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의 크로스 인문학 <동물원과 유토피아 - 장석주>
After Reading
작가 장석주는 독서광이라 불릴만한 풍부한 지식과 시인이라 불릴만한 멋진 문장을 쓰는 사람이다. 나는 <마흔의 서재>를 통해 그의 몇십년 묵은 책장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고 역시 방대한 지식을 갖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그의 글들을 보고 감탄했다. 그렇다면 니체는, 수없이 많이 불리우는 유명한 독일의 철학자이며 역시 수없이 많이 인용되고 재탄생되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을 쓴 작가이기도 하다. 장석주 작가는 40여년동안 되풀이하며 읽어온 니체의 책들 속에서 그의 사유를 발견하고, 비록 같은 시대가 아닐지라도 현재에도 통용되는 그의 철학을 통하여 한국 사회의 이면들을 관찰해보고자 했다.
아쉽게도 나는 아직 <차라투스트라..>를 읽어보지 못하였으나 이 책에는 여러 동물들이 등장한다고 한다. 낙타, 사자, 원숭이, 뱀, 독파리, 거머리 등의 동물들.. 그 동물들은 우리가 흔히 오락적으로 보는 동물들의 모습과는 다르다. 그들은 마치 인간의 부조리하고 부끄러운 모습과도 닮아있다. 그리고 그 모습들은 현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하고도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장석주는 한국 사회가 동물원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고 말한다. '사회의 내부에 위험과 불안이 비등점을 향해 치솟고, 도덕과 정의, 원칙과 규범이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힘과 힘이 으르렁거리며 맞서는 정글'과도 같은 사회가 바로 그가 말하는 동물원 사회다. (장석주 작가 이외에도 인간의 동물에의 비유는 니체와 라작에 의해서도 이야기되어 왔다.)
작가는 책 속에서 니체에 의한 동물의 상징성에 대응되는 우리 한국사회의 문제들을 본질적으로 파악해나간다. 이를테면 반값등록금은 학벌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며 학벌주의 타파 운동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 (약해진 아버지의 권위로 인해) 아버지의 사랑없이 자란 아이들이 남성성에서 부성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들을 경험하지 못한다는 점 등이다. 그러나 중간쯤에 나오는 '이타주의'에 관한 단상은 우리가 동물보다 더 발달된 본성을 확인시켜줌으로서 보다 나은 사회로 갈 수 있는 힌트를 주기도 한다.
다소 비판적인 눈으로 바라본 한국사회에 대한 이야기 끝에 '한국인의 정서(진정한 마음)'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한국인의 '한'과 고통, 가난, 전쟁, 빠른 성장과 같은 역경 속에서 견뎌낼 수 있었던 우리 고유의 힘은 문학 속에서, 노래 속에서, 그리고 더 나아가 월드컵의 붉은 함성 속에서 느낄 수 있다. 삭막한 사회에서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역동적인 힘이 한국인에게 내재되있다. 그 힘이 과잉되어 부정적으로 작용하느냐, 긍정적으로 작용하느냐의 길은 똑똑한 사유와 깨끗한 얼굴을 가진 미래의 우리 모습에 달려있다. 많은 것에 대한 불안과 부조리함, 시시각각 행해지는 부도덕적인 일들. 이런 동물원 사회에서 벗어나 모두가 행복한 '유토피아'로 나아가기 위해서.
