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서툰 사람들
박광수 지음 / 갤리온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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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수생각을 추억하다 <참 서툰 사람들 - 박광수>

 

 

 

 

 

 

  어렸을 때 읽었던 광수생각 시리즈를 기억한다. 누구나 한번쯤은 읽었을 정도로 열풍이었던 시리즈, 그리고 너무나 개성있었던 (이제는 너무나 유명해져버린) 글씨체가 매력있었던 만화 광수생각. 사랑에 대한, 살아가며 소소한 것들에 대해 광수 캐릭터의 모습으로 들려주던 광수생각은 정확하진 않지만 희미한 모습으로 남아있다.

 

 

  

 

<참 서툰 사람들>은 동네에 있는 중고 서점에서 만났다. 어린 아이가 쓱쓱 끄적이고 그린 것 같은 표지 때문에 내 손에 잡히게 되었던 이 책. 처음엔 광수생각 처럼 만화로 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만화보다는 그림, 포토 에세이 같은 느낌이다. 그 이유가 책 속 어딘가 빼꼼하게 언급되어있는데, 박광수 작가가 이젠 그림보다 글이 더 좋단다. 그래서 그런지 시, 에세이, 포토 에세이 등 이 책에는 많은 글이 담겨져 있다. 그런데 사실 그 글 중에선 좋은 글도 있지만 가끔은 보기 민망했던 글도 있다. 하긴, 그래서 서툴다는 표현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왠지 계속해서 넘기고 있었던 건, 옛날 광수생각 시리즈의 추억을 찾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 모습들이 조금씩 지워져가는 듯 해서 아쉬운 마음이 많았던 이 책. 좋아하는 광수체도 이제는 많은 이들에게 너무 많이 쓰여서일지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참 예쁜 책이긴 했지만 광수생각의 추억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겐 왠지 쬐끔.. 아쉬울 것이다. 이 아쉬운 책이 작가의 새로운 도전과 함께 했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긴 하지만..

  

 

 

   -  어떤 경기나 승부에서 이기려면 능숙함이 필요한 법인데, 내게는 그런 능숙함이 많이 부족했다. 그리고 만일 오늘이 어제와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라면, 이렇게든 저렇게든 다르게 해 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내게 오늘이라는 하루는 늘 생경한 새로운 출발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제의 나도 서툴렀고, 어제의 나도 서툴렀고, 불행히도 오늘의 나도 서툴다. (프롤로그)

 

  - 사람들은 말한다. 내가 힘들 때 같이 울어줄 수 있는 친구가 진짜 친구라고. 하지만 나는 그 생각에, 그 말에 동의할 수 없다. 딱한 처지에 놓인 사람 (친구이거나 타인이거나)이 울 때 같이 울어 주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누군가를 걱정해 주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다... 진짜 힘든 일은, 진짜 친구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따로 있다. 그건 바로 친구가 잘 되었을 때 진심으로 함께 기뻐해주는 일이다. (51p)

 

  - 우정이라는 그릇, 사랑이라는 그릇, 믿음이라는 그릇, 신의라는 그릇. 그 그릇들은 언제나 소중히 다루고, 잘 닦아야 하며 깨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각각의 그릇들은 품 안에 있을 때는 모두 아름답고 견고해 보이지만, 행여 잘못 다뤄 깨지기라도 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깨지기 전의 그릇은 아름답고 소중하지만, 깨진 그릇은 여지없이 칼날이 되어 내게 향하기 마련이다. 뒤늦게 후회하며 깨진 그릇을 어떻게든 붙여 보려고 애쓰다 손을 베이면 그제야 비로소 예전으로 되돌릴 수 없음을 알게 된다. 모든 것은 품 안에 있을 때 소중히 여길 것. 깨진 그릇에 손을 베이고 나서야 배운다. (서툰 이야기 5)

 

  - 당신과 헤어진 날 마치 군대에서 나눠 준 건빵 두 봉지를 먹은 것처럼 목이 메었다. 목이 메어 어느샌가 내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고개를 드니 밤하늘에 내가 그동안 흘린 눈물만큼이나 많은 별이 총총히 박혀 있다. 당신과 헤어진 날, 건빵 두 봉지를 먹은 것처럼 목이 메어 온 날, 밤하늘에 걸려 있는 별사탕을 세 개 따 먹는다. 아무도 모르게. (201p 별사탕)

 

  -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소중한 것들을 하나씩 지워 나가며 체념을 배우는 일이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내가 영원히 소유할 수 없는 것들을 인생에서 쓸쓸히 지워 나가며 스스로에게 체념을 가르치는 일이다. 해를 거듭하며 나이를 먹으며 깨달아야 하는 것은,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기에 아무것도 소유하지 말라는 지극히 간소한 삶의 정답. 생의 끝까지 가지고 가면 결국 제 스스로 힘들고야마는 지극히 간소한 삶의 정답. (207p 너의 결혼식장에서) 

 

 

 

아마도 이런 모습을, 광수생각 독자들은 기다리고 있었겠지?

그런 독자들을 위해 2012년에 광수생각 시리즈가 또 나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작가가 하고 싶은 '글'과 독자가 바라는 '만화'가 함께한

광수생각 : 오늘, 나에게 감사해. 이 책은 조금 더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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