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힌트 없음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30
안미옥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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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추천하는 마음

책 추천이란 조금 난감하고 어렵습니다. 다소 예민하고 민감한 사람으로서 무언가 추천한다는 것은 다소 일방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항상 들곤 하거든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워하는 '시'라는 장르는 조금 일방적이더라도 열심히 추천하고 싶어집니다. 같이 읽고 싶고요. 보다 많은 사람들이 많이 많이 읽어주었으면 좋겠어서요.

아직 시를 잘 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제는 시를 즐겨 읽는 사람이 되었어요. 그래서 신간이 나오면 꼭 읽게 되는 시인의 이름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안미옥 시인인데요. 시인님의 시집은 제가 시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할 때쯤에 처음 읽게 되었어요. 창비 시선 408번인 「온」이라는 시집을 읽었을 때 다른 시집을 읽었을 때와 다르게 저에게 너무나 편안하게 들어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온」에 수록된 시 한 편은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놓고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보기도 합니다.

더욱 명징해진 시들

문학이든 다른 예술이든 결론 지어지지 않고 더 많이 열려 있을수록 독자의 상황과 기분에 따라 다양한 해석과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열리면서 확장되는 것이 시의 매력인 듯합니다. 「온」을 읽었던 좋은 감정과 기대로 읽게 된 「힌트 없음」은 이전의 시집보다 더 명확하고 뚜렷한 이미지와 언어들이 가득했어요. 핀 시리즈 시인선이 대체적으로 분량이 적은 편인데, 수록된 시가 적어서 감각적이고 독특한 표현들이 가득한 시들도 분명 멋있지만, 평범해 보이는 언어들이 조합되고 반전되고 새로운 의미를 뿜어내게 되는 것이 저는 더 아름답게 느껴져요. 안미옥 시인의 시가 처음부터 끝까지 편안하게 읽혔던 이유는 어떤 시어들이 과장되거나 툭 튀어나오지 않고, 설정한 온도에 맞추어 명확한 이미지를 그려내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슬픔과 다른 모호한 감정들이 찬찬히 가라앉듯 펼쳐진 시들은 복잡한 세상 속에서 살면서 가끔 이해되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 위로를 받는 것 같았어요. 현실과 일상 속에서 건진 시인의 의문에 동조하기도 했고, 시인이 풀어낸 문장이 내 마음과 같다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마지막에 수록된 시인의 <후추>에세이를 읽으면서 다시금 감동했고요. "그러니 어떤 정당화와 뒤덮음 없이, 이해하려고 애쓰는 시간은 귀하다" (에세이 <후추> 중에서). 시집을 읽는 데에도, 문학을 읽는 데에도, 무언가를 쓰는 데에도,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도 적용되는 시인의 말은 큰 용기와 힘을 주는 것 같아요. 아쉬운 마음과 동시에, 시의 온도와 분위기가 비슷해서 하나의 작품으로 단단히 묶이는 느낌도 들었어요.


감각적이고 독특한 표현들이 가득한 시들도 분명 멋있지만, 평범해 보이는 언어들이 조합되고 반전되고 새로운 의미를 뿜어내게 되는 것이 저는 더 아름답게 느껴져요. 안미옥 시인의 시가 처음부터 끝까지 편안하게 읽혔던 이유는 어떤 시어들이 과장되거나 툭 튀어나오지 않고, 설정한 온도에 맞추어 명확한 이미지를 그려내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슬픔과 다른 모호한 감정들이 찬찬히 가라앉듯 펼쳐진 시들은 복잡한 세상 속에서 살면서 가끔 이해되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 위로를 받는 것 같았어요. 현실과 일상 속에서 건진 시인의 의문에 동조하기도 했고, 시인이 풀어낸 문장이 내 마음과 같다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마지막에 수록된 시인의 <후추>에세이를 읽으면서 다시금 감동했고요. "그러니 어떤 정당화와 뒤덮음 없이, 이해하려고 애쓰는 시간은 귀하다" (에세이 <후추> 중에서). 시집을 읽는 데에도, 문학을 읽는 데에도, 무언가를 쓰는 데에도,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도 적용되는 시인의 말은 큰 용기와 힘을 주는 것 같아요.





-<애프터>

솟아오르는 일과 / 가라앉는 일의 깊이를 알게 될 때

빛은 제 몸을 비틀어 / 직선의 몸을 갖게 되었다 / 직선으로 깨지게 되었다 - P15

<렌탈 테이블>

이상하게 // 손을 겹칠 수 있다는 것 / 말이 번진다는 것 / 문 뒤에 다른 문은 없다는 것

믿고 싶은 것의 목록을 말하는 입이 부서진다. 꼭 본 적 있는 사람처럼 말하지. 내가 하는 핀잔들이 컵에 담긴다면. 한꺼번에 전부 마셔볼 수도 있을 것이다. 불투명한 물. 쌀알들. 휘휘 저으며. - P35

<공 던지는 사람들>

나는 미래라는 말을 자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내가 쓰는 미래는 언제나 과거에 있었다 마치 태어나는 일처럼 //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해서

- P49

<힌트 없음 - 질문과 대답>

다정은 약한 부분을 깨뜨린다. 찌르는 것과 비슷한 맥락을 가졌다. 다정을 잘 아는 사람들이 있다. 깨뜨리는 것인데 안아준다고 착각하면서.

다정의 방향에 / 다정의 다음을 두고 있나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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