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주의자들이여! 공부 좀 합시다
『깨어있는 시민을 위한 정치학 특강』을 읽고
 


2010년 03월 31일 (수) 17:42:05 김두수 kimdoosoo@empal.com
 


   
 

1. 나는 진보주의자다.

세상 사람들이 나를 쉽게 이해하려면, 진보주의자라는 명칭보다 ‘노빠’로 불렸던 과거가 있는 사람이라는 설명이 더 나를 잘 설명할지도 모르겠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노선과 정책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보면, 소위 ‘노빠’가 맞다. 현재 민주당에 최고위원으로 있는 안희정이나, 국민참여당을 창당한 유시민, 무소속인 이해찬, 경남도지사 후보인 김두관과 함께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보면, 주류 ‘노빠’는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다른 식으로 표현하면 노무현의 길을 비판적으로 성찰하자는 입장에 있는 진보주의자다. 한국정치에서 자칭 진보라고 말하는 좌파사람들은 ‘노빠’를 진보라고 하기 보다는 ‘자유주의자’, 또는 ‘신자유주의 추종자’라고 명명하고 있다. 진보좌파들은 흔히 하는 말로 “진보진영으로 같이 하려면 반성문을 쓰면 그때부터 함께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한 때, 안희정이 정치적 수사로 ‘친노세력은 폐족(廢族)’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정치이념세력으로 폐족에 가깝게 취급받아 왔다.

이런 노빠들에게 정치적 복권의 기회가 왔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지방선거에서 당선되는 것도 복권이겠지만, 노무현의 집권기간에 진행했던 각종 정치와 정책 방향이 진보의 길이었다고 재정리가 될 때, 즉 정치 이념적 측면과 가치에서 복권이 되어야 진정한 복권이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박동천 교수의 책 『깨어있는 시민을 위한 정치학 특강』은 한국사회에서 진보적 가치와 정책을 둘러싸고 있는 허구적 프레임을 깨뜨리고 진보의 내용과 본질을 바로 보게 한다. 자칭 타칭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세력의 벌거벗은 실체를 보게 해 주고 있으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2. 박동천 교수를 몰랐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박동천 교수의 책을 사기 전까지 잘 몰랐다. 프레시안에서 『깨어있는 시민을 위한 정치학 특강』이라는 책 광고를 보는 순간, 또 하나의 노빠책이거나, 노대통령의 죽음을 계기로 나온 여러 책 중에 하나거니 했다. 나는 최근까지 노무현의 실패에 대한 정치적 지적(知的) 탐구를 계속하고 있으면서 박동천 교수의 글을 접하지 못했다는 것은 순전히 나의 지적 게으름 때문이지만, 조금 변명을 한다면, 그만큼 진보를 말하는 자들의 기반이 취약하다는 반증이라고 우겨도 될 것 같다.

프레시안에 들락거리다가, 우연찮게 첫 화면 톱으로 뜬 서평과 논쟁을 잠깐 훑어보고는 나도 사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논쟁의 대강을 보면서 마음한편에서 약간의 동요가 왔다. 뭔가 나의 머리 한편을 자극하는 심상치 않은 느낌이 왔다. 읽고 싶은 욕구에 지난 주말에 책을 구해서 3일 동안 계속 읽었다. 우선은 첫 장에 “한국 정치의 문화적 진보를 위해 이 책을 바친다.”는 헌정이 마음에 들었다. 머리말에서 박동천 교수는 한국에서 정치학자로 산다는 것이 썩 편한 일만은 아니다고 했는데, 나는 정치인, 그것도 공직진출에 실패한 정치인으로 산다는 것도 마찬가지 심정이다. 2007년 열린우리당이 해산되고 난 후, 노무현의 정치가 왜 실패했을까하는 원인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연구해 온 사람으로서 박 교수의 고민에 동감할 수밖에 없다.

정치인의 입장에서 서툴지만, 느낌 소감을 공개적으로 제기해 보고 싶었다. 아직까지 제대로 검색해 보지 않아서 장담을 못하겠지만, 박동천 교수의 글에 대해 정치인들이 입장을 밝힌 것을 보지 못했다. 정치적 논란에 빠질 수 있는 주제로 직접적으로 정치인의 실명과 학자들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정치적 책임을 묻는 분야도 여러 곳 있는 글이다. 나는 아직까지 공직에 진출해 보지는 못했지만, 진보진영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청춘(?)을 바쳐왔던 사람으로서 한편으로 공감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이견이 있는 점을 편하게 서술해 보고자 한다.

