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껴쓰기로 연습하는 글쓰기 책
명로진 지음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필사의 감을 잡기위해 함께한  <베껴쓰기로 연습하는 글쓰기 책 - 명로진>

 

 

 

 After Reading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의 전략으로 '필사 (베껴쓰기)'를 말한다. 필사는 작가의 멋진 문장들을, 단순히 표면적으로가 아니라 글 속에 빠져드는 것처럼 느낄 수 있게 한다고. 띄어쓰기 하나 하나, 따옴표와 문장부호까지 하나하나 천천히 써내려가다보면, 그냥 독서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글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 나도 글쓰기에 관심이 많아서 어떤 책 한 권을 베껴쓰기로 다짐했었다. 꾸준함과 집중력이 중요했다. 그래서인지 부족한 나는 책 한 권을 무사히 끝내쓸 수 없었다. '해야 되는데.' 하는 의무로 만들어버리니, 자꾸 미루고, '내일 두배로 쓰면 되지.' 하는 합리화까지 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읽지 않은 책을 따라쓰려는 과감한 시도에서 나온 처참한 실패였던 것 같다.

 


 

 

 

  그 필사를 그만두고선, 뭔가 제대로 바로잡아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글쓰기 책과 함께 조금씩 써보기로 했다. 책 속에는 베껴쓰기 교본 30편과 함께 '좋은 글을 쓰는 방법'이 나와 있다. 저자가 생각하는 '좋은 글'이 되려면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려주면서 그 글에 맞는 책들의 발췌문을 베껴쓰기 교본으로 소개한다. 다방면으로 유능하고, 글쓰기 강사로서 이름을 떨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명로진의 글을 접한적이 없기에, 처음에는 '과연-'이라는 생각이 없지않았다. 그러나, 베껴쓰기 교본 중간에 조심스럽게 끼워넣은 '명로진'의 글은 놀라웠다. 실제로 페이지를 넘기기 전에 '이 글을 도대체 누가 쓴거야?' 하고 생각했는데, 저자의 이름이 있었다. 정말로, 글이 좋아서 그 전업작가들의 글들 중에서도 유독 기억에 남았다.

 

  그런데 글쓰기 팁을 읽으면서, '좋은 글', '잘쓴 글'이라는 것이 참으로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이나 '잘'이라는 단어만큼 주관적인 것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솔직하게 말하면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글'과 저자의 '좋은 글'에 차이가 있는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필요한, 약점을 보완할 만한 팁을 골라 적용하였다. 꽤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내가 쓴 글이 정말로 답답하게 읽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면서.

 

 
 

 

 

   한 달 넘게 이 책을 가지고 글을 따라 써보았다. 첫 한달은 역시 꾸준히 쓰지 못하고, 띄엄띄엄, 날짜의 텀이 길지만, 이번 달엔 목표량 만큼 따라갈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이제, 조금은 '베껴쓰는' 감은 생긴 것 같다. 습관처럼 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달까. 아직은 그냥 '쓰는' 것은 두렵지만, 좀 더 꾸준한 필사로, 멋진 글을 쓸 수있게 되리라는 꿈을 가져도 좋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오늘부턴 예전에 읽었던 책(기억이 가물가물한)에 표시해놓은 것들을 써볼 예정이다.

 

(글쓰기의 팁과, 무난하게 필사의 감을 익히고자 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글은 소설 뿐만 아니라 다양한 것들이 있어서, 어떠한 분야에 확고하게 마음을 다잡은 사람이라면 조금 지루할 수도 있을듯. 간혹, 반말로 가르치는 듯한 저자의 거침없는 말투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난 볼만했다.)

 

 

 Underline

 

 

   - "글이 애인보다는 확실히 말을 잘 듣는다. 글을 쓰면 좋은 점은 또 있다. 글은 내가 쓰고 싶을 때 언제든지 쓸 수 있다. 집에서나 출퇴근할 때나 회사에서나, (팀장 눈치를 봐야 하지만) 글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글은 나를 위로해준다. 글은 투정하지 않는다. 아, 그리고 글은 술 마시고 꼬장 부리지 않는다." (중략) 글의 과거 모습은 반성이다. 글을 쓰는 것이 친구와 말로 수다를 떠는 것보다 훨씬 낫다. 말로 하면 아무리 진지하고 진실한 것이라 해도 다 날아간다. 말은 시간에 예속된다. 공간에 구속된다. 말을 하는 그 순간에만 빛난다. 말을 듣는 그 장소에서만 이해된다. 따라서 말로 아무리 떠들어 봐야, 우리 뇌가 기억하는 용량은 제한적이다. (45p)

 

 

  - 우리가 카페에 앉아 이야기 할 때는, 이 얘기 했다, 저 얘기 했다 해도 된다. 그때의 이야기는 목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수다라 해도, 일관성 없는 구성은 상대방에게 배척을 받는다. 아리스토텔레서는 <시학>에서 말했다. "가장 나쁜 플롯은 에피소드 플롯이다" 이야기에는 구성이 있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가장 좋은 구성이 아니라, 가장 구린 구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 '에피소드 플롯' 이라는 거다. (159p)

 

 

  - "글을 지을 때는 반드시 생경하고 궁벽한 병통을 없애야만 한다. 글을 평이하게 펼쳐서 온건하고 순순하게 하기를 힘써야 문체가 절로 좋아지는 법이다. 또 특히나 처음과 끝을 상세히 점검해서 글의 귀결이 주제의 맥락을 잃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네가 쓴 시권을 보니 생경하고 난삽하다 (정민 <아버지의 편지>에서 인용)" 너무 꾸미려 하면 본질이 보이지 않는다. 생경하고 난삽하면 주제의 맥락에서 벗어나게 된다.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게 쓰려면 글이 단순하고 강직해야 한다. (167p)

 

 

  -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우리가 쓰는 글이 소설이 아니지 않느냐?" 소설이 아니어도, 소설처럼 써야 한다. 우리가 쓰는 글이 그저 혼자 읽고 말 것이 아니기에 그렇다. 그게 아니라면 우리는 글을 쓸 이유가 없다. 재미도 없고 슬프지도 않고, 웃기지도 않은 글을 왜 읽어야 하냔 말이다. 글은 이어진 사슬과 같다. 천 개의 고리로 된 사슬이 있다 치자. 천 개의 고리 중 한 개라도 끊어진다면 사슬 전체를 못 쓴다. 하나의 산문은 천 개의 고리다. 천 개의 고리 중 하나가 허술하면 전체가 무너진다. 하나의 꼭지는 단단히 이어져 있어야 한다. 하나의 문단, 그리고 하나의 문장 역시 단단히 이어져 있어야 한다. (207p)

 

 

  - 바로 이것이다. 시작 - 중간 - 결말이 매끄럽게 이어지려면, 앞의 사건과 뒤의 사건이 서로 '개연적인' 또는 '필연적인' 인과 관계로 연결돼야 한다. 일어날 법한 일이나 반드시 일어나야 하는 사건으로 연결될 수 없는 일들은 있어선 안 된다. 뒤에서 받쳐 줄 단어가 없다면 앞의 단어도 없는 것이다. 스파이크를 때리려면 토스를 해주어야 한다. 슛을 넣으려면 패스를 해주어야 한다. 물고기를 잡으려면 밑밥을 뿌려야 한다. 우리는? 밑밥도 뿌리지 않고 낚싯대만 드리운다. 단 한 번 패스로 골을 넣으려 한다. 리시브도 하지 않고 네트 위로 점프한다. (21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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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본격적으로 -

(아 그리고, 이 책의 베껴쓰기 교본을 통해 좋은 책 목록을 얻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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