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향이 강한 향신채들을 엄청 좋아한다. 때문에 양파가 들어갈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요리에 양파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양파의 다른 활용법을 돈 주고 알아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을 했지만... 앞선 책들이 마음에 들다보니 그냥 양파도 사버렸다. ^^; 결론부터 말하자면 잘 샀고 만족. 보통 부가적인 재료가 되기 쉬운 양파가 주인공인 요리들. 양파와 다른 재료들의 궁합을 맞춰서 먹을 요리들이 줄줄이 소개되는데 이 시리즈의 최고 장점대로 대부분 간단하다. 내게 특히 좋았던 부분은 양파를 이용해 소스나 드레싱 초절임 같은 걸 만드는 방법과 이렇게 만들어 둔 저장 양파를 활용한 요리들이다. 얘네들이야말로 대박이라는 생각을 했음. 날이 쌀쌀해져서 그런지 스프나 포타쥬 같이 양파를 활용한 다양한 국물 요리들도 마음에 들었다. 양파라는 재료 자체가 약성이 좀 있다보니 당뇨병이나 고혈압 환자들을 위한 레시피들이 많아서 식이요법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쉽다면 당뇨병 환자이고 자신을 위해 양파를 활용한 건강식을 개발한 생소한 쿠보타 요리사의 양파 스프들 레시피 등 몇몇가지에서 한국에서 생소한 재료들이 아무 설명없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잘난척이 아니라 난 일반적이지 않은 향신료나 야채들을 꽤 많이 알고 사용하는 편에 속한다. 그런데 내게도 이게 뭔가? 싶은 것들이라면 이 책을 보는 대다수에게도 마찬가지일텐데... 각주를 달아서 설명을 덧붙여주는 세심함이 아주 많이 아쉬웠다. 햄버그 스테이크 만들어 먹을 때 늘 토마토 소스를 만들었는데 다음에 할 때는 여기에 나온 양파소스를 만들어서 꼭 활용을 해봐야겠다. 훨씬 더 깔끔하고 맛있을 것 같다. ^ㅠ^ 양파 쇠고기 덮밥도. 이 시리즈의 양배추에 나온 양배추 돈가스 덮밥을 어제 만들어 먹었는데 밥+채친 양배추+돈가스라는 진짜 최고로 간단한 조합인데도 그 궁합이 환상이었다. 양파 쇠고기 덮밥도 기대됨. 그리고 쿠보타 요리사의 양파 수프들도 왕창 만들어놓고 냉동해 놨다가 하나씩 해동해서 먹어야지~ㅇ 간단. 건강. 맛이라는 세마리 토끼를 잡게 해주는 요리책인 것 같다. 생소한 요리 재료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면 별 다섯개 꽉꽉 채워줬겠지만 설렁설렁한 마무리가 아쉬워서 별점을 깎았음.
얼마 전에 이 시리즈의 토마토 요리책을 보고 괜찮다 싶어서 양배추를 추가로 샀고 이번엔 브로컬리와 양파를 주문해봤다. 브로컬리가 몸에 좋다는 건 알고 있지만 한국인에게는 비교적 새로운 야채다보니 활용 범위는 그렇게 넓지가 않다. 데쳐서 샐러드에 섞거나 스튜나 스테이크에 곁들임, 중국요리 몇종류에 사용하는 걸 제외하고는 사실 사다가 늘 반 정도는 버리게 되는 야채이다. 그런데 이 브로컬리 요리만을 모아놓은 책이라니 구미가 당겨서 구입을 했는데 토마토처럼 대박까지는 아니지만 생각지도 못한 조합들이 꽤 많다. 늘 버리게 되는 기둥 부분을 활용하는 방법이며 맛있게 데치는 법 같은 기본적인 노하우도 좋지만 쏠쏠하니 애용할 것들을 꽤 많이 건졌다 (<-- 내가 애용하겠다는 것은 손이 많이 안 간다는 것과 동일어. ^^) 브로콜리 새싹을 이용한 요리들도 많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무순을 제외하고는 새싹을 모듬으로 팔지 따로 구하기는 힘든 편이라 그 레시피들은 모듬 새싹용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솔직히 아무 상관이 없을 것 같음. 브로컬리를 활용한 다양한 샐러드와 포타쥬, 수프와 파스타 종류는 우리 또래 이하의 젊은 세대들에게 환영받을 영양가 많고 건강에 좋은 레시피인 것 같다. 브로컬리를 활용한 일본식 건강 요리들도 있는데 한국에서 우리 윗 세대들에게 환영받을 맛인지에 대해서는 살짝 의문. 삼시세끼 고전적이고 토속적인 입맛을 맞춰야하는 집에는 비추이지만 퓨전까지 허용하는 입맛의 가정에는 적극 추천. 이 책 하나만 있으면 몸에 좋은 브로콜리를 최소한 이틀에 하나씩은 해치우는 게 가능할듯. 쇠고기, 연근, 새우 등 브로콜리와 함께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들이 많으니 냉장고 청소에도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다.