약간의 개인 이력이 설명되어야 나의 주장이나 생각이 잘 이해될 수도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쟁점이 생긴 지점에서 그때 당시의 나의 현장경험과 비교하면서 정리해 보고자한다. 박 교수가 지적하는 상당한 분량은 내가 정치라고 하면서 핏대 올렸던 수많은 쟁점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3.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박 교수는 우선 ‘인민’이라는 단어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정치학자가 ‘인민’이라는 말을 쓰는 게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우리사회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쓰레기신문’이 활개치고 있는 상황에서 금기어에 해당하는 ‘인민’이라는 말을 적재적소에 사용해 줌으로써 약간의 긴장감을 불러왔다. 그래서 무의식중에 책에 집중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또한 지역주의가 한국 정치의 가장 큰 현안이라고 생각해 왔고, 이를 극복하는 것이 정치개혁의 출발이라고 실천해 온 나로서는 순간 허망한(?) 느낌까지 들었다. 지역주의 프레임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솔직하게, 그리고 과감하게 해체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촛불집회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서 내 마음 한 구석에 있던 불편함을 개념적으로 실천적으로 말끔하게 정리해 주었다. 정치에서 욕망 드러내기, 즉 세속화가 민주주의의 기초라는 사실, 정치와 도덕의 확실한 분리까지 거침없이 진도를 나갔다. 한국 좌파진보가 입만 열면 ‘신자유주의’로 시작해서 ‘신자유주의’로 끝이 나는 고질병을 공개했다. 또 하나의 작은 보너스로 철학적 개념에서 관용(寬容)이 아니라 관인(寬忍)이 필요하다는 세심하고 적확한 용어정립까지 서비스를 받았다.

박 교수는 이 책의 화두로 노무현이 2002년 1,201만 표를 얻었는데, 이명박이 2007년 1,149만 표를 얻으면서 정동영, 문국현, 권영길을 다 합해도 430만 표(약 16%)의 이동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했다. 소위 그네투표(유동투표, swing voting)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문제의 출발이라는 것이다. 박 교수의 화두는 내가 속해 있는 ‘사회디자인연구소’의 문제의식과 존재이유하고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동지를 만나게 분명하다.


4. 진보의 개념을 재정리했다.

나는 일단 불편했지만 수용했다. 박 교수가 사용하는 좌파, 좌익, 진보 모두를 통칭하는 의미에서, 그리고 상대적 개념으로써 정치적 공방에서 상대적 입지선정의 문제로 이해하는 시각에서 ‘진보’라고 부르기로 했다는 점을 수용했다. 용감한 자칭 ‘좌파’들은 자기들을 일컬어 진보라고 부르는 것도 불만이었던 적도 있었지만, 요즘은 자유주의세력과 구별하는 의미에서 진보라는 개념을 수용하고 있는 것 같다. 진정으로 진보라는 이름이 정치적 주도권을 잡으려면, 내부에 있는 혁명적 정서와 전민항쟁이라는 심리적 기조를 버려야 할 것이다. 벌써 10년 전에 있었던 일이지만, 진보정당 창당(민주노동당) 기획국장으로 당명을 ‘사회민주당’으로 제안하고 의회주의 노선을 제안했을 때, 극도로 반발하면서 ‘합사개(합법주의, 사민주의, 개량주의자)’로 공격받았던 일이 생각난다. 10년의 세월동안 15명이 진보정당의 이름으로 국회의원이 되는 현실정치의 당위를 받아들인 흔적이 역력하지만, 이념적 밑바닥에 아직도 남아있는 좌파근본주의자의 사상을 청산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박 교수의 책이 거듭나는 좌파탄생을 도와줄 것이 분명하다.

보수와 진보의 구별에서 합리적 입장을 취하는 것이 대체로 진보적 선택이라고 하면서 합리성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이 정치에서는 오히려 대립과 분쟁을 유발하는 요소라는 지적에 속으로 뜨끔했다. 나는 합리주의자로 자칭해 왔다. 그래서 “합리성이 정치를 초월하는 개념이 아니다.”는 점은 합리주의자임을 자처했던 나에게 사회에서 다양한 국면, 양상, 맥락을 살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일례로 노무현의 대통령 당선은 민주화의 과제가 성취됨으로써 아젠다를 상실하게 되었고, 역설적으로 노무현의 실패의 한 측면이 되었다는 주장에 동감한다.

“자유주의가 진보냐?”라는 질문이나, “왼쪽은 다 빨갱이”라는 주장이 기준점의 문제임을 지적하고 있다. 명목척도와 순서척도를 착각하는 데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진보나 보수가 명목척도가 아니라, 정도의 차이인 순서척도라고 하면서 ‘빨갱이’ 공격이나 ‘좌파’공격에 의연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래, 우리가 너희보다는 왼쪽인 것은 맞는데 뭐가 잘못이냐? 그리고 너희는 왜 그렇게 오른쪽에 있니?”라고 댓구를 해 주라는 권유다.


5. 통념이 깨어졌다.

