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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과학
전방욱 지음 / 풀빛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단백질을 정제하는 틈틈이 '수상한 과학'을 읽고 있는데 때 맞추어 황우석 교수팀에 대한 Nature의 기사들이 각 뉴스 사이트에 떠올랐다.
http://www.hani.co.kr/section-004000000/2004/05/004000000200405061439719.html
http://www.hani.co.kr/section-005100030/2004/05/005100030200405092103201.html
논란이 된 난자기증자의 문제는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으니 일단 논의에서 제외하더라도, 그 팀은 정말 뉴스메이커임에는 분명하다. 요즘 생명과학분야 기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 만큼 책임있는 태도를 보여주면 조금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이번 기사들을 보고 또 해보았다.
책 이야기로 돌아가야겠다. 이 책, 좋은 책이다. 분자생물 분야에 전혀 지식이 없는 사람이 읽기에는 조금 어려울 거 같기도 하다. 하지만 동종업계종사자--;와 정책 입안자 혹은 결정자라면 반드시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다. 연구하는 사람들, 그리고 연구전반을 아우르는 연구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이 계속 생각해 봐야 할 문제를 짚고 있기 때문에 '이책이야말로 권장도서'라는 제목을 붙였다.
책은 '과학자 구보씨의 하루'로 시작한다. 실험에 지쳐있는 대학원생 구보씨는 복제배아를 연구한다. 묵묵히 연구하는 자신들의 노고를 치하하진 못할 망정 생명윤리를 들먹이며 감놔라 배놔라 하는 사회단체가 그는 못마땅하다. 아니 우리가 난치병을 고치겠다는데!
실제로 연구하는 사람들 중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과학적 활동의 사회적 의미와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보는지 모르겠다. 모르긴 몰라도 많지는 않을 것이다. 저자가 책머리에서 썼듯이 매일매일 '구체적인 과학적 과제와 씨름하다 보면 연구계획서에 써 있는 연구 목적, 기대 성과와 활용방안'은 잊혀진다. (특히 나는 기대성과와 활용방안을 잘 잊는다.==;) 그러면서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급급해지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특히 민감한 이슈를 다루는 분야일수록 일파만파가 된다.
이 책에서는 유전자조작식물과 배아복제 문제를 중심으로 학계와 사회에 퍼졌던 여러 스캔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가치중립적이라고 믿는 과학의 결과물 조차도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 특히 산업과 결부되어 돈이 오고가는 문제가 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 진다는 것이 여러 예를 통해 여실히 들어난다. 과학적 결과물을 발표할 때 따라야 하는 동료과학자들의 심사과정이 배재된 언론플레이가 과학 그 자체에 어떠한 해를 끼칠 수 있는지는 7장과 8장(豚벼락 돈벼락, 섹시한 과학자)를 읽으면 알게 된다.
문제는 욕망이다. 나는 세계최초.를 노리는 '섹시한 과학자'들의 마음에 있는게 진정 진리를 향한 열망이라 믿지 않는다. 기초과학에 대한 안정적이고 고른 지원대신 '선택과 집중'의 논리로 될 분야만 키우자는 주장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듣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제대로 된 과학자, 정치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돈도 좋고 경쟁력도 좋다. 그러나 그거보다 더 중요한 건 인간이고 사회다. 과학도 인간을 인간답게 살 수 있게 하는데 도움이 될 때 사회의 호응을 받는다. 이를 위해 저자가 지적한 대로 생명과학도와 생명과학자에 대해서는 윤리교육이 이루어져야 하고, 대중에게는 다각화된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이 전해져야 한다. 다양성은 여기서도 중요하다.
ps. page 221, 아래에서 6번째 줄 Reference가 잘못 달렸습니다. 22) ->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