Underline
- 사람은 모든 동물들을 다 합해놓은 것보다 더 동물적이다. 아울러 그 동물성을 도약대 삼아 더 높은 존재의 위상을 획득하는 게 사람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그 어떤 다른 동물보다 더 병들고, 불안정하며, 변덕스럽고, 불완전하다. 거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인간은 병든 동물이다. 이것은 어디에서 오는가? 틀림없이 인간은 다른 모든 동물들이 합쳐진 것보다 더 대담하고, 더 새로운 것들을 행하고, 더 과감하고, 더 운명에 도전해왔다. 그 자신에 대한 커다란 실험기구인 인간은 최후의 지배권을 위해서 동물, 자연, 신들과 투쟁하는 자, 불만을 터뜨리는 자, 그리고 지칠 줄 모르는 자이다.(니체, 선악의 저편)" 자기 자신을 실험 기구로 쓴다는 점에서 사람과 동물의 차이가 나타난다. 사람은 예속이 아니라 자유를, 노예의 도덕이 아니라 주인의 도덕을, 그리고 마침내 자신에 대한 최후의 지배권을 찾기 위해 동물, 자연, 신들과 투쟁한다. 그 투쟁의 동력은 기꺼이 자기 자신이 되는 것, 즉 제 운명에 대한 사랑에서 나온다. (40p)
- 왜 우리가 불안한지 분명해지지 않는가? 파도들은 더욱 난폭해지고 그에 따라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는 '타이타닉'호에 함께 타고 있다. 자크 아탈리는 '타이타닉'이 '우리 사회'라고 말한다. 그 우리 사회는 "모든 것이 예측되지만, 예측의 수단만큼은 예측되지 않는 사회"다. 한국인들이 승선한 '한국호'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바다를 항해한다. 미래는 불확실한데, 그것은 우리 삶이 예측불가능한 위험들 속에 있다는 반증이다. 그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들이 우리의 삶을 집어삼킬지도 모른다. 이 불확실성이 우리 마음에 불안을 키운다. (124p)
- 목구멍을 물어뜯는 무거운 뱀을 물리친 젊은 양치기도 웃고, 차라투스트라도 웃는다. 웃는 자가 되려면 먼저 마음에 있는 근심과 걱정을 털어버려야 한다. 젊은 양치기는 그의 목구멍을 물고 몸에 매달렸던 묵직한 뱀의 대가리를 끊고 멀리 내던졌다. 그리고 웃었다. 웃음은 하나의 출구다. 웃는 자는 억압과 불행에서 단숨에 벗어난다. 무거운 것 모두가 가볍게 되고, 신체 모두가 춤추는 자가 되며, 정신 모두가 새가 되는 것, 그것이 내게 알파이자 오메가라면. 진정, 그것이야말로 내게는 알파이자 오메가렷다! (니체, 일곱개의 봉인) 웃는 자는 더 바라지 않는다. 웃음이 바로 궁극의 그것이기에. (137p)
- 말 속에도 침묵이 깃든다. 말들은 그 내부에 긴 침묵과 짧은 침묵을 갖고 있다. 건성으로 듣는 사람들은 소리만 듣지만, 깊이 경청하는 사람들은 말 속에 숨은 침묵에 귀를 기울인다. 책은 타인의 말과 세계를, 저 멀리서부터 오는 의미들을 겸허하게 경청하려는 자의 것이다. 책을 읽을 때 집중하면 할수록 주변 소음을 잠재우는 힘은 강력해진다. 소음이 잦아들고 침묵의 오의에 더 가깝게 다가간다. "생략법의 글쓰기, 불명확한 재현, 단속적인 대화체, 그리고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는 말없음표(마르크 드 세메트, 침묵예찬)"등은 가장 흔한 침묵의 양태들이다. 말줄임표는 통사적 망설임, 판단유보의 기화다. 군데군데 배치되어 있는 그 침묵들은 독자를 책 속으로 끌어들이고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읽히는 침묵. 그것은 음향적 현실에 겹쳐지는 하나의 부주제, 자아에 대한 성찰과 세계 인식의 장소다." (250p)
Add...
차라투스트라 책은 당분간 읽어볼 엄두가 안난다. 아마 뭔 소린지 이해하지 못할듯.
그러고 보면 책은 또 다른 책으로 이끌어주고, 또 그 책은 또 다른 책으로 이끌어주는 게, 참 독서의 묘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참 어려웠어 니체철학 ㅠㅠㅠㅠㅠㅠ 나중에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