자유와 평등은 상호모순이 아닌 것은 개념으로는 알고 있지만, 정책의 선택으로 대립시키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 정치적 쟁점을 원칙의 문제로 접근하지 말고, 시의(時宜)의 문제로 접근하라고 한다. 흔히 보수는 단기적이고 직접적 이익을 챙기는데 반해 진보는 대체로 장기적인 과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면서 장기적 과제는 담론의 영역이므로, 진보는 담론의 정치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에 대한 혐오, 다양한 이견의 존재를 ‘혼란’과 동일시하는 보수화된 시각 때문에 담론의 정치에서도 불리하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노무현을 지지했던 430만 유권자의 극적인 반전의 이유로 3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첫째 노무현 개인의 문제로 품위를 깎아먹은 언사, 청결주의, 당청분리, 우익신문과 전략 없는 말다툼 등으로 ‘전략적 사고’를 혐오한 것. 둘째 정치적 환경으로 정치적 기반의 취약함. 셋째 한국 정치의식의 폐쇄성으로 엄숙주의, 파생되는 교조주의, 경직성 숭배와 공격대상의 동시적 창조로 우리사회는 ‘범사회적 정신분열증’에 가깝다고 진단하면서 공공담론과 실제 행위 사이에서 일종의 ‘스톡홀름 신드롬’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정치는 진짜문제와 가짜문제를 구별하지 못하고, 지역주의 망국론, 환상적 합리주의, 교조적 선험주의, 감정적 민족주의라는 4개의 허구 프레임에 빠져 있어서 이것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6. 허구의 프레임을 벗자.

4개의 프레임은 통렬했다. 책의 대부분은 이 4개의 프레임을 설명하는 것이다. 4개의 프레임 중에서 첫 번째가 ‘지역주의’라는 마녀사냥인데, 지난 10년의 고정관념이 깨어지는 느낌이다. 거대담론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하면서 구체적이고 개별적으로 다루어야 할 문제를 포괄적으로 뭉텅거림으로써 해결의 방법을 찾지 못하는 것이 제일 큰 문제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단적으로 지역별 몰표현상이 있는데, 그래서 뭐가 문제인데? 라고 되묻고 있는 느낌이다. 표현 그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년 동안 “그럭저럭 잘 지내왔다”고 한다. 우리사회의 15명 이상의 유명한 정치학자들이 지역주의를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지만, 1980년 광주학살이 90%몰표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직설하지 않고, 무별주의 경향에 빠져왔다는 것이다. 몰표현상이나 엽관제, 향리주의라는 문제가 있지만, 이것을 지역주의라고 일반적 개념으로 성토하면 ‘출구’가 없다는 것이다. 아무튼 대단한 직관력이자 용기 있는 발언으로 생각된다.

약간의 이견을 말하자면, 코드인사나 편중인사, 엽관제 그리고 향리주의가 ‘가벼운 농담’처럼 지적하고 넘어가기에는 한국사회의 공적 영역의 힘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정부와 공기업으로 움직이는 예산과 재화의 분배권은 경제운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OECD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비율로 경제지원예산이 책정되고, 복지예산조차도 사실은 건설과 토목예산이 대부분인 나라에서 특정한 지역출신 중심으로 나라가 운영될 때의 부작용은 IMF외환위기라는 이름으로 보여 주었다. 또한 지역에 기반을 두어 있다는 이유 하나로 정치적 부활이 가능한 정당체제에서 이념적 정책적 혁신이 무력화되고 있는 점이다. 2008년 총선에서 그리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들이 안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참으로 안타깝다. 물론 박 교수의 주장처럼 지역주의 규탄으로 해결되지 않을뿐더러 가장 빠른 길은 중앙정부권력이 정의와 공평성을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라는데 전적으로 동감한다.


7. 진성당원의 문제에서 가슴이 아팠다.

민주당 개혁특별위원회에서 ‘진성당원제’를 기획하고 열린우리당이 창당되면서 ‘진성당원제’를 관철해 온 당사자로서 참으로 가슴이 아팠다. 합리적 정당의 꿈-진성당원은 환상이고, 허황한 꿈이라고 한다. 당비납부로 진성당원과 가짜당원을 구분하는 것은 실패했다는 지적은 맞다. 그러나 진성당원제를 평가하려면, 10번 이상 바뀐 열린우리당의 당헌을 알아야 한다. 각 시기마다 달라져버린 진성당원제도에서 어떤 때의 진성당원제를 가지고 평가할 것인지 참 난감하기 때문이다. 나는 열린우리당에서 진성당원제를 끝까지 지지한 마지막 1명의 중앙위원으로써 깊은 회한과 반성의 관점에서 과거를 정리하고 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올해 안에 열린우리당의 진성당원제를 제대로 평가하는 책을 발간할 생각이다. 자생적 토대가 없는데 이식하는 상향식 민주주의의 한계라는 박 교수의 지적을 참고해서 재평가해 보겠다.

