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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배우들이 좀더 다양한 커리어 쌓게 환경 조성되어야

배두나가 대단한 배우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사람은 드물다. 그녀는 마임과 마술의 재능을 지니고 있는 배우다. 흥행에는 실패한 영화 <튜브>의 타이틀에서 그녀는 양손으로 매혹적인 발레를 연출해낸다. 박찬욱 감독이 <복수는 나의 것>에서 그녀로 하여금 수화로 말하게 한 것은 놀랄 일도 아니다. 올 여름 나는 연극 <선데이 서울>에 출연한 배두나를 볼 기회가 있었다. 행주로 테이블을 닦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그녀가 자주 서민 출신 여자 역을 연기하는 이유가 화장을 하지 않고 등장하는 것을 받아들였기 때문이 아니라 수천개의 일상적인 동작에 그녀만의 매력을 부여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의 움직임은 끊어지는 법 없이 부드럽게 연결된다.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담뱃불을 붙이는 그녀, <복수는 나의 것>에서 전단지를 나누어주는 그녀를 보라. 이런 가장 평범한 동작을 표현하는 방법이 영화의 본질 자체, 무성영화(물론 채플린 같은)와 관련된 것이다. 배두나는 그래서 움직임의 연기자다. 그녀는 갇혀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영화인들은 그래서 그녀를 인천으로 향하는 마지막 기차에 뛰어 올라타게 하고(<고양이를 부탁해>), 배구를 하게 하고(<굳세어라 금순아>), 테러리스트로부터 탈출하게 하는 것(<튜브>)을 좋아한다. 상대역을 삼킬 듯 바라볼 때(<청춘>)의 그녀의 시선은 매력적이며 요염하기까지 하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 그녀의 시선은 우리에게 도움을 청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배두나는 자신의 육체를 원자재로 하여 창조하는 예술가이다. 가느다랗게 뻗은 긴 실루엣에 놓인 어릿광대 같은 얼굴로 그녀는 여러 영화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펼쳐 보인다.

데뷔시기에 대중의 호기심에 큰 바람을 일으킨 그녀는 그뒤 자기 커리어에 연속성을 더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 그녀의 위치는 한국영화의 갑작스런 성장의 한계를 보여주는 듯하다. 그녀는 조역을 맡기에는 너무 카리스마적이고 다수의 대중의 마음에 들기에는 너무 독특하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한국에는 다수의 대중 외에는 대중이란 없다. 주요 배역을 얻기 위해서는 타협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많은 배우가 영화를 하기 때문에 유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광고나 TV활동을 통해) 유명하기 때문에 영화를 하게 된다. 연기자로서의 재능 외에도 대중의 마음에 들게 하는 재능 또한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연기생활에 다른 방향을 제시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것이, 위에서 말한 유의 연예인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있는 영화인들의 수가 폭넓은 연기자들의 양성소를 보유하기에는 너무 적기 때문이다.

프랑스에는 소피 마르소와 이자벨 아자니 또는 에마뉘엘 베아르 옆에 카랭 비야, 실비 테스튀드 또는 올해 여름 연기생활 20년을 맞아 축하를 받은 베아트리스 달 같은 비정형의 배우들을 일선에 남아 있게 하는 팬들이 있다. 미국에는 스칼렛 요한슨과 제니퍼 제이슨 리가 니콜 키드먼 옆에 존재한다. 이 두 부류는 상호 비침투적이지 않다. 멕 라이언은 제인 캠피온에게서 연기의 맥을 찾을 수 있고, 할리 베리와 샤를리즈 테론은 독립영화에서 톱모델로서의 이미지를 포기할 수 있다(오스카상을 획득하면서 말이다).

한국영화는 이러한 두 번째 허파 없이 완벽하게 숨을 쉬고 있다. 여러 차례의 성공은 인기가 확실히 보장된 인물들만을 전방에 내세우는 정책의 효과를 증명했다. 그렇지만 이런 경향은 두 번째 호흡 위를 짓누르는 베개와 같은 무게를 갖는다. 동시에 재능과 개성의 좀더 많은 다양성을 꽃피우는 데 제동을 건다.

아드리앙 공보/ <포지티브 기자> 영화평론가, 번역 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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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털이 2004-09-17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재욱이 드라마 <짝>에 나올 때만 해도 좋아했는데 <별은 내가슴에>로 너무 뜨면서 변해 버렸고, 강대욱이 <카이스트>에 나올 땐 매력있다고 생각했는데 지성이라는 이름으로 <올인>을 찍으며 뜬 이후엔 또 예전같은 느낌이 없어진 것 같아요. 차태현이나 김정은도 그렇구요. 만약 배두나와 이나영이 앞으로 그렇게 뜨게 된다면 어떻게 변하게 될까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