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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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천외한 몽상 속으로 들어가볼까요 <나무 - 베르나르 베르베르> 

 

 

 After Reading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기발한 몽상가다.

 

  대부분의 생각이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많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뽑아낸다. '상상력'이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최근엔 상상력 사전을 내기도 했으니...) 작가 베르베르도 평소에 수많은 생각들과 몽상을 하지 않을까? 역시 실제로 베르베르는 산책할 때의 관찰, 친구들과 나누는 이야기 이외에도 자신이 꾸는 '꿈'에게서 영감을 받아 단편소설을 구상한다고 한다. 꿈은 현실에서 가장 동떨어진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도 해서 가끔은 허황되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한 경험이다. 그러나 꿈은 현실에서 경험하지 못할 과감하고 스릴 넘치는 상황으로 꿈의 주인공을 넘나들게 하기도 한다. <나무>의 단편소설들을 하나하나 읽는 느낌은, 왠지 꿈을 꾸는 느낌이다. 소설은 허황되고 몽롱한 느낌과 함께, 때로는 스펙타클한 상황마저 선사한다.

 

  당신은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피부가 투명인 사람, 말하는 기계들, 의사를 표현하는 식물, 노인들을 경멸하는 사회, 17이상의 숫자를 세지 못하는 나라들을.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의 과학 상상대회가 열리면 한번쯤은 상상해보았던 소재들이다. 그만큼 굉장히 단순한 소재들로 보일 수도 있는데 이런 소재들을 가지고 소설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그 소재들을 실감나게 표현할 상상력과 배경에 대한 표현이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베르베르는 지금까지 수많은 장편 소설들에서 뽐내왔던 자신만의 상상력을 통해 독자들을 매혹하기 시작한다.

 

 책을 펴는 순간, 나는 베르나르의 기상천외한 몽상 속으로 탁, 하고 빠져들어 간다.

만약 그것이 실제 꾸는 꿈이라면 꿈을 깨는 동시에 한 순간에 잊혀져 버리는 이야기가 될 것이고, 군데군데 기억 속에서만 남아있을 것이다.. 하지만 베르베르는 역시나 노련하게도 그 꿈과 같은 이야기들에 비판적인 메세지를 남긴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너무나 생생하게 남아서, 언젠가 미래에 이루어질 수 있을 듯한, 그의 상상력이 현실로 될 듯한 느낌이 든다. 베르베르의 책들 중에서는 특별한 상상이 끊임없이 길어지는 장편 소설이 그 재미가 각별하지만, 짤막하고 기발한 꿈 같은 단편도 그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

 

 

 Underline

 

 

 

  - 그들은 내 모습에서 그들 자신의 이면을 보았을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인간이 순전한 정신적 존재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살덩이이자 갖가지 빛깔의 기관들 속으로 이상한 액체들을 순환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활동하는 장기들의 집합체이기도 하다는 것을 상기했으리라. 말하자면 나는 살가죽을 한두 꺼풀 벗기고 보면 우리 인간의 모습이 진정 어떠한지를 그들에게 일깨워 준 셈이다. 내 모습은 하나의 진실이지만, 아무도 그것을 정면으로 바라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57p, 투명 피부)

 

 

  - '우리가 이런 처지에 놓일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 그러자 한 노파가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세상이 어쩌다 이렇게 된거죠? 우리는 우리 부모님들에게 그런 식으로 행동한 적이 없는데......' 프레드가 노파의 말을 잘랐다. '추억을 자꾸 되새기는 일은 그만두기로 합시다. 한탄과 하소연도 부질없습니다. 이제 현재 속에서 살기로 합시다. 젊음을 숭배하는 시대 조류에 우리 자식들이 세뇌되었다는 것은 여러분도 잘 아실 겁니다. 우리 자녀들은 육체의 아름다움에 너무 집착합니다. 몸무게를 줄이고 주름살을 없애는 것을 하나의 신앙 행위처럼 여기고 체조나 조깅을 신성한 의무로 생각합니다. 그렇게 몸을 가꾸고 젊음을 유지하는 데에만 몰두한 나머지 그들은 바보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우리를 제거함으로써 자신들의 젊음이 영원히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그건 참으로 큰 착각이죠' (87p, 황혼의 반란)

 

 

  - 오늘 아침에 나는 이런 일을 상상했다. 사회학자, 수학자, 역사학자, 생물학자, 철학자, 정치가, 과학 소설 작가, 천문학자 등 지식의 모든 지평에서 온 남녀들이 외부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난 장소에 함께 모여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들의 클럽>을 결성한다. 그 전문가들은 갖가지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이면서 자기들의 지식과 직관을 결합할 것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나무 모양의 도표를 만들어 갈 것이다. 미래에 지구와 인류와 인류의 의식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을 표시한 수형도를 말이다. 그들의 의견은 서로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때로는 그들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 역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누가 옳으냐 그르냐가 아니라, 인류의 미래에 대한 모든 전망을 도덕적 판단에 매이지 않고 축적해 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축적된 전망들은 우리가 미래에 일어나리라고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의 데이터 뱅크가 될 것이다. (129p, 가능성의 나무)

 

 

  - 그는 줄곧 그런 생각에 시달리고 있었다. 모든 것이 이미 자기 안에 있다...... 인간은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다. 자기 안에 감춰져 있던 진리를 자기 자신에게 드러낼 뿐이다. 그렇다면 갓난아기도 이미 위대한 현자일 수 있을까? 어머니 뱃속의 아기가 백과사전의 방대한 지식을 가질 수 있을까? (164p, 완전한 은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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