또한 정당개혁을 외치면 외칠수록 정치소외가 발생한다는 주장은 일면은 맞지만, 일면은 수긍하기 어렵다. 정당개혁을 주장하면 기존 정당의 당원이 더러운 오점이 있는 사람처럼 느낌을 갖게 만든다고 하면서 정치혐오증을 증폭시킨다는 주장이다. 분명히 결벽증, 도덕주의적 소산임에 불명하다. 또한 정치개혁 정당개혁을 새로운 정치의 모든 것으로 이끌고 갔던 개혁당 출신들의 오류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당개혁이 ‘진성당원제’가 전부가 아니었고, 박 교수가 강조하고 있는 당내 현안을 결정하는 제도적 절차까지 개혁해 갔다는 사실이다. 열린우리당의 경우, 진성당원이 직접 선출하는 중앙위원회가 최고의결기구로서 설정되어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하지만, 애초의 30명 구상에서 70명, 100명으로 확대되면서 종전의 당무워원회처럼 단순한 ‘거수기’ 역할로 전락하고, 그 와중에 중앙위원회의 태생적 한계인 의원그룹과 직능단체들이 중앙위원회에서 배제된 소외감으로 공격해 오면서 중앙위원회는 제역할을 할 수 없었다.


8. 실명비판에 대한 응답이 기대된다.

박 교수는 한국정치에서 선험주의로 나타나는 선견지명(先見之明)의 덫에서 완벽주의를 읽고 있다. ‘뉴민주당 플랜’을 공허한 완벽주의의 선명성 경쟁으로 보면서 비주류계열의 반응을 비판하고 있다. 또한 실명으로 추미애의 ‘한나라당 2중대’ 발언을 꼭 집어 지적하고 있다. 또한 문화계 일각에서 술렁거렸던 ‘황석영’의 변절과 훼절 문제도 정면에서 용감하게 직시하라고 말하고 있다. 유머가 필요한 시점에 선과 악의 문제로 접근하느냐는 말이다. 내가 보기에 ‘황구라는 황구라로 보면 된다’는 것 같은데, 진보진영에 타격이 될 것처럼 호들갑떨지 마라는 것이다.

국회를 한동안 시끄럽게 했던 외교통상통일위원회 FTA비준을 둘러싸고 일어났던 폭력사회에 대해서도 쿨하게 보자는 주의다. 그 전에 있었던 김근태, 천정배의 단식농성에 대해서도 그동안의 명성에 걸맞지 않은 엉뚱한 실천행태로 보고 있다. 그래서 박 교수의 용감한 실명비판에 대해 당사자인 정치인이나 학자들의 응답이 기대된다.

국회폭력사태에 덧붙여 연쇄의 고리를 끊으려면, 미국의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대로 국회의원의 보수인상은 다음회기부터 적용한다는 제척사유를 적용하여 한국 국회법을 바꾸되 다음 2012년 회기부터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합의하고 개정한다면, 다수파의 횡포나 소수파의 저항이 잘 조정될 것이다.


9. 대전환을 준비하자.

박 교수는 결과만 두고 볼 때, 노무현 집권은 보수와의 담론투쟁에서 패배한 동시에 진보개혁세력의 악성 분열을 초래한 것이 분명하다고 하면서 이명박의 공안 통치와 노무현 대통령의 투신으로 뭔가 해야 한다는 정서적 공감은 있지만, 여전히 무엇을 해야 할 지에 관해서는 지지멸렬 상태라고 진단한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또한 한국정치의 미래에 대한 희망은 오직 개인들이 보다 분명하게 자신에게 무엇이 이익인지를 인식하고 자신의 이익을 정치적 선택으로 연결하는 데에만 있다고 강조한다. ‘오직’이라는 말이 걸리긴 하지만, 동의가 된다.

한국정치의 희망은 첫째 발상의 전환을 가져오는 철학과 가치의 혁신이 필요하다. 박 교수가 주장하고 정리하고 있는 4개의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의식적이고 실천적인 노력이 필수불가결하다. 둘째 한국사회에 대한 깊은 인식이 필요하다. 한국사회가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진단해야 한다. 우리 사회디자인연구소는 한국사회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공개적인 토론과 제안을 기대하고 있다. 셋째는 한국정치에 대한 전략적 진단이 필요하다. 정치행위가 개별 국회의원이나 정치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각개약진이 하나의 추세가 되어 있는 느낌이다. 여의도 권에 있으면 특히 절감한다. 그러나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정치적 전환이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반MB는 있지만, 진보개혁의 전망이 불투명할 때는 더욱 필요하다.


10. 일독을 권한다.

