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고 싶다
정유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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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마비를 극복한 조지메이슨 대학의 최고 교수 

<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고 싶다 - 정유선>

 

 

 

 

 

After Reading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사람들을 나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나의 먼 친척도 그랬고, 일하다가 본 단골 손님도 그랬다. 솔직하게 말하면 처음 그들을 볼땐 아무렇지 않으려해도 조금 흠칫- 하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항상 무표정일 때가 없었던 것 같다. 몸이 불편해보이면서도 항상 활짝 웃는 모습으로 나를 맞이했었다. 이 책의 주인공도, 신생아 황달로 인해 뇌성마비를 앓게 된 분이다. 조금 다르고 힘든 과정을 삶에서 겪었지만 마지막 페이지에 나온 저자의 사진들에는 항상 활짝 웃는 모습이 담겨있다.

 

  남들과 조금 달랐지만 저자는 그 다름을 뒤로한 채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었던, 공부를 꾸준히 했다. 공부에선 상위권을 놓치지 않았던 그녀는 역시 당찬 포부로 유학을 택했다. 영어를 공부하고, 다른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그의 삶을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줄 보조공학을 공부하였다. 그리고 결국 대학원을 졸업하고 조지 메이슨 대학의 교수가 되었고, 최고 교수로도 선정이 되었다. 그런 특별한 삶을 일궈낼 수 있게 한 원동력은 그녀의 남다른 끈기와 주변인들의 사랑, 그리고 AAC라는 보조공학 기구 덕분이었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뭔가 달랐다. 조금 어렵지만 끝까지,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은 그녀를 응원했다. 가족, 친구, 교수, 동료, 학생 등.. 물론 처음 만난 그녀의 모습에 당황해하거나 멈칫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당당한 그녀의 모습을 보곤 이해와 관심으로 응원해주었다. 또한 한국말도 매끄럽게 말하지 못하는 저자가 최고의 강의로 손꼽히는 수업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AAC라는 것이었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글을 음성으로 바꾸어 내보내주는 기계인 AAC, 그것을 통해 매끄럽게 강의를 진행할 수 있었다. 물론 하룻동안의 바쁜 준비가 필요할지라도.

 

  저자는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랑을 하고, 아이를 낳고 현재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그녀의 아이들은 이제 엄마를 '조금 다른 사람'이 아닌 '자랑스러운 사람'으로 여긴다. 그녀는 장애인 주차장과 화장실을, 자신보다 더욱 불편한 사람을 위해서 양보한다. AAC를 통한 강의를 하다가 기계의 고장이 있더라도 장난스럽게 넘어갈 유머를 가진 사람이고, 학생의 발표에는 Perpect라고 직접 이야기한다. 좌절하는 법은 있지만 절대 넘어진 채로 있지 않는다. 책을 통해 만나본 저자는 괜찮은 사람을 넘어서 참 멋진 사람이라고 느낀다. 그녀는 장애가 있기 때문에 더욱더 긍정적이고 겸손한 삶을 살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당차고 멋진, 가슴벅찬 꿈을 일궈낸 특별한 여성이다.

 

 

 

Underline

 

 

 

 

 

 

 

  -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인생이란, 상자에 담긴 모양과 색깔이 서로 다른 초콜릿과도 같아요. 어떤 초콜릿이 걸릴지는 아무도 모르죠." 어떤 초콜릿이 주어질지 아무도 모른다면, 하필 나에게 왜 '불량인생'이 왔을까 하며 울고 또 울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만일 내게 새 초콜릿을 고를 기회가 주어진대도 나는 여전히 똑같은 초콜릿을 고를 것 같다. 내 인생이 '장애가 없는 정유선'이라는 초콜릿이었다면 나는 그저 밋밋한 맛에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뇌성마비 장애인 정유선'이라는 초콜릿은 생각 외로 달다. 그 초콜릿이 내게 온 덕분에 나는 더욱 강하고 긍정적인 사람이 되었고 겸손해질 수 있었다. (25p)