별 네개 반.
영어가 아니라 우리 말로 번역된 동종요법 책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빛의 속도로 주문을 했다. 그런데... '가이드'라고 제목에서 풍기는 뭔가 친절해 보이는 모양새와 달리 이건 아마도 전공자들을 위한 책이지 싶다. 정말 꼭 번역을 해줬어야 하는 주요 용어들은 물론이고, 국내에 번역된 다른 동종요법 서적들에서 번역해놓은 단어들 마저도 그냥 영어를 그대로 쓰고 있다. 70년대에 출판된, 부모님이 보시던 책들에서 종종 보던 국한문혼용체가 21세기에는 국영문혼용체로 변화한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내가 이 책을 살 때 기대했던 것은 동종요법적인 치료에 주의점이나 기본적인 가이드, 그리고 조금 더 친절하자면 증상별로 어떤 처방을 해야하는지 잘 정리된 리스트였다. 그러나 뜨문뜨문 아는 이름들 몇명과 그래도 그동안 몇권 읽었다고 낯설지만은 않은 동종약이나 처방 관련 용어들 몇가지를 제외하고는 내게는 뜬구름 잡는 얘기들의 연속. 동종요법의 역사에서 쓰여왔던 접근법이나 처방법, 그리고 저자가 실제 임상에서 경험했던 일들을 정리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상당히 개념적이다. 때문에 동종요법에 대해서 기본적인 것 이상의 공부와 이해가 없는 아마추어에게 이 책은 거의 쓸모가 없다. ㅠ.ㅠ 매 문장마다 모르는 단어가 기본 2-3개인 원서 좀 읽지 않고 편히 가보려고 했는데 헛돈을 썼음. 관련 원서를 몇권 읽은 다음에 다시 이 책을 보면 그때는 가치가 새롭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으로선 아쉬움이 가득. 정보적인 측면과 상관없이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아이러니라는 감정. 이 책에 나온 치료법들은 동화나 소설 속에서 등장하던 늙고 경험 많은 동네 할머니 류의 치료사들, 혹은 미개지로 간 서구인들이 만난 원주민 무당 같은 돌팔이 의사들의 어설픈 치료를 묘사하는 장면에서 만났던 것들이 많다. 근대를 넘어 현대로 오는 과정에서 미개한 것, 절대적으로 타파되어야 하는 것으로 취급되던 부분들이 21세기에 다시 재조명 받고 각광받고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그러나 동종 요법에서 주장하는 그 근거와 효능을 100% 받아들이고 따르기는 내게는 좀 무리이다. 현대 의학의 혜택을 받고 그 안에서 성장한 내 한계일 것이다. 진리라는 건 꼭 어느 한곳에만 있는 게 아니니까 중심을 잡고 적당한 선에서 취합을 하는 것이 자기 선택권을 가진 내 권리. 아마도 자가 관리가 가능한 단계에서는 이쪽에 기대더라도 위기 상황이 되면 뽀삐를 데리고 병원으로 달려가듯 나도 병원으로 달려갈 거다. 서구의 경우는 현대 의학과 동종요법이 결합되어 치료를 하려는 시도가 많아지는 것 같은데 우리는 한방과 양방이 틈만 나면 싸우고 있다는 사실도 아쉽다. 한방이나 동종요법이나, 양방의 입장에서 보면 뜬구름 잡는 소리들이 많긴 하지만 이치를 따져보면 나름대로 맞는 것도 많은데... 아무래도 많이 배우고 똑똑한 사람일수록 기존에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이나 생각을 버리기 힘든 거겠지,
