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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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어렸을 때 책을 많이 읽지 않았다. 고2~3학년때는 그렇다치고 그 전까지의 기간으로 보자면, 그 기간동안에 읽은 책들이 머리안의 지식들을 많이 형성해주는 거라고 나는 믿고 있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기때문에 만회하고픈 마음인지 스테디셀러를 많이 읽게된다. 예전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책들..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어느 북카페에 이 책이 꽃혀있었다. 책에 대한 건 알지도 못하면서, 저 오래된듯한 표지를 보고 이 책을 골랐던건 무슨 이유였을까 하고 웃음이 난다. (허세였었나?...하하) 그러면서도 두꺼운 페이지때문에 다 읽지는 못하고 나왔었는데.. 지금까지 읽어야지 읽어야지 해놓고서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은, 원제목인 노르웨이의 숲보다는 사실 더 직접적으로 내용에 힌트를 주는 느낌이었는데, 그렇기 때문인지 '상실'에 초점을 맞추어 소설을 읽게되었다. 그러다보니 다음에 내용에 올 '상실'을 예감하는 등.. 결과적으론 나쁜 점이 있긴 했다. 물론 다른 의견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원제가 더 마음에 든다.

 

책의 주요인물들은 오죽해야 갓 대학생밖에 되지 않지만, 그들의 사랑은 진득한 연애이야기를 보는 느낌이다.

가벼운 장면에서도 조금은 찝찝하고 ... 많은 부분에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게 있긴 했지만, 이야기를 매우 흥미진진하게 엮어놓아서 읽기에 부담이 되진않았다. 언뜻보면 무서울정도의 두께이지만 그것도 문제가 되진 않았다.

 

 [어떤 사람에게는 사랑이란 게 지극히 하찮은, 혹은 시시한 데서부터 시작되는 거야. 거기서부터가 아니면 시작되지 않는거지. -130p]

[1969년이라는 해는, 나에겐 어떻게 해볼 수도 없는 진창길을 떠올리게 한다. 한 발짝 발을 떼어 놓을 때마다 신발이 훌렁 벗겨질 것만 같은 깊고 끈적한 진창이다. 그런 진창 속을 나는 무척이나 힘겹게 걷고 있었다. 앞에도 뒤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그 암울한 빛의 진창만이 이어지고 있을 뿐이었다. ...내 주위 세계는 크게 바뀌어 가고 있었다. 존 콜트레인을 비롯한 이런저런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사람들은 변혁을 부르짖었고, 그 변혁은 바로 가까운 저 길 모퉁이에까지 다가와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런 모든 사건은 아무런 실체가 없는, 전혀 무의미한 배경그림에 지나지 않았다. -361p]

그렇지만 사실 단순히 연애소설이라고 볼수는 없는 근거들이 책 속 곳곳에 스며들어있다. 그 당시 일본사회의 배경과도 매우 맞닿아 있고, 자살같은 사회적 문제, 그리고 청소년들의 고민과 처음에 나온 회상씬을 보면 이것이 성장소설일까 하는 추측을 하게도 한다. 하지만 결국 그 끝에 모여든 것은 '사랑'이다.

 

[죽음은 삶의 반대편 극단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일부로서 존재하고 있다. .... 그것은 나에겐 지극히 당연하고 논리적인 명제로 생각되었다. 삶은 이쪽에 있으며, 죽음은 저쪽에 있다. 나는 이쪽에 있고, 저쪽에는 없다 -49p]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기즈키의 죽음으로 나의 어도어센스라고나  할 수 있는 기능의 일부분이 완전히, 영원히 손상되어 버린 것 같다는 느낌뿐이었다. 나는 그것을 확실하게 느끼고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인지는 완전히 나의 이해 밖의 일이었다. -134p]

그러나 그 사랑의 발단이라고 할 수 있는것이 '죽음'으로부터 왔기 때문에, 그 사랑의 전개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안불안한 것이었다. 그래서 더욱 비정상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던 주인공의 사랑들(모두를 '사랑'이라고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이, 생각해보면 그리멀지 않는.. 현실속에도 있을법한 사랑의 방법들일거라고 느꼈다. 상실의 정도는 누구나 다를지 몰라도, 책 속에서 나왔던 '끌림','책임','충동','죄책감'등에 대해서는 여러 사람의 공감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년여인이자 나오코의 친구인 '레이코'라는 인물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아마도 현실의 사람들과 주인공 와타나베의 차이점은 이 인물의 존재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이라 생각이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말들도 공감이 갔다.

어쨌든 결론은..

우울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음악처럼 밝은듯, 쓸쓸한듯 펼쳐낸 상실의 시대는 기대했던 것처럼 멋진 책이었다. 다음은 <해변의 카프카>다!

 

p.s 1. 소설을 다 읽고 비틀즈의 '노르웨이의 숲'을 들어보았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우쿨렐레 소리때문에 너무나 밝게 들리는 음악이어서 놀랬는데, 곧 빠져들었다. :) 요즘 기타를 독학하고 있는데 열심히 손가락연습해서 빨리 연주해보고 싶다!

2. 여러번 언급되는<위대한 개츠비>를 미리 읽어놔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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