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장바구니담기


히로뽕은 필로폰(Philopon), 즉 '일을 사랑한다'라는 희랍어에서 유래한 상표명을 붙이고 대일본제약이 1940년부터 시판한 각성제로, 약물로서의 이름은 메스암페타민이다. 이 합성약물의 역사는 1892년 일본 도쿄대 의학부에 있던 나가이 나가요시 교수가 오래 전부터 한방에서 천식약으로 사용되던 마황(麻黃)에서 에페드린이라는 물질을 분리해내면서 시작된다. 이듬해 나가이 교수는 이 에페드린을 환원해서 메스암페타민을 만들어낸다. 각성제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시피 메스암페타민은 중후신경을 흥분시켜 잠이 오는 것을 억제하고 피로를 느끼지 못하게 하는 약물이다. 일본군은 태평양전쟁 당시 이 히로뽕을 대량 생산해 군인들과 군수공장 노동자들에게 제공했다. 특공임무를 맡은 군인들에게 공포를 없애주고 밤군무를 해야만 하는 노동자들에게 졸음을 쫓기 위해서였다. -32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장바구니담기


1970년대까지만 해도 남한은 고립된 섬이었잖아요. 평범한 사람들에게 그 세계를 벗어나는 길은 여권을 구하든지, 아니면 밀항하든지 둘 중 하나였죠.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국인이나 일본인으로 태어났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하며 아쉬워하죠. 이번 생에는 글렀으니까 혹시 다음 생에라도? 그런 게 저녁 여섯시에 애국가가 흘러나오면 태극기가 있는 시청 쪽을 향해서 몸을 돌리고 왼쪽 가슴에 손을 올리던 평범한 사람들의 생각이에요. 그런데 정민의 삼촌은 '왜 이런 체제뿐일까?'라고 질문한 거죠. 바로 그 무렵에 중앙전신국에서 수류탄이 터지는 것을 직접 봤고, 청원경찰에게 폭행을 당하죠. 문제는 그게 우연한 폭행이었다는 점이었어요. 폭력에 관한 한 제비뽑기를 하는 사회인 거죠. 단군의 자손으로 태어난 한민족으로서 태극기를 향해서 애국가를 목청껏 부르던 사람도 그 다음 순간 아무 이유 없이 폭행을 당하거나 감옥에 갇히게 되고, 심지어는 사형까지 당해요. 놀라운 반전이죠. 그런 일을 당하면 한민족이니 대한민국이니 유신이니 하는 말들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깨닫게 되는 거예요. 그런 걸 깨닫고 나면 단 하루도 버틸 수가...-329-33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장바구니담기


어쩌면 언젠가는 찬드리카 역시 폭탄조끼를 입게 될지도 모릅니다. 교수가 될 가능성이 더 많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폭력이란 양심의 문제도, 신념의 문제도 아니니까요. 폭력은 결국 체제의 문제인데, 스리랑카의 현체제하에서는 타밀족이든 싱할리족이든 폭력에 무한정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298-29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장바구니담기


540000/3000=180

"하루에 사십이해일천이백만경 번 이산화탄소를 배출해내는 인간들로 가득 찬 이 지구에서도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까닭은 이 180이라는 숫자 때문이다. 인간만이 같은 종을 죽이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만이 웃을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180이라는 이 숫자는 이런 뜻이다. 앞으로 네게도 수많은 일들이 일어날 테고, 그중에는 죽고 싶은 만큼 힘든 일이 일어나기도 할 텐데, 그럼에도 너라는 종은 백팔십 번 웃은 뒤에야 한 번 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이 사실을 절대로 잊어버리면 안 된다."-283-28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장바구니담기


레이가 찍은 사진들에는 이 질문을 두고 고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거기에는 어떤 냉소도, 환멸도, 절망도 없었다. 거리의 사람들은 미래를 스스로 선택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진지하고 헌신적이고 이타적이었다. 그게 바로 그 시대의 분위기였다.-236-23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