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오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
필립 스테드 지음, 에린 스테드 그림, 김경주 옮김, 마크 트웨인 원작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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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동화를 읽습니다. 예전에 동화를 잘 몰랐을 땐 편견이 있었어요. 이야기 흐름이 비슷하게 흘러간다던가 결말을 예상할 수 있다던가 하는 것이었죠. 그러나 세상에 수많은 가지각색 책들이 있는 것처럼, 동화도 생각보다 꽤 다양한 방식으로 쓰인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권선징악에 맞춰진 행복한 동화도 있었고, 어린이들이 봐도 괜찮을까 싶은 어두운 동화들도 있었고, 역사적 사실을 가감 없이 다룬 동화들도 있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지 못했을 뿐, 아이들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발달시켜줄 수 있는 책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이 책 또한 꽤 독특한 느낌이 드는 동화입니다. 마크 트웨인 원작이라고 적혀 있지만 리메이크나 재출간이 아니라, 미완성된 동화를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이 완성한 방식이에요. 1879년에 작가 ‘마크 트웨인’이 두 딸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만들어낸 이야기는 대략 16쪽의 스토리로 과거를 건너 현재로 오게 되었습니다. 매력적이고 신비스럽지만 완성되지 못했던 동화는 이야기의 얼개를 유지하며 두 작가들에 의해 아름다운 그림책으로 다시 만들어졌지요. 이러한 사연에 따라 이 동화가 갖고 있는 독특한 점은 책의 중간중간 과거의 작가 (마크 트웨인)와 현재의 작가 (필립, 에린 스테드)가 가상으로 대화하며 해설하는 장면이 들어가 있다는 것입니다. 원작자에게 존경을 표하는 동시에, 툭툭 던지며 장난스레 대화하는 말투 덕분에 그림책의 이야기가 더욱 산뜻하고 독특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동화의 초반을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가난하고 불행한 소년 ‘조니’에게 갑작스럽게 슬픈 일이 닥쳤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의 유일한 친구였던 닭 ‘전염병과 기근’을 시장에서 팔아오라는 할아버지의 호통이었습니다. 포악한 왕이 지배하는 세상은 치열하고, 어른들은 각자의 삶만 바라보았지요. 퉁명스럽고 불친절한 사람들 사이에서 치이고 치이던 조니는 눈물을 흘렸고, 그 앞에 우연히 한 노파가 나타나 ‘한 푼만 달라’며 구걸을 하게 됩니다. 허름하지만 그 속에 숨겨진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얼굴을 발견한 소년은 그의 친구 ‘전염병과 기근’을 행복하게 해주는 조건으로 노파에게 닭을 선물하지요. 소년과 진정한 친구 닭에겐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책 제목에 쓰인 ‘올레오 마가린 왕자’는 또 왜 등장하는 것일까요.

“세상은 아름답고도 위험해 / 기쁘기도 슬프기도 해 / 고마워할 줄 모르면서 베풀기도 하고 / 아주, 아주 많은 것들로 가득해 / 세상은 새롭고도 낡았지 / 크지만 작기도 하고 / 세상은 가혹하면서 친절해 / 우리는, 우리 모두는 / 그 안에 살고 있지” (99쪽)

이야기의 중반, 큰 그림으로 표현된 노랫말이 머릿속에 깊이 각인됩니다. 무척이나 현실적이면서도 신비스러운 동화 <올레오 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의 느낌을 한눈에 보여주는 것 같아요. 곧이곧대로만 살 수는 없는 세상, 누구에게나 불행과 행복이 찾아올 수 있는 모순된 삶의 무게를 보여주기에, 이 책은 약간 무게감이 있는 편입니다 (아이들은 행복하게만 볼지도 모르겠지만요). 몽글몽글하게 예쁜 그림들이 가득 차있는 책이지만 글밥도 많은 데다가 현실과 이상을 생각할 수 있는 동화라서 초등학생 고학년 자녀와 어른이 함께 생각하며 보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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