박 교수는 진정한 법치주의가 가능하기 위한 사법개혁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실천의 과제와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특히 사법개혁은 공공의 영역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데 동감한다. 다만 정치개혁에서 지적하는 대로 이 땅의 토양에 이식하는 문제에 대해, 정치개혁과 같은 차원에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나와 사회디자인연구소는 오래전부터 좌우개혁을 병진해야 하며, 진보적 지향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영역에서 개혁의 과제를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교육이면 교육, 사법이면 사법, 의료면 의료 등 인민에 뿌리박는 실천운동과 정당이 만나야 집권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현재의 정치권은 생활정치를 강조하는 기류도 있고, 복지국가를 강조하는 기류도 있다. 각기 민생5대 현안으로 일자리 고용문제, 육아 교육, 부동산, 의료 보건, 노후문제를 공통으로 들고 있다. 이런 민생과제와 함께 박 교수가 제기하고 있는 공공개혁의 과제까지 함께 진행될 때 진보개혁의 미래가 열린다고 본다. 박동천 교수가 제안하고 있는 절차적 민주주의와 사회적 자유주의를 전적으로 동의한다. 또한 정치적 경쟁에 임해서 취하는 행동을 통해 ‘선의’와 ‘평화’와 ‘아량’이 인류사회 개선의 유일한 열쇠라는 강력한 신념을 보여줄 것을 요청하는 심정에 백배 동감한다. 마지막으로 고백하면, 근래 10년 동안 제1의 지적 충격으로 ‘사회디자인연구소’를 만들게 되었는데, 이번의 『깨어있는 시민을 위한 정치학 특강』은 열린우리당이 해산되고 난 후, 정치적 좌표에서 방황하고 있는 나에게 새로운 길을 알려주는 제2의 지적 충격을 준 책이다. 급하게 일독을 하고 쓰는 글이라 두서가 없지만, 두고두고 나의 정치적 사상 이념의 교과서로 삼고자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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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는 정책이 없고 보수는 철학이 없다
[하니TV ‘더 인터뷰’와 함께하는 한겨레가 만난 사람]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한겨레 박찬수 기자기자블로그 조소영 피디기자블로그 김명진 기자기자블로그





» 박세일 교수는 “우리 사회에 정서적 진보는 많지만 정책적 진보는 부족하다.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정책적 진보’가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서울대 법대 교수를 지내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청와대 사회복지수석으로 발탁돼 현실정치에 발을 들였다. 이제야 실행에 들어간 로스쿨 제도는 그때 그가 처음 공론화했던 개혁과제였다. 그는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던 2005년, 당의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 합의처리 방침에 항의해 국회의원직을 던지고 학계로 돌아왔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이념 대립이 심한 우리 사회에서, 보수 진영의 핵심 이론가인 박세일(61) 서울대 교수가 차지하는 위치는 독특하고 의미 있다. 그가 주창한 ‘선진화론’은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내세운 핵심 담론이었다. 그가 2006년 설립한 한반도선진화재단(한선재단)은 가장 영향력 있는 보수 싱크탱크로 꼽힌다. 박 교수는 그러나 한선재단이 ‘보수적’ 싱크탱크로 규정되는 걸 피하고 싶어 했다. 그는 한선재단의 모델이 미국의 진보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라는 걸 강조했다. “브루킹스엔 보수적 학자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다. 내가 한선재단을 만든다고 했을 때 마이클 아머코스트 전 브루킹스연구소장은 ‘연구에서 지적 정직성을 잃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걸 지키려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진보 진영으로부터도 ‘소통할 수 있는 대표적인 보수 인사’로 꼽히는 건, 이런 태도가 밑바닥에 깔려 있기 때문인 듯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요즘 다시 중도실용을 국정운영 기조로 삼겠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중도실용이란 게 국정운영 기조로는 좀 모호한 개념이라는 의견도 있는데요.

“글쎄요. 중도란 개념부터 확실히 해야 될 것 같은데, 제가 보기엔 남한하고 북한 사이에 중도는 없습니다. 그런데 적어도 대한민국의 헌법과 역사를 존중하는 속에서, 자유를 존중하는 우파와 평등을 주장하는 좌파가 나름대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걸 아우르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럴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옛날에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권력을 이양하면서 윤집궐중(允執厥中)이다, 오로지 중간을 잡으라고 했는데, 원래 정치는 중도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중도실용이란 말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으로 어떻게 실현하느냐가 중요하죠. 예컨대 그동안 하락해 온 경제성장 동력을 어떻게 부추기면서 동시에 분배 같은 걸 개선해서 사회통합을 이룰 거냐, 구체적인 정책 패키지가 어떻게 나올 거냐, 그게 더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 생각합니다. 정책의 문제지요.”

-이명박 대통령 하면 우선 성장 우선주의라는 이미지가 딱 떠오르는데, 중도실용으로 가겠다는 건 그보다는 좀더 분배 쪽에 비중을 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그런 느낌이 들거든요.

