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이 마을에서
사노 히로미 지음, 김지연 옮김 / 문예춘추사 / 2023년 8월
평점 :
품절


작년에 이 책을 한국에 오는 비행기 안에서 읽으려고 ebook으로 살까 말까 하다가 결국 사지 않고 장바구니에만 넣어두고 다른 책을 샀었더랬다. 그렇게 새로 차곡차곡 쌓인 책들에 파묻혀 저 뒤편으로 사라진 책이었는데 며칠전 다락방님께서 읽는 걸 보시고 '아 맞다 이 책 나도 읽고 싶었지!!' 하고 동네 알라딘 매장에서 찾아봤는데 있어서 바로 샀다. 그리고 그 날 홀라당 다 읽어버렸다.


책은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동네'와 '이웃'을 소재로 다루는 일본 현대 추리소설/스릴러물답게 역시 하고픈 이야기는 단체생활의 폐쇄성, 그런 집단이기주의가 가져오는 패악. 이런 거고 그거 플러스, 이 세상의 악은 절대악인 한 사람만이 가해자인게 아니라, 그 악한 시스템에 '어쩔 수 없다', '원래 그런거다', '이게 다 모두를 위한 것이다' 라는 각자의 자기 합리화를 하며 정신을 차리고 보면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추동자들, 방관자들, 간접 가해자들, 2차 가해자가 되어 있는 오늘날의 현대인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그런 교훈적 스릴러물이다, 라고 소개할 수 있겠다.


다만 별을 하나 깎은 이유는주인공이 자신의 딸과 마키를 자꾸만 동일시하는지, 그리고 그 부분이 이야기의 꽤 중요한 축을 차지한다는 점이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대부분의 등장인물처럼 마사키의 딸 에리도 '애초에 잘못한 폭력의 근원'은 아니지만 2차가해자 혹은 간접 가해자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유일하게 가해자가 아닌 사람은 모치즈키 모녀, 모치즈키 료코와 모치즈키 마키 아닌가?

(근데 자꾸 모치즈키라는 이름을 볼 때 마다 모차렐라 치즈가 생각이 났다...........)

아 맞다, 그리고 조력자로 등장하는 곤도씨도 제외하고. 

그럼 에리와 마키는 나이대가 비슷한 여성이라는 점 말고는 비슷한 점이 없는데 자꾸 마사키가 마키를 자신의 죽은 딸과 동일시하는 점이 서사를 끌고 가기 위해 조금 억지스런 부분이 없지 않았나..하는 마음에 별은 하나 빼기로 했다.

아무튼 재미와 더불어 시사할 점도 상기시켜주는 그런 스릴러 추리 소설을 몰입해서 하룻밤사이 후루룩 읽고 싶다? 이 책을 읽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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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8-22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리도 2차 가해자, 간접 가해자이긴 하지만 이 책의 전체적인 맥락처럼 그 시스템에서 살아남기를 선택해 가해자가 된거잖아요. 그런 지점에서 자꾸 언급이 됐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집단이기주의, 시스템에 동조하는 건 주인공도 그랬고 주인공의 딸도 그랬고, 변호사(이름 기억 안남)도 그랬고, 여하튼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곳 어디에서도 그런 입장이 될 수 있다, 뭐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했고 그걸 드러내려다 보니 자꾸 (가해자로서의)에리와 (피해자로서의) 마키 를 함께 보인거 아닐까... 합니다.

저도 최근 읽은 일본 추리 소설 중에 이게 제일 나았어요.
저는 어제 또 새로운 추리물을 집어들었습니다. 사회물이랍니다. 다 읽고 백자평 쓰겠습니다. 으흐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