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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영화할인권을 이용해서 예매를 하고 서울까지 가서(상영관이 한 곳뿐이다.) 조조로 보고 왔는데, 극장 이름이 어려웠다. 애써 기억해보니 '하이퍼텍 나다'라는 이름인 것 같다. 상영관 오른편 벽이 있을 곳이 통유리창으로, 창 밖에는 거대한 알로카시아 화분이 몇 개 나란히 늘어져 있고 잠자리가 한 마리 날고 있는 것이 '젠' 분위기다(영화가 시작되면 통유리는 커튼으로 가려진다). 관람전에 정원을 감상하며 머리 속을 비우라는 건축가의 배려일까? (아, 그리고 상영관 내부가 너무 추웠다. 적정온도를 유지해주셨으면...)
관람 전후로 리뷰들을 좀 찾아 보았는데, <씨네21> 사설로 실린 글이 간결하면서 제일 마음에 든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이 있다. 위 칼럼의 사진 속 독일학생운동의 리더를 권총으로 암살기도한 우익청년이 도주후 자살을 기도하면서 알약을 입 한가득 털어넣고, 경찰과 대치하다가 하는 말,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이승복도 생각나고, 우리 사는 게 왜 이렇게 슬플까 하는 생각도 들고... 외국 리뷰에서 알게 된 사실 하나는, 독일 정부가 제작지원을 했다는 것인데... 얼마나 중립적으로 만들어졌을지 조금 의구심을 갖게 됐다.
* 1998년 RAF의 <해체선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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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F는 해방투쟁 속에서 1970년 5월14일 탄생하였다. 오늘 우리는 이 계획을 종결한다. 이제 RAF의 조직으로 진행되었던 도시 게릴라는 역사 속의 한 장이 되었다. RAF는 나치로부터 해방되고도 나치의 과거를 청산하지 못하는 국가에 대항해 투쟁을 시작하였다. 무장투쟁은 권위적 사회형태와 (자본주의적) 소외와 경쟁에 대한 반항이었고 다른 사회적 문화적 현실을 실현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세계적으로 불기 시작한 해방의 바람 속에서 사이비 합법 체제를 거부하고 극복하기 위한 단호한 투쟁의 시간이 무르익었던 것이다. 그러나 80년대에 좌파가 그 한계에 도달하고 붕괴하기 시작되었을 때 RAF를 새로운 기획에 연관시키려는 우리의 노력은 비현실적이었다. RAF의 오류는 불법적 무장투쟁 외에 어떠한 정치 사회적 조직도 구축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이런 기획의 부족은 RAF가 미래의 해방과정에서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현재의 세계는 우리가 혁명을 시작했을 때 보다 더 악화되었다. 이에 대해 우리가 적절한 대답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우리가 저지른 오류들보다 더 심각한 일이다. RAF는 해방의 해답이 아니라 하나의 관점이었다. 그럼에도 해방된 인간의 세계에 대한 무수한 질문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미래의 해방계획은 여러 주체와 관점과 내용의 다양성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는 상이한 개인이나 사회 그룹들이 주체가 될 수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이념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68년이래 독일 좌익의 구상은 새로운 해방의 기획이 될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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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id.or.kr/zbxe/3205
(* 영화 내내 '솨이쎄!' 소리를 하도 들어서, 귀에 익어버렸다. '제길헐' 정도의 욕인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