“그렇게 가야 되지 않겠어요?(웃음) 그게 옳다고 보는 게, 꼭 선택이라기보다도 한국 경제가 몇몇 기업이 잘하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희망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특히 아이엠에프 후에 우리가 경제위기를 극복한 경험도 있고 이번에도 금융위기를 잘 극복하고 있기 때문에 밝은 면이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사회통합으로 만들면서 경제성장으로 갈 거냐 하는 게 중요한 과제인데, 그동안에 성장 중심으로 문제를 봤다면 다음엔 사회통합으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고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도실용’은 말이 아니라 정책이 중요
분배없이 성장만 외치면 ‘부족한 보수’


-그런 방향에 대한 보수 진영의 반발은 없을까요?

“난 분배를 신경 안 쓰고 성장만 생각한다는 사람은 ‘부족한 보수’라고 생각합니다. 거꾸로 진보도 마찬가지로, 분배만 관심 있고 성장엔 관심 없다 그런 게 있을 수 있나요? 어디에 더 중점을 두느냐 하는 거지요.”

-최근에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이 서거하셨는데요, 두 분의 서거로 진보 진영엔 구심점이 사라진 측면이 있습니다. 두 분의 서거가 우리 한국 사회에, 좀더 좁게는 진보 진영에 어떤 영향을 끼칠 거라고 보십니까?

“우선 두 분이 민주화에 크게 기여한 건 잊어서는 안 되고, 앞으로 화해와 화합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진보 쪽 말씀을 하시니까, 진보가 첫째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소중히 하고 대한민국의 기본 정신을 존중하는 진보가 되어야겠다, 또 일부 문제지만 친북이나 종북의 문제를 정리해야겠다, 그것이 밝은 진보의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또 우리가 추구할 진보의 관점은 무엇인가, 그걸 구체적으로 실현할 정책수단은 무엇인가, 그것을 지금부터 묻고 준비하고 성찰하는 게 필요합니다. 우리 사회의 진보 세력에 부족한 부분은, 정서적인 진보는 많은데 정책적인 진보가 약합니다. 그래서 합리적인 진보가 나오는 계기가 되면 어떻겠는가, 이번에 두 분의 서거를 계기로 진보 진영이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진보 진영의 과제로 친북 이미지를 털어내는 걸 말씀하셨는데, 진보 진영 내에 친북은 물론 있겠지만 극히 소수이고 힘을 발휘하지도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보수 진영에서 계속 ‘진보=친북’을 강조하는 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거 아닌가요?

“보수 쪽에서 필요 이상으로 과장하는 측면도 있을 수 있습니다. 종북이나 친북이 문제가 되는 건 진보적 가치에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원래 보수가 북한을 싫어한다는 건 천하가 다 알고 있지만, 진보 세력도 이것(북한)이 진보의 원칙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드러내야 합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에 친북하거나 옆에 서주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본인이 열성적으로 활동하지 않더라도 침묵하는 게 연대해주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니까…, 각자 자기를 (제대로) 세워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보수 진영에서는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부릅니다. 대한민국이 그 기간 동안 정체됐거나 후퇴했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업적을 모두 부정하는 듯한 이 표현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난 10년간 이뤄낸 것도 많다고 생각해요. 잃은 게 뭐고 얻은 게 뭐냐, 그게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잃은 건 몇 가지가 있습니다. 특히 지난 5년간 제가 개인적으로 걱정하는 건 대한민국 역사에 대한 문제입니다. 대한민국 역사에 대한 자존심을 많이 공격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다 미화하자는 게 아닙니다. 분명 명암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끄러운 점, 자랑스러운 점, 그런 걸 균형 있게 이해를 해야 자기 나라 역사에 자긍심을 갖게 되는 것인데, 그 부분을 흔들어 놨습니다. 그리고 국가 발전의 기본이 되는 헌법, 정책에 흔들림이 있었고, 대북정책에서 무원칙적인 유화정책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리고 국민 통합에 실패했습니다.

잘한 부분도 있습니다. 아이엠에프를 극복한 건 높이 평가해야 하고, 적어도 남북 정상이 해방 후 처음으로 만났다는 점도 의미가 큽니다. 지난 5년간 깨끗한 정치, 돈 안드는 정치 개혁을 해냈다고 보고, 탈권위·불균형의 문제를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이슈로 끌어냈다는 점도 평가합니다. (그래도) 잘못된 게 많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정권이 바뀐 게 아니겠어요? 잘못한 것만 있고 잘한 게 없다, 이건 말이 안 되고 반대의 논리도 말이 안 되겠지요.”





»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그러면 ‘잃어버린 10년’이란 수사가 아니라, 잃어버린 것도 있고 얻은 것도 있는 10년이라고 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모든 걸 다 부정하는 수사를 사용하니 진보 진영의 감정적 반발을 더 불러오는 것 같습니다. 선거 때야 정치적 수사로 그런 표현을 쓸 수도 있겠지만, 선거가 끝난 뒤에도 줄곧 그런 개념을 쓰니까….

