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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 - 누구나 생애 한 번은 그 길에 선다
윌리엄 폴 영 지음, 이진 옮김 / 세계사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모든 인간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있다 <갈림길 - 윌리엄 폴 영>
살면서 우리는 수많은 갈림길을 만나게 된다. 저 멀리의 끝이 보이지 않는 그 여러개의 길에서 우리는 어떤 것들을 선택해야 옳은지 갈팡질팡하다. 내가 이 선택을 함으로써 벌어지는 모든 주위의 변화와 결과가 걱정되어, 그냥 무작정 걸어보기도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인 앤서니 스펜서는 오로지 물질과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다가 의문의 사고로 이상한 세계에 빠져드는 인물이다. 육체는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채로. 그는 (그의 영혼) 생각치 못했던 세계에서 성스러운 존재들을 만나게되고, 자신 안에 깊이 잠들고 있던 갈망과 사랑, 희망, 신앙과 같은, 생전에 바라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그는 영혼의 형태로 그 전에 살고 있던 세상 속으로 들어오게 되는데, 이야기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선택의 순간을 계속해서 맞닥뜨리게 되는 그의 두번째 이야기. 그는 '누군가를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고 이전의 삶을 되돌려 놓기 위해,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가 그들과 대화를 하고 도움을 받게 된다.
시종일관 진지하고 신성하게 읽게 된 <갈림길>. 세계사 서포터즈를 통해 원고를 한번 읽고, 완전히 책 모양을 갖추게된 이것을 두번째 읽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의존하는 믿음의 대상인 신앙, 그 기독교적인 의문점들을 이 책에서는 환상적으로 영상화된 텍스트로 그려내고 있다. 물론 이야기의 요소 자체가 신비로운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그보다 신비로운 것 투성이인 우리의 인생에서 우리가 일궈내야할 많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작가 윌리엄 폴 영은 진지하게 써내려가고 있다.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인 관계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이야기를 통해 나는 아마도 '모든 인간이 하나의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과 사람과의 입맞춤을 통해 미끄러져내려가는 주인공의 영혼을 봐도 그렇기도 하고. 그 보이지 않는 끈 사이에 수많은 선택의 길이 있고 또 그 길에 갈림길이 이어져 있는 듯 하다. 그 엄청난 갈림길에서의 선택의 순간에서 우리가 어떻게 그것을 골라내야할지, 또한 어떤 마음으로 잡아야할지를 이 책은 생각하게 해준다.
그 셀 수 없는 선택들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오로지 그 길의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끝에서 황량한 자신을 발견하지 않으려면 자신의 영혼의 목소리를 믿고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위하는 것, 그것이 답인 것 같다.
희망사항이야말로 그의 적이었다. 만약에, 이렇게 될 수도 있었는데, 저렇게 되었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같은 생각들은 그의 에너지를 갉아먹었고 성공과 자기만족의 장애물일 뿐이었다.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것들, 소중한 것들이 있다는 말은 거짓이었고, 망상이었으며, 죽음을 앞두고 믿고 싶은 자기 위안일 뿐이었다. 일단 죽고나면 남는 것은 지나온 삶의 환상뿐이리라. 좋은 것이건 나쁜 것이건, 스쳐가는 허망한 추억들을 간직한 삶의 환상, 삶이 소중한 것이라는 신기루의 작은 단편들뿐이리라. 그 모든 것이 결국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라면 희망사항이 그의 적이라는 사실조차도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리라. 희망은 하나의 미신일 뿐 적이 될 수 없기 때문이었다. (38p)
지금 그는 세 가지 선택 앞에 서 있었고 그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전혀 알지 못했다. 놀랍게도 아무 것도 모른다는 사실이 오히려 위안이 되었다.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될 테니까. 그는 어떤 길이든 선택할 수 있었다. 그 자유가 그를 흥분시켰고 또 두렵게도 했다. 마치 불과 얼음 사이의 줄타기처럼. (46p)
기쁨과 즐거움을 꼭 팔아야만 가치가 있을까? 댐을 만들어 강물을 가두면 늪이 되는 법이지. (116p)
지금 당신에게 보이는 나의 모습은 당신의 기억이 조합할 수 있는 최상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어요. 내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당신의 기억과 상상력으로 빚어낸 거죠. 지금 당신은 뿌리를 바라보고 있는 뿌리예요. (227p)
중간지대와 이후의 삶은 당신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 잘한 것들로 지어졌어요.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잘못한 것이 여기서 중요하지 않다거나, 저절로 사라져버리는 건 아니에요. 그중 많은 부분이 어디서든 볼 수 있도록 주위에 널려 있어요. 가장 중요한 건 이곳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 짓는 겁니다. (233p)
믿음에는 모험이 따르죠. 관계에도 항상 위험이 따르고요. 하지만 결론이 뭔지 아세요? 관계가 없다면 이 세상은 아무 의미도 없어요. 어떤 관계는 다른 관계보다 좀 더 엉망이고, 어떤 관계는 오래가지 않고 또 어떤 관계는 힘들어요. 반면 어떤 관계는 수월하기도 하죠. 어찌 되었든 그 모든 관계가 다 소중해요. (367p)
"마지막 대화가 곧 그 사람은 아니다. 그 사람과 평생 맺어온 관계 전체가 곧 그 사람이다."
책 속에서 찾은 말. 릴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짧지만 강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