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탐정 설록수
윤해환 지음 / 씨엘북스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이 콤비 완전 상큼해! <트위터 탐정 설록수 - 윤해환>

 

 

 

 

 

 

 

  우리나라에는 탐정이 없다. 있어도 외국탐정들이 들어와 있다거나 다른 이름으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는 없는 탐정을, 간혹 추리소설을 읽거나 추리만화의 주인공을 떠올리면서 상상해보곤 했는데, 이런 상상을 증폭시키는 소설이 또한번 나왔다. 바로 <트위터 탐정 설록수>다. 어딘가 익숙하지 않은가? 셜록홈즈! 그 유명하고 유명한 셜록홈즈가, 구수하고 정감가는 '설록수'라는 이름을 가지고 우리나라 탐정으로 재탄생했다. 왓슨 박사도 있다. 똑똑해보이지는 않지만 설록수에게 은근한 도움을 주는 '김영진'군. 그러나 셜록홈즈와 설록수가 다른 점이 있다면, 바이올린 대신 우쿨렐레, 안락의자 대신 앉은뱅이 의자, 편지로 의뢰를 받는 대신에 트위터로 의뢰를 받는다는 것!

 

 현재 우리나라에서 완전 열풍인 트위터로 의뢰를 받는 것도 신선한데, 설록수와 김영진의 콤비가 정말 상큼하다. 상큼이란 말이 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왠지 상큼하다라는 단어말고는 생각나지 않는다. 귀엽고 신선한... 그런. 서로 은근히 끌려다니고, 투닥투닥거리면서, 삐지기도 하고.. 끈끈한 우정도 아니고 사뭇 진지한 동료같은 느낌이 아니라 왠지 귀여운 친구같은 느낌, 아무튼 이들에겐 역시 사건들이 끊이지 않는데, 이 책에서 차례대로 추리 에피소드가 소개된다. 펭귄녀 이야기, 마을의 구렁이 사건, 아이돌의 도난사건... 그리고 트위터 모임의 살인사건까지. 갑자기 흥미진진한 소설을 읽고 싶어서 꺼내들었던 이 책에서 생각보다 풍성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단지 그 중에 '협찬은 아무나 받나'이야기는 이전 한국추리스릴러 단편집에 나왔던 얘기여서 쬐끔 아쉬웠다.

 

  어찌됐든 이 많은 에피소드들을 설록수의 말 한마디를 기다리고 기다리면서 (그리고 흔히 탐정들이 하듯, 설록수의 '난 답을 알고있지'하는 허세를 느끼며 ㅋㅋ) 재미나게 읽었다. 후반부의 에피소드에서 나오는 작가님 블로그 이웃들의 악숙한 닉네임을 보니까 또 엄청 몰입이 되면서 컴퓨터 상에서 댓글놀이하는 분들이 꼭 모인 것 같아서 왠지 실감나고, 또 정말로 이런일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 하면서 책장을 또 넘기고. 역시나 <홈즈가 보낸 편지>때처럼 '안읽으면 섭섭할' 주석들에서 셜록홈즈 전집에서 나왔던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고, 모르는 게 손해라는 걸 정말 크게 느꼈다. 이어서 설록수 다음 편도 나온다는데, 그때까진 셜록홈즈 몇권이라도 좀 읽고난 다음에 읽어야겠다. 개인적으론 이 설록수 시리즈가 왕창 나와서 책장에 순서대로 쫘악 진열해놀날이 왔으면.

 

 

 

 

  - 동이 트면 잠이 깨고 시험을 보면 성적표가 나오듯 설록수에 대한 화가 풀리자 남는 것은 설록수의 직업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이었다. 대통령 이름도 모르는 설록수, 도대체 그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자기 입으로 백수가 아니라고 했으니 분명 직업이 있을 터였다. 하지만 남들처럼 매일 어디를 나가는 것도 아니니 회사원은 아닐 테고, 하루종일 방 안에 틀어박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면 게임이나 펀드로 재미를 보나 하겠지만 밖에 있는 시간 또한 그에 못지않았다. 의대에서 몇 번이고 목격하였기에 의사인가 싶었지만 그러기엔 너무 자유분방했고, 안 팔리는 인디 가수라고 하기엔 우쿨렐레 연습 시간이 너무 적었다. 이 정체불명의 남자는 유달리 만나는 사람도 많았다. 처음엔 성격이 워낙 기묘하여 사람들이 기피하지 않을까 싶었으나 뜻밖에도 꽤나 인기가 많았다. (24p)

 

  - 마루 건너편 창호문 너머, 설록수가 있었다. 내 손을 이끌어 함께 가자고 먼저 말해주었다. 설록수를 따라갔다가 나는,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눈으로 볼 수 없는 놀라운 세상을. (...) 충선대학교 야외무대에 해골처럼 키가 크고 비쩍 마른 사내가 서 있었다. 사내는 불안한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나를 발견했다. 눈 주변에 주름이 잔뜩 잡히도록 해맑게 웃었다. 키만큼이나 긴 팔을 번쩍 들어 나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왓슨 박사, 왔는가!" (93p)

 

  - "불확실한 1퍼센트의 확률 때문에 눈앞에 있는 100퍼센트의 현실을 버리시겠다! 고작 로또가 뭐라고! 김영진 군, 내가 친절하게 가르쳐주지. 행복은 행운의 결과물 따위가 아니라네. 행복은 말이야. 현실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에게 따르는 별책부록이야. 그러니 로또 따위는 잊어. 잊고, 눈앞에 사건에 집중하자고." (130p)

 

  - 저에겐 오래된 좌우명이 하나 있습니다. 아무리 믿을 수 없다하더라도 모든 불가능을 배제하고도 남았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실이다. (189p)

 

  - 나에게 트위터란 심심풀이 땅콩이었다. 트위터로 대화를 나누는 것은 나누는 것이고, 실생활은 따로 있었다. (...) 이상했다. 너무나 이상했다. 이 모든 것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그 사람들 속에서 혼자만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이 모두 이상하게만 보였다. (31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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