“나는 우파 진영에 얘기를 해요, 잃어버린 10년을 공격하는 건 좋다, 그런데 한국의 보수는 역사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지금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느냐. 보수 정부가 들어섰는데, 보수는 통일을 목표로 구체적인 어떤 걸 내놨느냐. 그리고 포퓰리즘적인 요소로 국민통합이 약화됐다면 보수는 어떻게 국민을 통합하려 노력하느냐. 어떤 경제정책을 가지고 사회통합을 이룰 거냐. 이런 부분에서 엄청난 정책 대안을 갖고 정부가 해야 된다고 봐요. 그러니까 10년을 비판하되 자신들은 이렇게 하겠다 하는 걸 보여줘야지, 비판만 하고 행동을 하지 않으면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죠.”

-국민통합 실패를 지난 정부 잘못의 하나로 들었는데, 오히려 이명박 정부 들어서 사회적 갈등은 더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런 겁니까?

“그 이유는 내가 볼 때, 우리 사회가 갈등이 심한데 우파든 좌파든 갈등을 치유하겠다는 진정성을 가진 그룹이 없어요. 갈등이 심하다고 보면 소통을 해야겠는데, 진실로 그걸 해내려고 마음먹으면 각자 자기반성이 필요합니다. 우파든 좌파든 마찬가지예요. 우파도 좌파에게 10년을 뺏겼으면 진지하게 반성해야 되고, 좌파도 진지하게 자기정렬을 해야 합니다. 자기정리, 자기반성, 자기성찰이 굉장히 부족하기 때문에 이게(소통이) 안 되는 겁니다. 진보는 정서적 진보는 많은데 정책적 진보가 약하다고 했는데, 보수는 내가 볼 때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정치적 보수는 있지만 철학적 보수가 별로 없어요. 가치 지향적인 보수가 없다는 겁니다. 보수는 자기들이 지키려고 하는 가치가 뭐고, 그것이 왜 우리 시대에 필요하고, 어떠한 미래 비전을 갖는 주장인가 반성해야 합니다. 진보도 진보대로 자기성찰과 반성의 기회를 가진다면, 그때부터 소통과 대화가 이뤄집니다. 지금은 아직 그러지 못합니다.”


한국 정당들 정책기능 없고 선거기능만
국가경영 준비 부족한 채 집권해 불안정


-1997년 보수 세력이 권력을 잃은 다음에 보수 진영에서 뉴라이트 운동이란 게 나왔습니다. 기존의 보수, 굳어 있는 보수로부터 탈피해서 좀더 유연하고 시대에 맞는 보수를 지향한다고 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수 정권이 집권한 다음엔 뉴라이트가 권력 지향, 자리 지향이 아닌가 해서 실망스럽습니다.

“뉴라이트 운동이 시작됐을 때 (보수의) 자기혁신 운동이 돼야 한다고 기대했습니다. 그것이 조금더 철학적 운동, 가치 운동, 문화를 바꾸는 운동이 되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안타깝습니다. 생각과 다르게 빠르게 정치화됐습니다. 뉴라이트가 역사에 기여하려면 시민사회나 정치에서 거리를 둬야 합니다. 우파적 가치를 한국 현실에 맞게 실현하는 게 왜 중요하고, 어떻게 정책화해야 하는가를 깊이 있게 논의하고 발전시켜야 하는데, 그 부분이 안 된 게 굉장히 안타깝습니다.”

-우리나라 정당이 사회적 요구를 제대로 수렴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합니까?

“우리나라 정당은 반쪽 정당입니다. 민의를 수렴해서 정책을 만드는 기능은 없고, 선거를 치르고 권력을 나눠 가지는 기능만 있습니다. 이래선 국가경영의 정치가 안 됩니다. 그냥 단순한 권력투쟁의 정치입니다. 국민은 정책에 영향을 받습니다. 여의도에서 무슨 쇼를 하느냐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느끼는 건, 준비를 소홀히 하고 들어간다는 겁니다. 과거에는 장기집권 했으니까 국가경영에 노하우가 있었는데, 이제는 5년마다 바뀌니까 엄청나게 준비를 하고 들어가야 하는데 권력투쟁만 하고 들어가니까 흔들리는 겁니다.”

