 두렵다. 언젠가 세월이 흐르면 무덤덤해질지도 모르겠지만, 아직은, 그 눈을 감는 순간이 너무나 허무하고 무서울 것 같다는 생각.

 

  그런데, 죽음을 향해 직접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죽은 다음에 또다른 여행이 시작된다면 어떨까? 소설의 제목 '타나토노트'는 죽음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타나토스'(thanatos)와 항해자를 의미하는 '나우테스(nautes)'의 합성어다. 말그대로 죽음 항해자라는 말이다. 주인공과 그의 친구는 구상한 영계를 탐험하기 위해, 그들은 감옥의 지하실에서 무기징역을 사는 수감자들을 지원받아 실험을 감행한다. 소설 <타나토노트> 속 주인공들, 타나토드롬에 모인 '영계탐사 개발자'들은 죽음 후의 세상, 영계를 직접 탐사하려는 시도를 성공한다. (물론 수많은 희생양이 있었지만) 그들은 타나토노트로 선발된 사람에게, 약물을 주입하여 일시적으로 삶을 중단시키고 그들의 경험담을 통해 '영계 탐사 지도'를 만들어나간다. 처음에는 반발이 심했던 '영계 탐사'는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간다. 많은 아마추어 타나토노트들이 증가하고, 점차 전문적인 탐사와 함께 심지어 영계에서 떠돌아다니는 '영혼 아닌 영혼'의 충돌이 빈번해진다. 영계에는 생명줄이 붙어있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증가한다.

 

  <타나토노트>속 영계, 즉 죽음 이후의 세상은 많은 차원으로 되어 있는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고통스러운 세계뿐이 아니라 색다른 세계도 있다. 그 유혹적인 세계를 지나면 지날수록 현실 세계와 멀어지게 만든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미지에 세계에 현혹당하면서 그 세계를 계속해서 갈망한다. 자신이 직접, 자발적으로 (물론 돌아올 수 있다는 믿음 하에서) 죽음 속 탐험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굉장히 아이러니하다. 그 미지의 세계가 미지의 세계가 아니게 될 순간, 사람들은 어떤 변화를 보일까.

 

  우리가 한번쯤 상상해왔던 죽음 후의 세상을, 기막힌 상상력을 가진 작가의 눈을 빌려 볼 수 있다는 것에서 너무나 흥미로운 소설이다. 소설을 보고나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죽음'을 더욱 무섭고 끔찍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걸, 삶의 끝인 '죽음'에는 어떤 것도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사람들의 다양한 행동과 우연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 곧 삶임을 생각하게 된다.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베르나르 시리즈의 시작, 발칙하고 흥미진진한 발판을 디딘 것 같다.  

 

 

 

Underline

 

 

  - 다섯 목숨을 연거푸 희생시키고 나니, 사람이 죽어도 이제 그다지 마음의 동요가 일지 않았다. 내 감수성이 무디어지고 있었다. 사람을 저승으로 보내고 있는데도, 마치 우주로 로켓을 쏘아 올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로켓이 이륙하다 폭발하면, 다음 발사가 성공할 수 있도록 필요한 수정을 가하면 그뿐이었다. 다시 다섯 명의 인간 기니피그가 선발되었다. (1권, 161p)

 

 

  - 허영주머니들, 즉 타나토노트가 되는 것을 무슨 고상한 조합에 가입하는 것쯤으로 여기고 친구들이나 애인에게 으스댈 생각이나 하는 사람들은 사절! 너무 절망한 나머지 영계 탐사를 새로운 자살 방식으로 여기고 찾아온 자들도 제외! 고통에 찬 육신이 싫어서 하늘 나라가 이승보다 더 좋은지 알아보려는 자들도 뒤로 돌아갓! 훌륭한 타나토노트는 행복하고 심신이 건전해야 하며, 죽어서는 안 될 충분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어야 했다. (1권, 291p)

 

 

  - 전에는, 죽음을 삶의 단순한 종말, 즉 불꽃의 소진쯤으로 여기는 축도 있었고, 희망에 찬 약속으로 받아들이는 축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모두가 죽음이 최후의 형벌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모두가 죽음이 최후의 형벌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삶이란, 언젠가는 행복의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할 덧없는 천국이 되는 셈이었다. 삶은 축제였고 피안은 암흑일 뿐이었다. (...) 우리의 실험은 선친께서 되풀이해서 가르쳐 주신 두 가지 위대한 진리, 즉 <죽음은 가장 무서운 것이다>와 <죽음을 가지고 농담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확인해 준 셈이었다. (1권, 327p)

 

 

  - 우리는 영원히 죽지 않는다네. 죽음은 단지 내적인 발전 단계의 하나일 뿐이네. 그 단계를 거쳐 우리 삶의 다음 지평이 열리는 것이지. 말하자면 죽음은 하나의 문턱인 셈이네. 그 문턱을 넘어서면 또 다른 삶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 우리는 되도록 냉철하고 평온하게 죽음을 맞아야 하네. 죽는다는 걸 두려워 하고, 그 때문에 마음이 혼란에 빠지고, 죽음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은 가장 나쁜 태도일세. 평정을 잃지 않아야 순조롭게 다른 세계로 넘어갈 수 있는 거지. (2권, 454p)

 

 

  - 삶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가 원하는 것을 언제나 얻을 수 있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천사들은 절실한 욕망과 치기 어린 변덕을 구별할 줄 안다. 천사들은 절실한 소원만을 들어주는 것이다. 자기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다고 세상의 문제가 다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어느 시대에나 깨달은 이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언제나 자기들의 깨달음을 신비의 너울로 감추었다.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2권, 602p)

 

 

  - <언젠가는 죽게 될 것을 알기에, 인간은 진정으로 느긋할 수 있다. 그것은 한 세기 전의 미국 철학자 우디 앨런에게 답하는 말이었다. 사실 불멸성보다 더 끔찍한 게 무엇이 있겠는가! 우리의 삶이 영원히 지속되고 반복되고 연장된다고 상상해보라. 우리는 금방 모든 것에 싫증을 느끼게 될 것이다. 모든 게 시들하고 권태롭고 짜증스러울 것이다. 시간의 의미는 사라지고 희망도 한계도 두려움도 사라질 것이다. 어느 하루도 특별한 의미를 지니지 못한 채 하루하루가 기계적으로 반복될 것이다. 능력 있는 통치자들은 영원한 지배자가 될지도 모르고, 절대로 늙지 않을 권력자들 때문에 모든 자유가 억압될지도 모른다. 자기 삶을 끝낼 자유조차 사라질지 누가 알겟는가. 불멸은 죽음보다 천 배나 더 나쁘다. (2권, 80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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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너무 재밌어서 밤새서 읽었당께!

그리고 다음 시리즈 (천사들의 제국)을 읽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결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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