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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대왕 ㅣ 사계절 1318 문고 7
크리스티네 뇌스트링거 지음, 유혜자 옮김 / 사계절 / 2009년 2월
평점 :
"짐은 트레페리덴 왕조의 구미-오리 2세 대왕이다"
갑자기 가족들 앞에 나타난 오이대왕의 첫등장은 이렇습니다ㅋㅋㅋ
이 책은 가족에 대한 청소년 도서인데 말썽꾸러기인 볼프강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볼프강의 가족은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누나, 막내동생 이렇게 6명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 집에, 흉측하고 물컹하게 생긴 오이대왕이 나타납니다. 이 오이대왕은 자신을 '짐'이라고 높여부르면서 가족들을 시종처럼 부리려고 합니다. 가족들은 모두 이것을 꺼리지만 아버지는 우스꽝스럽게도 이 오이대왕에게 충성을 다해요. 그리고 동정심 많은 막내아들도 후에 그를 도와주게 되고... 또 다른 가족 구성원들 각자의 행동이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몇몇 비밀도 밝혀지면서 그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부자연스러운 가정의 모습이 드러나게 됩니다. .
새겨보기
나는 현실이 아닐 거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가 이상하게 생겼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냥 아무 생각이 없었다 아무 생각도. 내 친구 조 후버는 이런 때 "머리가 서 버렸다!"고 표현했을 것이다. 다만 아빠가 "안 돼!"라는 말을 연거푸 세 번 외쳤던 것은 뚜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아빠는 늘 당신이 한번 안된다고 한 것은 끝까지 안되는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안 된다는 아빠의 말이 아무 효과도 발휘하지 못했다. - 14p
"제 침대에서 편히 주무시지요. 주무시는 동안 제가 전하를 지켜 드리겠나이다" 그 말을 할 때, 아빠는 웃지 않았다. 나는 아빠가 농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 29p
누나는 어머니에게 오이대왕과 아버지에 관한 말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막무가내였다 오이대왕 이야기는 듣고 싶지도 않은데다, 또 그것은 순전히 아버지 혼자만의 일이라며 매번 누나를 피했다. 그리고 어머니는 당신 앞에서 우리가 아버지에 대해 험담하는 것도 싫다고 했다. 자식으로서 그런 짓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세상에는 우리 아버지보다 안 좋은 아버지들이 얼마든지 있다는 거였다. - 82p
할아버지는 다만 우리가 그렇게 생각할 뿐이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오이대왕이 징그럽긴 하지만, 정상적인 가정에 나타났다면 그렇게 위협적인 존재로 취급받지는 않았을 거라고 했다. 어머니는 우리 가족도 지극히 정상적인 가족이라고 했다. - 87p
"모든 것을 다 좋아할 수는 없는 거야. 나쁜 것을 좋아하면 안 돼"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나는 내 말이 과연 옳은지 확신이 서지는 않았다. - 144p
오이대왕에 의해 가족들의 문제점들이 하나하나 밝혀지면서 볼프강은 분노하게 되죠. 특히 아버지는 보험회사의 오이황제를 만나게 해주겠다는 (?ㅎㅎㅎ) 오이대왕에 지나치게 헌신하게 됩니다. 그 모습이 참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합니다. 어쨌든 오이대왕의 문제에 대해서는 마지막 약간의 반전으로 행복한 열린 결말을 만들어냅니다. 가족들이 서로의 모습을 인정해가면서 하나하나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카프카의 <변신>이 떠올랐는데요. 어떠한 부자연스러운 상황이 온 후에 (변신에서는 주인공이 벌레로 변하죠, 조금 더 자극적이긴 하지만.) 변화하는 가족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그러나 결말에서 둘은 차이가 나죠. 청소년 도서임에도 조금 중요한 문제를 다룬 것 같은데 보시다시피 귀여운 어린아이의 말투에 가볍게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요즘 동화나 청소년 도서들 중 민감한 문제를 다룬 것들을 많이 발견하고 있어서 참 재밌습니다. 어린이들에게 보다 쉽고 재밌는 방법으로 다양한 정보를 알려줄 수 있는 이런 동화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