-한나라당도 야당 10년 동안 절치부심하면서 뭔가 준비를 했어야 하는데, 별로 준비한 게 없는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죠. 한나라당은 역사가 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침을 자주 하는 야당보다 조직이 있고 체계가 있죠. 그러나 한나라당도 국민을 대표하고 정책을 개발하는 게 취약합니다. 주로 선거 기능과 권력 기능만 남아 있습니다. 제가 (2005년 무렵)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을 할 때 한나라당은 개혁적 보수가 되겠다고 노선을 정했습니다. 철학은 공동체 자유주의를 지향한다고 정했습니다. 개혁적 보수 노선, 개혁적 보수라는 게 자유와 시장을 소중히 하되 공동체도 소중히 하는 건데, 지금 한나라당 의원들 중에 몇 분이나 그걸 알고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가장 체계가 있다는 한나라당이 그렇습니다. 다른 정당은 더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정당도 자기반성의 시대로 들어가야 합니다.”

박세일 교수는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을 하던 2005년, 노무현 정부의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 처리에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동조하자, 이에 항의해 의원직을 던지고 나왔다. 그는 세종시 건설은 잘못이라는 일관된 소신을 갖고 있다.

-요즘 세종시 논란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제가 볼 때 이제는 정치권 전체의 결단이 필요하고 구체적으로 대통령과 여당의 결당이 필요합니다. 야당은 이걸 정쟁으로 이용하려고 하는데, 나는 그건 옳지 않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걸 푸는 건 국정의 책임이 있는 여당이 져야 합니다. 그보다 앞에 있는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지금 행정부 몇 개 부처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건 그 도시에도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큰 낭비와 불편을 가져오니까 다른 대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게 잘못된 정책이라면, 여당과 정부가 확실하게 입장을 갖고 나가야 합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세종시 건설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설령 문제가 있는 공약이라도, 국민에게 약속한 걸 이제 와서 어기는 게 옳은 건가요?

“그건 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금 잘못된 거라면 국민과의 약속을 소중히 지키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엄청나게 모든 국민에게 손해라면, 솔직하게 반성하고 사과하는 게 지도자의 태도입니다. 개인이든 국가든 완전할 수 없습니다. 지도자는 잘못한 건 잘못했다고 말해야 합니다.”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총리나 청와대 비서실장 등에 이름이 오르내렸지만 정부에 들어가시진 않았습니다. 이 대통령과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이 대통령과는) 개인적으로 조금 압니다. 같이 지낸 적도 있구요. 그러나 특별히 좋거나 나쁜 건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반 정도 지났는데요, 전체적으로 평가를 한다면 10점 만점에 몇 점을 주시겠습니까?

“어렵네요.(웃음) 글쎄, 저는 한 10점 만점이면 6점 정도 주겠습니다.”

-정권 출범 때 가졌던 기대보다 못 미친다는 뜻인가요?

“솔직히 말하면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못 미칩니다. 많이 못 미치지요.”(웃음)


[인터뷰 전문 바로가기]
azuri@hani.co.kr, 영상: www.hanitv.com


인터뷰/박찬수 부국장 pcs@hani.co.kr, 정리 조소영 피디








기획연재 : 한겨레가 만난 사람



기사등록 : 2009-09-17 오후 08:34:33 기사수정 : 2009-09-18 오후 01:47:37
ⓒ 한겨레 (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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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tttkkk.livejournal.com/199043.html#cutid1 

http://makkawity.livejournal.com/1301272.html 

http://tttkkk.livejournal.com/19756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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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ng.ru/world/2010-05-27/7_pekin.html  

http://www.svobodanews.ru/content/transcript/2054110.html  

http://www.youtube.com/watch?v=7VL5ps5zTTg  

http://www.mlbpark.com/bbs/view.php?bbs=mpark_bbs_bullpen09&idx=457046&cpage=1  

http://blog.daum.net/bogjae24/15670491?srchid=BR1http%3A%2F%2Fblog.daum.net%2Fbogjae24%2F15670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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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iss)아이디어책갈피-주전자
아름다운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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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시리즈 책갈피로 처음 샀는데... 앞으로 수집을 할까 생각이 들 정도로 예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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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들이 사는 나라 - Where the Wild Things Ar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원작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영화 포스터만 보고 다음에서 5,500원이나 주고 다운해서 보았다. 별을 하나 뺀 것은 괴물들이 사는 곳에서 일어나는 몇몇 장면이 살짝 덜 환타지스러웠기 때문이다.  

원작에 대한 알라디너들의 리뷰를 읽어보았더니, 원작은 아이들이 무척 좋아해서 읽고 또 읽고 한다는데, 영화는 만든 어른들의 처철한 외로움이 장면장면에 속속들이 배어있어서 아이들이 보고 울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하긴 요즘 아이들의 이성과 감성이 우리때와는 다른 것 같으니 괜한 걱정일 수도 있겠다. 

아무튼, 하드에서 지워버리지는 않을 영화다. 괴물들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CG를 거의(혹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전통방식으로 찍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어쩌면 뺀 별 하나를 다시 붙여줘야 할 지도 모르겠다.  

<존 말코비치 되기>를 안봐서 감독 이름이 헛갈렸는데,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의 감독 소피아 코폴라 남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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