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 - 뚜벅이변호사 조우성이 전하는 뜨겁고 가슴 저린 인생 드라마
조우성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때로는 가혹한, 때로는 감동적인 법정 드라마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사람이 있다면 - 조우성> 

 

 

 

 

 

   '법정 에세이'라는 장르는 나에게 아직도 생소하다. '법정'이라는 용어와 '에세이'라는 특유의 분위기가 서로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쪽은 왠지 깝깝한 느낌, 다른 쪽은 그에 반해 여유로운 느낌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이 믹스매치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느낄 수 있었던 곳은 책의 제목과 작가의 필명에서였다. 먼저 '뚜벅이 변호사' 쉽게 흔들리거나 지치지 않고 진실만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나가겠다는 저자의 꿋꿋하고 따뜻한 마음가짐이 담겨있는 필명. 그리고 제목인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 언뜻 보면 흔하디 흔한 제목 같았고 법정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라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읽고 문장을 계속해서 읽어보니, 이 제목이야말로 법정 에세이라는 장르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라고 느껴진다. '법정'이라는 단어를 통해 이제서야 매력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매력은 책 속에서 이어진다. 제목 속의 '얘기를 들어줄 단 한사람', 뚜벅이 변호사 조우성이 그 한 사람이 됨으로써 벌어진 뜨겁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렸을 때에 관한 여담이 있는데, 나는 꼬꼬마였을 때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의문이 있었다. 단순히 죄인을 보호한다는 표면상의 의미만 보고 '왜 죄인을 보호해야해?'하고 얼토당토한 생각을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로 재밌다. 그러나 이제는 글로 적혀있는 '법'이라는 것이 얼마나 다양한 차원에서 적용되는지 조금씩 알게 되어서 이런 생각을 말하기도 부끄러울 지경이다. 그렇지만 워낙에 어려운 것이 '법'이라서 '왜 변호가 필요한 것인지', '왜 이 법이 이렇게 적용되는지' 알고 싶지만 무서워 나는 항상 냅다 꽁무니를 빼기 일쑤다. 그러나 이 따뜻한 책이 이 책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 가족간의 다툼부터 기업간의 협상까지 '변호'를 통해 해결을 맺는 상황을 들려주었다. 간단한 법 상식과 함께. 그리고 나는 느끼게 되었다. 정말로 이렇게 법에 통달한 사람이 주위에 있다면 얼마나 도움이 될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복잡한 인생에서, 이렇게 자신의 진심을 담아 조언해주는 사람이 있다면(혹은 내가 좀 알고 있다면........), 얼마나 큰 힘이 될까 하고 상상하게 된다.

 

  그러나 단순히 변호인의 도움만이 사건해결에 도움을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변호인이 의뢰인을 통해서 사람다움의 가치를 알게 되고 또 그것을 우리에게 들려줄 때도 있다. 법정, 때로는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때로는 무섭고 가혹하기도 하고, 때로는 눈물로 얽혀있는 이 자리가 때로는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느낄 수 있다. 얽히고 설킨, 치고받는 논쟁 그리고 그 반대의 감동을 넘나드는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장르의 책이다.  

 

 

  - 나는 격한 인생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는 이들이 감정의 극점에 외롭게 서 있을 때 그들의 삶에 공감해주는 단 한 사람을 만나느냐 그러지 못하느냐에 따라 그들 인생의 명암이 달라지는 것을 수없이 목격했다. 승패의 여부와 상관없이 소송의 과정을 거치며 삶의 용기를 얻고 자기 치유를 시작하느냐, 이와 반대로 마음속의 분노를 끌어안은 채 생의 많은 시간을 제자리걸음하며 보내느냐는 이들이 누군가에게 어떤 마음으로 대접을 받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7p)

 

  - 변호사는 소송에서 승소해야 한다. 그런데 승소하는 방법에는 법적인 논리를 강하게 주장하는 방법도 있지만 대신 에둘러 상대방의 상처 난 마음을 어루만져줌으로써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 (57p)

 

  -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소송을 당한 사람들 혹은 억울한 심정에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보통 다음과 같은 감정의 순서를 거치는 것 같다. 먼저 1단계는 '당혹감'이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도대체 자신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 상황을 파악하려고 애를 쓴다. 좀더 시간이 지나면 이런 상황을 초래한 상대에 대해 '분노'의 감정을 느끼는 2단계로 넘어간다. 그리고 곧 화가 누그러지면 비난의 화살을 자신에게 돌리며 스스로를 자책한다. '누구를 탓하겠어. 사람을 잘못 본 것도 계약서를 꼼꼼히 살피지 못한 것도 모두 내 탓이지'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3단계다. 이를 넘어서 4단계에 들어서면 상황을 '직면'하고 '성찰'하려 한다. '좋아, 어차피 일이 이렇게 된 거 최대한 잘 처리하도록 하자. 냉정을 잃지 말고 아울러 이번 일을 나의 교훈으로 삼자. 분명 이 경험도 내겐 득이 되리라'는 심정으로 상황을 정면으로 마주 보는 것이다. (108p)

 

  - 노자의 <도덕경>에 '천망회회 소이불루'라는 구절이 있다. '하늘의 그물은 굉장히 크고 넓어서 얼핏 봐서는 성긴 듯 하지만 선한 자에게 선을 주고 악한 자에게 재앙을 내리는 일은 조금도 빠뜨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온 세상을 네트워크로 엮어 놓은 월드와이드웹(www)보다 더 무서운 하늘의 그물. 때때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라고 생각하며 악행을 저지르고도 아무 일이 없기를 바란다. 하지만 하늘의 그물망은 생각보다 촘촘한 모양이다. (129p)

 

  - 법은 분명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사회구성원간의 약속이다. 그런데 때로는 법의 이름으로 가당찮은 억압과 폭력이 자행되곤 한다. 교묘하게 끼워맞춘 논리와 실체파악이 어려운 명칭을 사용해 서민들을 괴롭히는 독버섯같은 존재가 아직까지 우리 주변에 많은 것 같다. (2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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