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패배자 - 한 권으로 읽는 인간 패배의 역사
볼프 슈나이더 지음, 박종대 옮김 / 을유문화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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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씁쓸하다고 생각되는 단어들 중엔 아마도 '패배'라는 단어도 있을 것 같습니다. '졌다'라는 말보다도 패배라는 말 한마디는 왠지 더 짜증나게 보이는 단어에요. 그런데 이걸 사람에 붙이니까 느낌이 확 오네요. 누군가에게 '넌 패배자야' (사실 이렇게 말하는 건 번역투같지만) 라고 말하면 따라올 그 사람의 반응이 ........... 상상하기도 무서워요....ㅋㅋ 어쨌든 이 책에서는 패배자라는 모욕적인 단어에 '위대한'이라는 말을 붙여 조금은 순화시켜놓았습니다. 그렇지만 모순된 의미를 가지게된, 여전히 강렬한 제목에 끌려서 이 책을 읽게 되었네요. 아무래도 상반되지만 서로 극적인 의미가 붙은 탓인듯 합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이 패배자라는 칭호를 가지게 되었는지, 위대함이라는 말을 붙인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해졌어요.

이 책 <위대한 패배자>는 역사 속 패배자들의 패배이유에 맞추어 그들을 분류해 놓았습니다. 영광스러운 패배자들, 왕좌에서 쫓겨난 패배자들, 가까운 사람에게 내몰린 패배자들, 세계적인 명성을 도둑질당한 패배자들 등 종류는 다양합니다. 궁금하여 책을 펼치니 다른 책들보다 조그마한 글씨에 조금은 강의서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들어 지루해지는 찰나에 관심있던 인물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재밌는 이야기들도 찾게 되었습니다. (물론 지루한 부분도 있긴 있어요. 집중력 최고 발휘해서 읽으려고 안간힘 썼답니다 ㅎ.ㅎ)

 

 

인상깊었던 패배자들. 

 

 

열대우림의 피투성이 구세주 체 게바라

단두대의 제물이 된 사랑스러운 인간 루이 16세

토마스만의 그늘에 가려 살게 된 하인리히 만

괴테에게 발길질당한 천재 작가 렌츠

사후에 세계를 평정한 탕아 빈센트 반 고흐 

 

 

 

 

 

 

 

 

 

 

 

 

 

 

 

 

 

관심이 있었지만 직접 찾아보기는 힘들었던 사람들에 대해서 알게 되고 평소에는 관심이 없던 (이 이유가 세상에선 패배자였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사람들에 대해서 알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역사속 사실들과 실제로 남긴 말들을 통해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답니다. 물론 한 사람의 작가에 의해서 골라내진 패배자들이기 때문에 의견은 달라질 수 있겠으나 사람들의 관심밖에 나게 된 역사 속 인물들에 대해 새로 조명한 점에 대해서는 배우는 입장에서 정말 고마운 일이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제목과는 관련이 없지만 공감가는 말들 또한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나의 이야기를 군더더기 없이 가장 간결한 언어로 만들어내는 것은 에베레스트 산을 깎아 평지로 만드는 것만큼이나 힘이 든다. 너무 힘에 겨워 펑펑 운 적도 있었다. 문장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심장이 쪼그라질듯이 아팠다. 얼마나 그런 경우가 많았던지! 망할 놈의 문장 같으니! - 이사크 바벨

 

하나의 삶 이상을 살았던 사람은 한 번 이상 죽어야 하는 법이다 - 오스카 와일드

 

대중은 억압의 강도가 줄어들 때 그 억압적인 법을 무너뜨린다. 프랑스인들은 상황이 점점 더 나아질수록 그 상황을 더 견디기 힘들어했다. 혁명을 통해 생겨난 정부는 거의 항상 그 이전의 정부보다 낫다. - 알렉시 토크빌

 
     

 

 

 

 

헨리포드가 한 이 말은 책에 소개된 위대한 패배자들에게 모두 적용되지는 않았네요. 한번의 실패로 패배의 나락으로 빠져든 역사속 인물들도 있으니까요. 다시 영리하게 출발할 수는 있었으나 승리자가 되지는 못했어요. 이들이 실패 후 새롭게 출발해서 승리를 쟁취했다면 '위대한 패배자'가 아니라 '역전의 승리자'가 되어야 했으니까요. 생각해보면 결국 과정에 초점을 맞춘 '위대한'과 결과에 초점을 맞춘 '패배자' 라는 말이 합쳐진건데.. 작가는 위대한이란 단어에 조금 더 힘을 실어준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책의 앞과 뒷부분의 '안티히어로에 대한 예찬'에서 볼 수 있어요.

 

 

 

 

위대한 패배자라는 말은 다소 비꼬는 식의 반어법이 아니라 예찬이었어요.

 

 "승리자로 가득 찬 세상보다 나쁜 것은 없다. 그나마 삶을 참을 만하게 만드는 것은 패배자들이다."

결과만을 바라보고 승리만을 추구하는 우리들에게 다시한번 외쳐볼 수 있게 만드는 대목이에요. 어쩜 우리일지도 모르는, 세상에 가득찬 패배자.... 작가는 역사 속 인물 들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위로를 남겨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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