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문화사 - 축음기에서 MP3까지 살림지식총서 204
김토일 지음 / 살림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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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류의 다이제스트 북을 쓰는 경우 좀 위험한 시도인 것 같은데... 이 책은 상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이 책의 저자와 비슷하거나 중립이거나, 별다른 관점이나 관심이 없는 사람은 작가의 위트에 때로는 킬킬거리면서 즐겁게 동조할 수 있겠지만 반대 입장에 선 사람들에겐 거슬리는 흐름이 될 것 같다.

이렇게 서설을 풀어놓으면 난 동조에 섰다는 걸 대충 짐작을 할 것이라 믿고... 솔직히 고백하자면 재밌었다.  소리를 재생해내는 하드웨어에 대한 흐름, 그것과 얽힌 역사적인 사건.  한때는 현재였지만 이제는 역사가 된 연주자와 그룹들까지.  자칫 산만해질 수 있는 내용이 한 꾸러미에 줄줄이 잘 이어져있다.

이 한권만으로도 에디슨 축음기부터 현재의 mp3까지 대강의 오디오사와 그 기기에 연결된 예술가들, 회사들의 흥망성쇠에 대해 파악이 될 정도.  물론 짧은 분량 안에 축약을 시키다보니 튕겨지거나 약간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들도 있지만 몇개의 티가 전체의 가치를 떨어뜨릴 정도는 아니다. 

내 개인적으로는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의 중도한 오류를 수정하는 성과도 얻었고.  -사실 그 부분을 체크하기 위해서 이 책을 산 것이 이유였으니까 역할 완수라고 해야겠지.  ^^-

그다지 많은 나이도 아는데 이 책을 보면서 괜히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내가 한참 음악을 듣고 활동할 때 시대의 총아는 CD였는데... 그 화려한 유혹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LP를 고수하고 있는 걸 보면 난 역시 아날로그인 모양이다.  그러나 LP 매니아의 막연하고 근거없는 불평이 아니라 인간의 주파수 밖에 있는 배움대가 포함된 음향과 그것이 제거된 음향은 성악에선 정말 심하게 차이가 난다.  처음부터 디지털로 귀를 훈련시킨 사람들은 아마 영영 느끼지 못할 차이일 수도 있는데... 나도 멸종이 예정된 생물군 중 하나겠지만 불만은 없음.

책의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이바구로 끝을 맺자면 저자의 이름을 한자로 쓰면 金土日이다.  이게 실명인지 아니면 필명인지 너무 궁금하다.   저자한테 감상 같은 걸 보내거나 뭘 질문하는 등의 행동을 절대 안 한다는 나의 불문율을 깨고 책에 나온 주소로 메일을 보내 묻고 싶을 정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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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원전 - 역사의 목격자들이 직접 쓴 2,500년 현장의 기록들
존 캐리 엮음, 김기협 옮김 / 바다출판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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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쪽에서 5쪽 모자라는 하드 커버의 흉기 수준인 책.  베개로 써도 가능한 두께였다.  이걸 사면 지식의 원전을 줬던가 지식의 원전을 사면 이걸 줬던가? 하나를 사면 하나를 공짜로는 주는 이벤트에 홀려서 그냥 지른 책.

그런데 도착한 다음 그 무시무시한 두께를 보고 읽을 의욕을 잃고 내버려뒀다가 잡았다.  자기 전에 최소 3챕터씩 읽어나가면 되지 않을까 하는 계산에.  그러나 내용이 그렇게 취침 전에 말랑말랑하니 읽을 내용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꿈자리를 사납게 하는 내용.  

존 캐리는 어떤 사건의 현장에 있었거나 전해들은 사람들이 남긴 기록을 시대순으로 뽑아놨다.  저자가 영국인인 만큼 그 내용의 무게나 중심이 상당히 영국에 실려있지만 전체적인 비율이 책의 가치를 덜어낼 정도는 아니었음.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글이 아니고 남의 글을 뽑아낸 것이기 때문에 책을 편집한 저자(라고 해야하나?)의 목소리가 크지 않았던 것도 강점이다.

