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가는 길
마종기
안녕하세요, 당신
몇 장의 바람이 우리를 지나간 뒤에도
상수리 나무는 깊이 잠들어 코 고는 소리를 내고
우리도 그렇게 태평한 하룻밤을 가지고 싶네요.
돌아다 보면 지나온 길은 누구에게나
어렵고 몸 저리는 아픔이겠지만
낯선 풍경 속에서 아직도 서성거리는
안녕하세요, 당신
그 어디쯤, 생각과 생각 사이의 공간에서
귀를 세우고 우리들의 앞길을 엿듣고 있는
같은 하늘 아래 근심에 싸인 당신,
당신의 탄식이 문득 우리를 불밝혀 주네요.
너에게 주노라, 세상이 알 수도 없는 평화를
너에게 주노라, 너에게, 세상이 알 수도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