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철학을 말하다 토트 아포리즘 Thoth Aphorism
강신주 엮음 / 토트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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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사고의 계기를 주는 한 마디를 모아 <철학자, 철학을 말하다 - 강신주> 

 

 

 

 

 

 

 

After Reading

 

 

 

  철학이란 단어만 들어가면 일단 움찔- 하게 되는 게 나뿐만은 아닐거라 생각한다. 그 '움찔'에 위안을 받기 위해서 나는 '철학은 삶의 방식이니 우리가 살아가는 일과도 같다'하고 광범위하게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러나 철학은 접할 수록 더욱 어려워진다. 물으면 물을수록, 이론에 접근할 수록 더욱더 골치아파진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책'은 그 어려운 철학으로 자주 나를 이끈다. 생각 - 생각 - 또 생각 - 그리고 철학적 의미를 찾기 위한 생각으로. 아직도 철학이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지만, 그 어렵게 도달하는 생각의 처음부터 끝까지가 철학임을 나는 조금은 짐작하고 있다. 사소한 것에 의미를 강구하고 그 문제를 풀어나가면서 또다시 미궁으로 빠져드는 것이 철학적 사고를 하게 되는 것임을 가끔은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어떠한 계기로든간에 철학적 사고의 문앞까지 도달하는 것은 그나마 쉽다. 그 뒤가 어려울 뿐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책이나 영화 등 많은 것들을 통해 그 쉬운 순간들을 겪는다. 책이나 영화를 제외한다면 아마 철학자들의 '명언'이 있을 것이다. 철학자들의 명언들은 인터넷에서 짧게도 떠돌아다니고, sns나 카카오톡 많은 곳에 자신의 좌우명처럼 쓰여지기도 한다. 이처럼 철학적 사고의 문앞에서 서성거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면 그 문 앞을 제대로 뚫을 수 있는 사람은 전문적으로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이거나 철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거나 공상을 많이 하는 사람일텐데, 그 중 유명한 작가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는 철학자 강신주가 자신에게 통증을 주며 사유의 시간으로 이끈 철학자의 책 구절들을 모았다. 그는 '책에도 도끼날처럼 날카로워 마음에 핏빛 상처를 만드는 핵심구절이 반드시 있다' 말한다. 나의 경우 그 구절들은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 중에 곳곳 있었고, 강신주 철학자 또한 자신이 읽은 수많은 책들에서 그 구절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마음을 흔들어논 그 구절들은 이 책에 한 페이지에 하나씩 소개되어 있다. 철학적인 이론이 숨겨져 있는, 철학자의 사유가 그대로 담겨있는, 철학적 사고로 이끄는 서슬퍼런 한 마디 말, 우리는 그것을 읽고 사유할 수 있고 별로 감흥이 없는 말들은 넘겨가며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그토록 어려운 철학을 쉽게 접할 수 있고, 철학적 사고의 문 앞을 두드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다. 짧은 한마디에 감흥이 인다면 그 밑의 공백을 보면서 조금 더 한숨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 그러나 이 책에 조금 아쉬운 점이 있는데, 유명한 철학자인 강신주가 엮은 만큼 철학자들의 그 구절을 고른 이유를 덧붙인다거나, 그 구절들이 의미하는 바를 주제로 묶거나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바람이다.

 

 

 

Underline

 

 

 

  - 소동에 의해서든 아니면 음악에 의해서든 또는 도움을 요청하는 외침에 의해서든 진리는 화들짝, 돌연한 일격을 당한 듯 자기 침잠에서 깨어나기를 바란다.

 진정한 작가의 내면에 갖춰져 있는 비상경보기를 헤아릴 수 있을까? '집필한다'는 것은 그런 비상경보기를 켠다는 것에 다름 아닐 것이다. (21p, 발터 벤야민)

 

 

  - 여러분이 깊이가 있다고 느끼는 모든 사람들은 무엇인가에 집중하는 사람들이라고 말이지요. 그래서 '집중'과 '깊이', 이 두 상태는 동전의 양면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제 우리는 알게 되었습니다. 집중하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깊이의 비밀을 말입니다. 그는 자신의 내면에 깊게 파고드는 사람이 아니라, 반대로 세계의 무엇인가로 열려 있는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었던 겁니다. (65p, 강신주 <철학적 시읽기의 괴로움>중에서)

 

 

  - 자네가 이 꽃을 보기 전에는 이 꽃은 자네와 함께 고요한 상태에 있었네. 자네가 와서 이 꽃을 보는 순간 이 꽃의 모습이 일시에 분명해졌네. 이로써 이 꽃은 자네의 의식과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네. (66p, 왕수인)

 

  -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우리는 침묵해야만 한다. (77p, 비트겐슈타인)

 

  - 철학이 삶은 회고적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은 전적으로 옳다. 그렇지만 그 순간 우리는 또다른 구절 하나를 망각한다. 삶은 미래를 향해 살아내야 한다는 것. (95p, 키에르케고르)

 

  - 세상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것처럼 우리는 즐거워하고 즐긴다. 세상 사람들이 보고 판단하는 것처럼 우리도 문학과 예술을 읽고 보고 판단한다. 마찬가지로 세상 사람들이 거대한 군중 앞에서 움츠러드는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움츠러든다. 세상 사람들이 충격을 받는 것처럼 우리도 충격을 받는다. 확정적인 것은 아니고, 그리고 비록 단순히 총합은 아닐지라도 세상 사람들은 모두 일상성의 존재가 무엇인지 그 종류를 미리 규정한다. (172p, 하이데거)

 

 

Add...

 

 

 

 

 

각 한페이지에는 한글과 영어, 혹은 한글과 중국어로 함께 적혀있어서

그 언어로도 읽어본다면 좋을 것 같다. 영어로 읽었을 때 더 좋게 받아들여지는 의미도 있으니까. 

물론 난 귀찮아서 한글만 읽었다. (과연 귀찮아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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