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로망스
김민관 지음 / 고려의학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만약'이라는 상상, 즐거운 상상 <슈퍼맨 로망스 - 김민관>

 

 

  '만약 당신이 슈퍼맨을 동경한다면'이란 물음으로 시작하는 <슈퍼맨 로망스>. 요즘 슈퍼맨이나 히어로, 동화 속 누군가를 동경하는 사람이 있을까? 머리 속에는 스트레스와 해야할 일들이 가득차 있는 현대인들의 삶에 '만약'이란 가정은 생각만 해도 신나는, 재밌는 이야기를 늘어놓을 수 있게 할 것만 같다.

 

  실제로 작가는 난처한 상황이 되면 '만약에'라는 공상을 하다가 공상가라는 별명까지 얻게 될 정도로 습관이 되버렸다고. 그래서 그런지 이 책 속에는 신기하고 터무니없는 상상들로 시작한 귀여운 이야기들이 많다. 만약 외계인이 지구에 존재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코를 자판기에서 뽑아서 붙일 수 있다면, 짝 없는 양말들이 모여있는 곳을 발견한다면, 시간을 돌릴 수 있는 장치가 존재한다면... 이런 이야기들은 따스하고 유쾌해서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이야기 하나하나 읽어나가다 보면 '만약'이라는 상상이 얼마나 즐거운지 생각하게 된다. 친구랑 웃기는 상상을 이야기 하면서 픽 하고 웃을때처럼 말이다.

 

  마치 동화 속 이야기를 생각할 때 처럼, 우리 안에 숨겨져있던 동심을 슬쩍슬쩍 끄집어내는 책. 각각의 짧지만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들에 '어, 이런 상상도 할 수 있구나'하고 놀라게 하는 책. 한번은 생각해본 상상이 이야기로 펼쳐진 모습을 보고 흐뭇해지는 책, <슈퍼맨 로망스>. 이 책을 만들어낸 작가의 머릿속에 어떤 것들이 들어 있을지 더더욱 궁금해진다.


 

 

  

   나는 기억들이 떠오를 때마다 따뜻하게 위로해주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어떤 이유를 통해 할 일 없이 놀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그건 어쩌면 그 사람이 무심코 지나쳐버린 기억들이 너무도 많아 이제는 자신들을 기억해달라며 그 주인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다. 마치 어머니의 애정을 바라는 투정 가득한 아이처럼. (36p)

 

  "이모 하늘에 달을 켜졌어요." 조카의 말을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걸려다. 그리고 나는 달이 켜졌다는 아이의 말이 전등이 켜졌다 꺼졌다. 하는 것을 하늘에 뜬 달에 갖다 붙인 표현임을 이해했다. 정확한 표현을 가르쳐 주어야 하나 고민이 된다. 하지만 네 살 아이의 순수한 동심이라고 생각하면 그저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54p)

 

  혜성이 사라진다. 혜성은 그 커다란 불꽃을 몸에 휘감고 우주 너머로 빛을 내며 사라졌다. 그런데 영희의 마음에 불쑥 이상한 감정이 느껴졌다. 그건 자신이 가장 처음 미술을 좋아하게 되었을 때의 기분과 비슷했다. 설레는 감정.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느낌. 영희는 가슴 속에 그날의 열정이 다시 불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132p)

 

  궁상맞은 인생.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분명 어릴 적 나는 슈퍼맨이었는데 부러울 거 하나 없는 우리들의 영웅이었는데. 여전히 슈퍼맨인 지금 무엇이 변했기에 인생이 이토록 힘겨워졌을까. 나는 이 날도 이런저런 궁상을 떨며 슈퍼에 앉아 물건들을 팔고 있었다. (252p)

 

 


 

작가님에게 선물받은 사인본 <슈퍼맨 로망스>. 덕분에 읽으면서 재밌게, 휴식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났다 :)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