 

 

  - 나는 그날까지 얼마나 생각하고 또 생각했는지 모른단다. 며칠을 두고 망설이다가 그날은 단단히 결심을 하고 수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무심한 너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또 마음이 흔들려서 마지막 순간에 그냥 지나갈 뻔했다. 그러나 이렇게 우유부단한 나 자신에 대한 분노에서 힘을 내어 너의 이름을 부른 것이다. 네가 일어나서 한 자 한 자 정성들여 읽어가는 동안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솟아 넘쳐 그걸 참느라고 애를 먹었다. 네가 혼자 힘으로 다 읽고 앉는 것을 보고 나는 칠판을 향해 돌아서지 않을 수 없었단다. 지금도 책을 읽는 도중에 내가 도와주려는 것을 뿌리치고 혼자 해내려고 하던 네 집요한 표정을 생각하면 절로 눈물이 나는구나. 유선아, 나는 다만 너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 자신감과 기쁨을 주고 싶었다. (45p, 선생님의 편지)

 

 

  - 어떤 사람들은 내게 나보다 처지가 안 좋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기운을 내라고 위로한다. 예를 들면, 평생 자리보존하고 누워 있어야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네 경우는 얼마나 다행이냐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보며 위안을 찾고 싶지 않다. 그들의 삶을 내 멋대로 끌어내려 내 처지보다 못하다고 단정 짓는 건 너무 건방진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처지가 그렇다고 해서 나보다 더 불행하리라는 보장이 어디 있을까.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내 우월함을 확인하기보다는 그냥 내가 가진 것 안에서 행복을 찾는 게 더 현명한 일일 것이다. (55p)

 

 

  - 드디어 연극의 막이 올랐다. 연극이 중반쯤으로 치달았을 무렵, 내가 무대 위에 오를 순간이 다가왔다. 나는 무대 한가운데로 걸어가 상체를 앞으로 구부리고는 몸을 'ㄱ'자 모양으로 만들엇다. 그러자 한 아이가 내 등 위에 빵이 놓인 도마를 올리고는 그걸 써는 시늉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내가 맡은 배역은 바로 탁자였다. 그 모습을 보고는 객석의 아이들이 배를 잡고 웃어댔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의연하게 몸을 구부리고는 역할에 충실히 임했다. 물론 나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리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연습할 때는 다들 심각했기 때문에 의식하지 못했는데,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내 역할이 참 우습고 바보 같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작 몇 초에 불과한 그 순간이 마치 1시간이라도 되는 듯 길게만 느껴졌다. (102p)

 

 

  - "장애가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예쁜 사진도 있지만, 그걸 본 사람들이 장애인 같지 않다고 해서요. 그게 문제가 되어 어쩔 수가 없네요." 몇 해 전 한 매체에서 '장애를 극복한 정유선'이라는 주제로 인터뷰를 했는데, 담당 기자님이 기사에 실을 사진을 정한 후 보여주며 한 말이다. '장애인 같다'는 것은 과연 어떤 뜻일까? 왜 나는 사람들에게 그냥 정유선이라는 사람이 아니라 '장애인 정유선'으로 보여야 하는가? (...) 인터뷰 당시 사진을 찍을 때 옆에 엄마가 계셔서 마음이 편한 상태였고, 사진 기자님도 순간순간 웃음을 주시며 셔터를 열심히 눌러주시기에 그렇게 찍은 수십컷 중 그래도 괜찮은 사진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담당 기자님이 보낸 사진은 내 특유의 활짝 웃는 표정이 아니라,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을 어정쩡하게 일그러트린 것이었다. 그 사진 속 일그러진 모습도 나 정유선이다. 그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평소의 내 모습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것이 나를 대표하는 모습은 아니지 싶다. (24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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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들 덕분에, 더욱더 열심히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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