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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채우는 감각들 - 세계시인선 필사책
에밀리 디킨슨 외 지음, 강은교 외 옮김 / 민음사 / 2022년 12월
평점 :
2주 전에 민음사 세계시인선 필사책 「밤을 채우는 감각들」 책 수령 인증샷과 간략한 소개를 남겼었죠. 탄탄한 양장과 깔끔하고 감각적인 디자인, 두터운 내지로 필사하기 좋은 책이라 강력 추천을 남겼는데요! 이제 2주 정도의 시간 동안 직접 필사를 해보며 느꼈던 「밤을 채우는 감각들」 이야기를 전해볼게요.
민음사 세계시인선 필사책 「밤을 채우는 감각들」 은 에밀리 디킨슨, 페르난두 페소아, 마르셀 프루스트, 조지 고든 바이런 이렇게 네 명의 시인의 시가 순서대로 각 챕터대로 담겨 있어요. 무작정 그들의 좋은 시를 골라 가져온 게 아니라, 민음사에서 출간된 세계시인선에서 시를 발췌하고 제목도 그대로 가져왔어요. 네 명의 시인의 좋은 시가 막 섞여 있는 게 아니라 작가별로 나누어져 있으니
한 작가에 집중해서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순서대로.
마음에 드는 시를 골라 필사하고 싶다면 자유롭게.
취향에 따라 각자의 방법대로, 좋은 시를 읽으며 필사를 하면 될 것 같아요. 저는 처음부터 이 네 분의 시가 어떻게 다른지 느껴보고 싶었기에 날마다 자유롭게 책장을 넘겨 보면서 골라 필사를 진행했어요. 하지만 편의에 따라 순서대로 정리해서 보여드릴게요.
Chapter 1.
고독은 잴 수 없는 것, 에밀리 디킨슨
책을 사랑하게 되면서 에밀리 디킨슨의 이름은 참 많이 들어서 저의 책장에도 책이 있긴 하는데요. 에밀리 디킨슨은 19세기에 활동한 여성 시인으로 미국 문학계에 큰 획을 그었다고 하죠. 가정적인 배경과 건강, 여러 번의 정서적 위기로 오랫동안 은둔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것은 굉장히 상처를 주는데도 - / 상처 자국 하나 없어라. / 그러나 교감이 이는 내면에선 / 천둥같은 변화가-.” <한 줄기 빛이 비스듬히> 에밀리 디킨슨
오랫동안 세상과 단절된 채로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골몰했을 에밀리 디킨슨. 이제 우리는 빛나는 언어로 압축된 그의 세계를 볼 수밖에 없어요. 에밀리 디킨슨의 생애와 ‘고독은 잴 수 없는 것’이라는 제목은 참 닮아 있는 듯합니다. 이렇게 필사를 하면서 천천히 글자를 따라가다 보니, 작가의 내면에 깊이 빠져들어가게 되고 수록된 책들을 전체적으로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Chapter 2.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 페르난두 페소아
페르난두 페소아의 이름도 잘 알려져 있죠. <불안의 책> 으로도 유명한 페소아의 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시 뿐만 아니라 철학과 비평으로도 능통했던 페르난두 페소아.
“내게는 야망도 욕망도 없다. / 시인이 되는 건 나의 야망이 아니다. / 그건 내가 홀로 있는 방식.” <양 떼를 지키는 사람> 페르난두 페소아''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이라는 제목도 담백하지만 강렬한 의미를 주는 것 같아요. 이 말에 정말 공감하는 게, 시를 읽을 때와 쓸 때는 여느 때보다 나만의 세계를 꾸리고 얇은 살을 하나씩 붙여 나가는 느낌이거든요. 페소아의 시구절을 읽다 보면 그에게 '시'를 쓰는 것은 어떤 욕망과 야망에 맞닿아 있는 것이 아니라, 너무도 습관적이고 필수적인 행위인 것처럼 여겨져요.
Chapter 3.
시간의 빛깔을 한 몽상 - 마르셀 프루스트
제목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나요 ㅠㅠ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의 마들렌을 통해 향수를 떠올리는 도입부처럼 이 시집 속에는 오감을 활용한 그림과도 같은 시들이 담겨 있다고 해요. 어둡고 무거워 신비감이나 명확성이 떨어질지라도 꿈은 좋은 것. 삶 자체가 어차피 꿈꾸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 <시간의 빛깔을 한 몽상> 마르셀 프루스트
「밤을 채우는 감각들」 필사를 하는 날이면, 저는 오래 고민하지 않고 조금 속도감 있게 펼쳐 보며 바로 눈에 들어오는 시를 골랐는데요. 우연처럼 저 대목이 마음에 들어서 필사를 하게 된 것 같네요. 어쩌다 보니 오감과는 관계 없는 조금 비장한 시를 골랐지만요. 마르셀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라는 유명한 작품으로 소설가로서의 명성이 뛰어나기는 하지만, 그의 첫 작품집에 수록된 산문시들을 가져왔다고 합니다. 정말 제목이 다시 보고 다시 봐도 너무 아름다운걸요!
Chapter 4.
차일드 헤럴드의 순례 - 조지 고든 바이런
저는 바이런, 하면 늘 가수 이소라의 노래 가사가 생각나는데요 ㅎㅎ 바이런은 굉장히 혁신적인 시인이었다고 해요. 기존의 전형적인 시 형식을 탈피하면서도 낭만적인 색채를 잃지 않았다고 하죠.
밤은 사랑을 위하여 이루어진 것, / 그 밤 너무 빨리 샌다 해도 / 우리 다시는 방황하지 않으리 / 달빛을 받으며" - <차일드 헤럴드의 순례> 조지 고든 바이런
<차일드 해럴드의 순례>는 수록된 민음사 세계시인선 중에선 가장 최근작이었네요. 우리 다시는 방황하지 않으리,라는 대목에서 약간 청춘의 마음이 연상되기도 하고, 어쩌면 전혀 무관하게 사랑이라는 감정에 집중해서 읽게 되기도 하네요. 언어를 과하게 현란하게 만지지 않으면서도 적당한 무게감으로 아름다운 선율처럼 느껴지게 하는 바이런의 시 세계가 더욱 궁금해집니다.
저는 상대적으로 외국 시나 세계시인선을 읽는 데는 소홀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번 민음사 세계시인선 필사책 「밤을 채우는 감각들」 필사를 하면서 외국 시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진 것 같아요. 책장에 있는 민음사 세계시인선을 이제는 열심히 꺼내 봐야 할 것 같아요. 리뷰로 마무리하지만 남은 페이지들 필사도 틈틈이 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