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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만리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평점 :
급부상한 중국,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정글만리 1 - 조정래>
After Reading
지금, 당신은 미래와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메이드인 차이나'가 우스갯소리로 불려질 정도로 중국의 이미지는 (그 또한 거의 일부일지도 모르지만 이젠 전체가 되버린 것처럼) 급격히 낮아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새 중국은 그 넓은 땅덩어리의 규모처럼, 미국을 이어 G2국가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도 엄청난 짝퉁 논란을 빚었던 중국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젠 영어가 필수 공용어가 되어버린 시점에, 필수 제2외국어는 '중국어'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아졌다. 세계 여러나라에 유학을 하려 떠나는 중국인들도 늘었다. 대학교에는 주변만 돌아보면 중국어가 들린다. 이제는 단순한 '인구 수'를 넘어 '나라'의 파워가 강해졌다고 느끼게 되는 순간이 많다.
그러나, 전쟁과 가난을 겪은 우리나라의 급격한 성장으로 일어난 이면의 폐해처럼, 중국의 성장통 또한 급격하게 심해졌다. 그러고보면 우리나라보다도 훨씬 더 심하게 보인다. 조정래 작가는 바로 이런 점에 주목하여 소설을 집필했다. 중국의 판이하게 다른 겉과 속을 다룸과 동시에, 그 중국에서 만나는 한, 중, 일 사업가들의 교묘한 '밀당'을 보여준다. 또한 중국인들이 시종일관 입에 달고 사는 '런타이둬(사람이 너무 많아)'라는 말과, 거의 신으로까지 추앙하는 마오쩌둥과 돈, 짝퉁이든 미국이든 어떠한 것에서든 눈 딱감고 말을 내뱉을 수 있는 뻔뻔함은 중국의 급부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중국 곳곳의 상황을 2년동안 답사한 조정래 작가의 노력은 소설 속 여기저기에서 발견할 수 있다. 중국인들의 생활 관습과 비즈니스 매너, 물론 모두 일반화할 수 없겠지마는 중국학생들과 일반인들의 인식 등. 그 내용이 너무나 생생해서 허구의 소설이 모두 다 사실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어쨌든 현재는 1권까지만 읽은 상태라 아직까지 책의 모든 것은 알 수 없지만, 네이버 연재소설에서 열광적인 인기를 끌었기에 그 다음도 기대가 된다.
Underline
-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중국 하면 싼 인건비, 짝퉁, 불량식품 같은 것만 생각하지, 초스피드의 경제성장에 발맞추어 모든 분야의 기술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해요. 상대방을 얕잡아 보는 선입관도 있고, 발전이나 변화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인간의 심사도 작용하고 그런 거지요. 살아가면서 이런 것, 저런 것 알아가면 중국은 참 흥미롭고 재미있는 나랍니다. " 엘레베이터는 방 키를 꽂지 않으면 작동이 되지 않는 최신식이었다. 그 첨단 설비의 엘리베이터 안은 용들이 꿈틀거리는 붉은 비단으로 치장되어 있었다. 그 치장에서 중국 고유의 냄새가 물씬물씬 풍기고 있었다. (32p)
- 세계에서 세 번째로 넓은 땅덩어리의 나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최대의 14억 인구. 거기다가 여성의 가장 강한 본능 중의 하나인 예뻐지고자 하는 욕망과, 여성이 제일 약하게 휘둘리기 마련인 유행이 한데 어우러진 것이 성형수술 바람이었다. 그런 시장을 겨냥하다니......! 돈 쫓아 20년 가까이 헤맨 종합상사원의 코에 강한 바다 내음처럼 끼쳐오던 돈냄새. 그건 천 리 금광을 찾은 것이나 다름없고, 100년 묵은 산삼을 캔 '심봤다!'나 마찬가지였다. (59p)
- '런타이둬'는 "사람이 너무 많아!"하는 불만에 찬 부정적인 말이었다. 그 말은 '런둬'와 함께 중국사람들이 입버릇처럼 많이 하는 말이었다. 사람이 많이 북적거리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툭툭 튀어나오는 소리였고, 중국은 어디를 가나 사람들이 바글바글 넘쳐나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 말 속에 생략된 말이 있지. 사람이 너무 많아. '한 3억은 없어져야 돼'하는 말이지. 그런데 그 생략된 말 속에 또 한 마디가 감춰져 있어. '나 빼고' 하는 말이지. 그러니까 사람들이 런타이둬 할 때마다 '나 빼고 한 3억은 없어져야 돼'하는 생각을 하는 셈이지. 애들까지도 그 말을 입에 달고 사니까 중국사람들 전체가 그런 의식에 젖어 있는 거나 마찬가지야." (127p)
- 텔레비전 뉴스를 다 본 전대광은 그 다음 순서로 웨이보에 접속했다. 아아, 거기는 이미 훨훨 타오르는 불바다였다. 전국 2천여 개의 텔레비전과 라디오 방송들이 불붙은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날이면 날마다 불어나고 있는 중국의 네티즌들은 6억에 육박하며 세계 1위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 거대한 바다는 이름이 감추어진 익명성의 바다였다. 그 바다에 하늘을 가릴 듯한 거대한 깃발 두 개가 펄럭이고 있었다. 천안문 광장에서 언제나 펄럭이고 있는 새빨간 오성홍기를 뒤받치는 두 개의 깃발은 '중화민족 부흥'과 '대국굴기(대국으로 우뚝 서자)' 였다. (255p)
- "그래, 그 세 가지에 정답이 있지 않을까 싶다. '중국'이라는 말 뜻부터 그 세가지에 뿌리를 두고 있지 않니. 우리는 세상의 중심이다. 그러니까 뭐든지 크고, 뭐든지 넓고, 뭐든지 많다는 자부심과 긍지감 말이다. 중국사람들은 그런 의식을 저 먼 옛날부터 지녀왔고, 그건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면 그들의 의식의 DNA가 된거야. 그래서 그들은 뻔뻔하고 배짱 좋고, 당당하게 배짱 좋고, 말도 안되게 배짱 좋고 그런거야." (33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