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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저맨
J.P. 돈리비 지음, 김석희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지나치게 불량스런 데인저필드, 왠지 불쌍하다 <진저맨 - J.P 돈리비>
After Reading
"세계 최고의 책, 성서를 이길 책을 쓰고 싶었다."
작가의 야심찬 포부와 남다른 개성이 만들어낸 그야말로 특별한 책이다. 이 소설은 전세계에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켰고 배우 조니뎁이 영화화하기를 학수고대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인 J.P돈리비는 영미 문학계의 많은 작가들의 작품에 비견되는 여러 책을 써냈지만, <진저맨>은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놀랍게도 독특한 소설로 평가되고 있다.
술과 여자, 섹스, 친구와의 쾌락만을 중시하는 데인저필드. 그는 27세의 청년이자 법대를 다니고 있으며, 처자식이 있다. 걸핏하면 욕에, 소리지르기 일쑤고, 감정을 제어할 수 없이 난동을 부리기도 하고, 그러고선 자신이 당했다며 시치미를 떼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모든 구름의 테두리는 은빛으로 빛나잖아, 괴로움이 있으면 즐거움도 있게 마련이다'라는 어울리지도 않는 소리를 하기도 하며, 사랑, 평화 행운을 꿈꾸며 슬픔에 찬 감상을 남기기도 한다. 소설은 이런 이중적인 데인저필드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특별한 사건없이 서술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가 어디로 튈지 데인저필드가 어떤 행동을 할 지 당췌 가늠을 할 수가 없다. 또한 많은 부분 등장하는 외설적인 묘사는 가끔 눈살을 찌푸리게도 하지만 작가가 '외설은 이 소설의 중요한 일부'라고 말했으니, 이것은 이 소설의 개성을 더욱 특별하게 부각시키는 장치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너무나 개성이 강했던 걸까, 독자들이 작가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나또한 이야기를 다 읽은 후 내용이 정리가 되지 않아 고역이었는데 단순한 이야기보다도, 아일랜드라는 땅에서 적응하지 못한 불결한 데인저필드라는 그 인물 하나를 보기를, 작가는 바랬던 걸까.
내 생각보다 어린 나이였던 27세의 청년 데인저필드, <진저맨>은 이상을 찾으려는 청춘의 방황보다는 불량스러운 젊은이의 행동 모습에서 의미를 찾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다. 미친듯이 날뛴 다음에서야 밀려오는 허무감과 좌절감, 그리고 그때서야 후회하고 평화를 바라는 데인저필드의 모습이 왠지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실제로 데인저필드는 폭발적으로 화를 내고서, 바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다혈질 미친놈 모습을 보여주기도 ㅋㅋ) 순간 순간 선을 넘을 때마다, 욕하면서도 조마조마하며 가끔은 우스꽝스럽고도 연민의 시선을 가지고 보게 되는 데인저필드. 표지의 꾸부러진 진저맨의 술병, 오락가락하기도 하고 당당한 불량스런 데인저필드와 딱 어울리는 상징이 아닐까 -
Underline
- 여기 앉아 있는 이런 순간들은 길이길이 마음에 간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친구들이 집으로 찾아오는 것을 좋아하고 칵테일 찬장도 갖고 싶지만, 저속한 것은 싫다. 매리언은 맛있는 술안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올리브. 그리고 잔디밭에서 뛰노는 아이들. 이것과 비슷한 방을 꾸미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벽난로 위의 여우 박제와 장례용구들. 밖에서는 세상이 내몰리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맨 앞에 나가 있다. 친구들과 사진과 편지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나 자신도 지키기 위해. (38p)
- 아침에 그들 사이엔 침묵뿐. 시배스천은 수프를 데우고, 빵을 거기에 담그고 차 한 잔을 마신다. 나는 그것에 대한 두려움을 얼마나 싫어하는가. 나 자신의 증오가 싫다. 탈출과 살인으로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자. 가엾은 매리언. 나는 한 번도 그런 슬픔과 고통을 느껴본 적이 없다. 그 모든 것이 너무 무익하고 견딜 수 없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는 무언가를 소유하고 싶다.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 내가 열렬히 싫어하고 나를 파멸시킨 이 빌어먹을 나라에서 떠나고 싶다. (109p)
- 이 작은 방에서 나는 웃을 수 밖에 없다. 전차가 덜컹거리며 지나간다. 나는 무료해서 좌우의 엄지 손가락을 빙빙 돌린다. 그리고 신문 몇 장을 가져와서 벽난로 속에 쑤셔 넣는다. 작은 성냥. 내 방은 오렌지색이다. 내일은 크리스를 만나야 한다. 아마 밤에 만나게 될 것이다. 나는 마늘 냄새가 나는 다운스 계곡이나 배로 강둑에 서 있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다. 여름날 저녁, 하늘에 흩뿌려진 종달새들은 마지막 노래를 부르고 강에서는 연어들이 뛰어오른다. 한밤의 손가락이 나를 스친다. 인동덩굴의 슬픔. 콧노래. 나는 울어야 한다. (115p)
- 나 같은 사람은 온갖 부류의 사람들한테 직장으로 학대당하지. 전문적인 부류는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도 사실 이 부류에 들어가고 싶지만 그들은 나를 비웃고 쫓아내고 싶어해. 내 자지를 잘라내서 장대 위에 보란 듯이 올려놓고 '데인저필드는 죽었다'는 표지판을 달고 싶어하지. 그들이 듣고 싶은 것은 바로 그거야. 하지만 나는 전혀 원한을 품지 않아. 나에게 있는 것은 오직 사랑뿐이지. 나는 놈들에게 올바른 길을 보여주고 싶지만, 그래봤자 내게 돌아오는 건 모욕과 조롱뿐이겠지. 하지만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조금은 있어. 그래서 그 모든 수모를 당할 가치가 있는거야. (314p)
- 아일랜드는 이 악천후와 결합된 천국이다. 이런 기후는 오로지 두뇌에만 좋기 때문에 나는 손가락 관절을 문지른다. 강에는 기중기와 돛대들이 보인다. 애스턴 부두에는 시골로 가는 마지막 버스들이 서 있다. 검은 외투를 입고 등을 웅크린 남자들이 모여서 담배를 피우고 비열한 말을 지껄인다. 구두혀가 배고픈 개의 혓바닥처럼 늘어져 있다. 지금 술 한 잔만 마실 수 있다면 무엇을 주어도 아깝지 않을텐데. 절망과 슬픔의 이 누더기를 입고. 구멍투성이의 더러운 누더기. 내 어깨가 축축하고 차갑다. 영속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들 한다. (중략) 나는 검은색을 생각한다. 거기 갑판 밑에 있는 사람들아, 나를 위해 작은 검은색 깃발을 올려다오. 어때? 그럼 욕망에 어울리는 색깔은? 사람들은 뭐라고 말할까? 빨강? 아니, 빨강은 아니야. 나는 갈색이라고 생각해. 욕망에 어울리는 색깔은 갈색이야. 빨강은 돈과 잘 어울리고, 파란색은 죽은 사람들에게 어울려. (353p)
Add...
조니뎁 주연으로 영화가 만들어지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엄청 반해서, 영화화를 학수고대 하고 있다고.
아무튼 조니뎁의 '데인저필드' 미친듯이 잘 소화할듯 :)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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