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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의 루시 - 루시 바턴 시리즈 ㅣ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8월
평점 :
코로나 시국을 시간적 배경으로 코로나가 이야기의 큰 사건의 중심축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왜 좋아하지 않는지는 모르겠다. 이 책 <바닷가의 루시>에서 루시가 "윌리엄은 부정적인 이야기는 전혀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라고 말했던 것 처럼 나도 같은 이유로 코로나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 싶어하지 않는걸 수도 있겠다고,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아무튼 그렇기 때문에 책 소개부터 팬데믹 시기에 록다운 중인 루시의 이야기라고 쓰여진 이 책을 읽기 사실 조금 망설여졌다. 이전의 루시 3부작 시리즈를 너무 재밌게 읽었기 때문에, 그 여운이 아직도 내 마음 속에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에, 너무나 '오늘날'의 루시를 읽어서 내 여운이 깨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루시의 이야기인데. 그래도 읽어야지, 내가 별 수 있겠나?
역시 이야기는 코로나로 시작이 된다. 코로나와 록다운으로 시작되는 이야기. 아, 나 이거 읽을 수 있을까? 초반에는 윌리엄과 루시, 그리고 코로나와 록다운이라는 단어가 서로 붙지 않고 너무나 이질적이어서 적응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책을 펼친지 몇 분 되지 않아 나는 이야기에 푹- 빠져들 수 있었다. 역시, 루시. 역시,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나의 록다운이 생각이 났다. 오래 만난 전 애인의 부모님집으로 주말에 놀러 갔는데 그 사이에 봉쇄령이 내려져, 그 끝이 언제일지 모르고 함께 생활했던 그 시골 전원 주택. (결과적으로 나는 그 집에 총 5주 동안 갇혀 있었다.) 내가 만약 파리에서 록다운이 되었다면, 그래서 그렇게 바글바글 많은 사람들과 부대껴야하는 장소에서, 그리고 그 당시 3평 남짓 되는 내 작디작은 파리의 단칸방에서 갇혀 지냈다면.
이 책이 하고자 하는 말 중 단 한 가지만 꼽으라면 이것을 고르겠다.
우리가 하는 거의 모든 일은 언제가 마지막인지 모르고 지나간다는 것.
루시가 마지막으로 딸을 안아본 게 언제인지 기억할 수 없는 것 처럼. 그 순간은 그것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모른채로 지나간다는 것을.
다른 많은 이들처럼, 나도 그것이 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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