인간의 역사라는 것은 바로 전쟁과 살육의 역사가 아닐까 하는 결론으로 마구 치닫게 한다.  꼼꼼히 따져본건 아니지만 대충 내용의 80% 이상이 전쟁과 내전, 혹은 인간들끼리 다툼으로 인한 어리석은 희생들에 대한 기록이다. 

최소한 이 책의 기록만을 놓고 볼 때 역사를 통해 배운다는 얘기는 인간들의 터무니없는 낙관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될 정도로 상대에 대한 증오와 전쟁, 살육은 세대를 거듭하고 현대로 올수록 그 잔혹도나 규모가 더 커진다.  

구성이나 내용 자체는 짤막짤막하니 호흡이 빠르지만 평균적인 정신 상태와 이성을 가진 인간이 수면 전의 휴식거리로 즐기기에는 좀 버거운 알맹이.  18세기 정도까지 진출한 다음에 소화불량으로 잠시 중단했다가 지지난주에 파마하러 간 날 미용실에서 2/3까지 끝내고 오늘 나머지를 끝냈다. 

오늘은 2차 대전과 그 이후에, 한국 전쟁을 포함해서 반복되는 인간들의 살육과 파괴, 보복의 기록들을 읽어줬음.  1970년대 직전에 끝이 났는데... 누군가 그 이후를 엮어낸다면 어떤 얘기들이 추가가 될까? 

읽는 사람들이 잘 모를 사건이나 인물 배경에 대한 한국 편집자의 '주'가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가끔은... 독자의 수준을 너무 높게 보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들었음.  많지는 않았지만 글을 쓴 사람에 대한 정보를 좀 알려주면 좋겠다는 인물들이 있었다. 

조금 쉬어준 다음에 함께 딸려온 시리즈인 지식의 원전도 읽어볼 예정이다.  바라건데 이번엔 인간들의 토악질 나는 추함의 기록이 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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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인의 런치타임 10
모리야 사키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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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일단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 

혈혈단신 외롭고 어렵게 대학을 졸업한 여주가 입사면접을 보러 가다가 사고를 당하고 그 당사자가 본래 입사 시험을 보려던 회사 사장.  상냥하고 여성스런 여주와 외로운 남주가 그냥 눈이 맞아버려서 바로 결혼으로 골인.  그야말로 부엌데기가 여왕님이 되어 으리으리한 대궐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에덴 동산에 늘 존재하는 것이 뱀이니... 고아인 남주의 할머니가 살아계신데 이 귀족적이고 공주과인 할머니 눈에 보따리 하나 달랑 들고 들어온 여주가 예쁠 리가 없다.

초반부는 여주를 밀어내려는 할머니와 다가가려는 여주의 분투기.  그러다가 할머니가 받아들인 다음에는 서서히 늘어나는 주변 인물들과의 에피소드가 길게, 혹은 짧게 이어진다.

그 모든 얘기를 싣고 가는 일종의 끈끈이랄까 배는 여주의 요리.  남편에게 사랑의 도시락을 싸주는 여주의 초반 요리는 정말 전형적이고 소박한 가정요리.  부잣집 수준에 맞추다보니 점점 격이 높아지고 요리 종류도 화려해진다.  하지만 이 얘기는 요리가 주인공인 요리 만화는 아니다.  다양한 요리의 비중이 50% 나머지는 사람들의 얘기.  그 적절한 배합이 재미있었다.

본 내용과 상관없니 내게 재미있었던 것은 그림에 등장하는 그릇과 티세트들.  ㅎㅎ;  비록 그림이지만 웨지우드의 마들레인 시리즈며 와일드 스트로베리, 에르메스, 마이센 등 도자기들 퍼레이드는 눈요기로 최고였다.  그런 재벌집에 게이또나 노리다케의 중가 라인이 등장했다면 실망했을 텐데 작가의 섬세한 디테일에 감탄했음.  

