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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것들의 나라
가쿠타 미츠요 지음, 임희선 옮김, 마츠오 다이코 그림 / 시드페이퍼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언젠가 꺼내보고 기억할 수 있도록 <잃어버린 것들의 나라 - 가쿠타 미츠요>
언제 어디서 없어졌는지도 모를, 그런 것들을 도통 찾을 수 없을 때가 있다. 내 경우에는 양말 한쪽, 머리에 꼽는 실핀, 고무로 된 머리끈들이 그런 것들이다. 도대체 그런 것들이 어디에 있는 거야 .. 하고 생각했을 때, 천계영의 만화책에서 잃어버린 것들이 모여사는 공간이 있지 않을까하는 의문을 심어주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이 책을 보니 그 만화의 온갖 잃어버린 소품들이 둥둥 떠다니던 장면이 떠오른다.
제목을 보고 상상하는 것처럼 책에는 다소 판타지스러운 요소들도 함께한다. 주인공 나리코가 동물의 말을 알아듣는다던지, 지독한 사랑때문에 생령이 된다든지 혹은 '진짜'세상에 있는 것과는 다른 분실물 창고 같은 것들이다.
잃어버린 것들.. 주인공 나리코에게 그 잃어버린 것들의 모습은 단순히 사물이거나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자세하고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감정들도 포함된다. 그것을 찾는 여정을 보면서 왠지 모를 공감이 들었고 가끔은 아련하고 찡한 장면을 상상할 수 있었다. 그토록 담담하게 써내려가던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조금씩 억눌러왔던 감정들이 분출하는 것 같았다.
세상을 살다가 우리가 가끔은 잃어버릴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두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렇게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이 가슴 속 작은 방에 살고 있고, 언젠가 꺼내보고 기억할 수 있도록 그렇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잃어버린 것들의 자리에 지금, 내가 있다는 것이다.'
- '응? 난 어디서 여기까지 멀리 온 걸까?' 아주 멀리서 여기 온 기억은 없었지만 그래도 그런 말을 들으니까 어디 먼 곳에서 오랜 시간을 들여 여기까지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사랑을 하게 되면, 아아 그렇구나, 바로 이것 때문에 내가......." (40p)
- 쓰레기 버리는 곳에 버려져 있는 곰 인형도, 나뭇잎들도, 야채가게 앞에 진열된 형형색색의 야채도, 새들도, 고양이도, 밥그릇도, 문고리도, 이제 나에게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 가끔씩 나는 가다가 서서 "저기......" 하고 작게 말을 걸어보았다. 무언가 나에게 대답을 해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나뭇가지들은 바람에 흔들릴 뿐이었고, 처마 밑에 달린 풍경은 산들바람에 맞춰 '딸랑'하고 울릴 뿐이었다. (51p)
- "어, 안 보이네, 어디 갔지? 했던 것들이 실은 모두 사라져버린 게 아니라 거기로 옮겨져 있는 거야. 거기 가면 틀림없이 내 카메라도, 네 왕관도, 그리고 어쩌면 유키도 다시 만날 수 있는 거지. " (76p)
- 언젠가 이게 그리운 추억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시간이 오래오래 흘러서 내가 생령이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내가 빙의했던 사람의 얼굴도 떠오르지 않게 되어버린다 해도 말이다. 그래도 나는, 다른 이들과 함께 한밤중 육교에서, 사랑이 무엇인가라는 중요할 수도 있고 별 것 아닐 수도 있는 이야기를 하면서 알사탕처럼 아름다운 달을 다 같이 올려다보았던 일, 바로 이 순간을 틀림없이 그리운 추억으로 떠올릴 것이다. (145p)
책의 일러스트가 굉장히 예쁘고 몽환적이라고 느꼈는데, 알고보니 그림을 먼저 그리고 거기에 글을 덧붙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림과 글의 분위기가 너무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 이 책도 읽어보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