분명 신데렐라긴 하지만 궁상맞지 않고 또 납득이 가는 가정주의자 전업 주부 -물론 형편이 받쳐주니 가능하겠지만- 의 모습이 예뻤다.  내가 할머니라도 이런 손자 며느리는 예뻐할 수밖에 없을듯.  한마디로 이 할머니는 늘그막에 로또는 맞은 거다.

그런데.... 10권이 나온지 벌써 몇년째인데 왜 다음 권이 나오지 않은 건지.  -_-;;;  일본 작가들의 극악 연재와 연재 중단 리스트에 또 한명을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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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이르는 남자 건달
현고운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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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올린 잘 쓰고 잘 노는 남자 한량의 형과 여주의 선배 사진 작가 이야기.

앞서 한량~이 너무나 재밌었고 또 인터넷 서점 등에서 본 평가가 그 한량보다 더 높았기 때문에 기대를 엄청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취향엔 가득 붙은 별점만큼은 아니다.  매 장을 넘길 때마다 쏙쏙 빨아들이는 짜임새가 돋보이고 몰입도 만점이던 앞서의 주인공들과 달리 이 건달~은 재미있기는 하지만 말 그대로 소설.  연극이라고 친다면 연극을 하는 주인공들을 보는 느낌이랄까?

만약 한량~을 보지 않고 이 건달을 봤다면 충분히 재밌고 괜찮다고 느꼈을 것 같다.  그러나 시리즈를 만들기 위한 의도가 보인다고 할까?   적당한 긴장과 갈등, 그리고 적당히 재미있는 수준의 이야기였다. 

이렇게 투덜거리지만 아마 이 여주의 동생과 친구가 커플이 될 것 같은 세번째 얘기가 나온다면 찾아서 보겠지.  폭탄이 난무하는 세상에 이 정도 재미를 주는 것만 해도 어딘지.  이런 연속성 때문에 작가나 출판사가 시리즈를 내는 것이겠지.

다음 시리즈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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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쓰고 잘 노는 남자 한량
현고운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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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로도 날렸던 1% 어떤 것이 꽤 유명하지만 그 책은 이상하게 땡기지 않아 보지 않았고 어쩌다 손에 잡힌 불타는 우리집에 꽤 읽을만 해서 맘 잡고 현고운 작가의 책을 좀 골라봤는데 이 책은 보면서 대박이다~ 를 외쳤음.

부자집의 둘째 아들.  한량, 즉 바람둥이인 남주는 건축사 사무실에 다닌다.  유치원 원장인 고객이 그를 잘 보고 딸과 소개팅을 주선해 주는데 킹카인 그에 비해 물이 한참 떨어지는 그녀는 이 한량에게 무관심.  처음엔 피차 별 관심없이 시작된 관계는 지금은 남주 형의 약혼녀인 첫사랑 여인을 떼어내기 위한 남주 때문에 어찌어찌 데이트를 하는 관계가 되고.  로맨스 소설의 수순대로 티격태격하고 또 잠시 찢어지고 오해도 하다가 결국은 모두모두 해피엔딩~

킹카와 폭탄녀의 얘기는 로맨스 소설에서 재벌 집념남과 볼 것 하나 없는 청순가련 소심녀 커플 다음으로 흔하고 앞으로 끝없이 우려먹을 소재다.  그런데 그 빤~한 얘기가 톡톡 튀면서 흡입력이 있다.  각각의 캐릭터가 살아 있다고나 할까?  주연부터 단역까지 자기 자리에서 제 역할을 아주 충실하게 해줘서 더 즐거웠던 소설.

매 챕터 위에 나오는 한량어록이던가? 의 위티는 현고운 작가가 정말 남자 한량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정곡을 찌르는 위트가 있어 내용과 별도로 또 읽는 재미를 더해줬다.  문제의 약혼녀와 결국 파혼한 형과, 여주의 선배가 주인공인 다음 시리즈를 찾아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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