원제는 Mon Livre D'afrique로 동물 연구가로 아프리카에서 살았던 부모를 둔 덕분에 아프리카에서 태어나 거기서 오래 살아왔던 티피 드그레라는 아이(2001년에 나온 책이니 현재는 아가씨라고 해야겠지만)가 10살 때 그 부모가 찍은 사진을 엮어서 낸 책이다. 사진은 티피가 아가일 때부터 부모가 찍은 사진 중에서 골라냈고 글은 10살의 티피가 썼다. 책 제목과 책 안의 내용에서는 티피가 동물과 대화를 한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좀 더 정확하게 표현을 하자면 아프리카의 동물들과. 프랑스로 돌아와서 주변에 있는 개나 고양이와 대화를 시도했는데 되지 않았다고 티피가 고백한다- 구체적인 대화 방식이나 내용에 대해서는 별로 설명이 없다. 백인 여자아이와 아프리카의 동물들, 웅장한 풍광이 어우러진 독특한 사진들에 더해진 글은 10살 여자어린이가 생각할 수 있고 쓸 수 있는 그런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어린이 특유의, 어른들은 놓치기 쉬운 직관적인 한두마디나 순진함이 드러나는 촌철살인이 종종 등장해 미소를 짓게 하기도 한다. 그리고 어린이 특유의 솔직한 감상이나 미래 계획은 확실히 우리와 다른 문화권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한다. 21세기 한국에서는 그대로 번역이 됐지만 아랍권에서 이 책이 번역된다면 티피의 미래 계획의 상당수는 검열로 잘려나갈듯. ㅋㅋ 책 분류에 초등학교 3,4학년용과 사진/그림 에세이에 함께 들어가 있던데 말 그대로 그 나이 또래 애들이 보면 또래의 이국적인 모험담으로, 어른들이 보면 눈요기와 휴식으로 적당한 책. 읽는데 한 30분 정도 걸렸다. 환상을 유지시켜주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겠지만 2001년 이후 티피에 대한 정보는 하나도 없다. 최소한 18세에서 19세는 되었을 티피는 아프리카로 돌아가 동물들과 다시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지 아니면 프랑스에서 평범하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동안 중국 복식에 관한 책들을 몇권 봤는데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알아듣기 쉽고 또 보기 쉬운 그림들이 많다. 중국 복식과 장신구에 관한 책들을 보면 머리 모양 이름만 있거나 아니면 설명없이 그림만 있어서 도대체 쌍소계니 고계니 하는 걸 보면서 도대체 저게 무슨 모양이란 소리인가 궁금했는데 여기서 그 의문이 대충 풀렸다. 머리모양 뿐 아니라 눈썹 모양, 화장 같은 부분도 상당히 자세하다. 아쉬운 건 저런 부수적인 것은 굉장히 자세한데 오히려 책 제목인 복식에 대한 부분은 설명이 상대적으로 미비하고 그림도 각 시대별로 대표적인 것 한두개씩만 있어서 실망이다. 앞으로도 계속 파편줍기를 해야할 것 같다. 그래도 건진 게 있으니 그럭저럭 만족. 중국 저자가 쓴 이런 류의 책들을 보면서 느끼는 건데, 중국의 이민족 융합 통일 정책은 아주 독하고 확실하게 진행이 되고 있는 모양이다. 중국의 복식에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티벳, 위구르 같은 비교적 최근에 병합한 소수민족들의 민족의상과 장신구들까지도 항상 소개를 해주고 있다. 이 책에는 빠졌지만 이전에 읽었던 '중국 복식사'에는 조선족 부분에 한복의 소개까지 있었다.
우리는 말 그대로 한족만 중국이라고 생각하지만 중국을 이끄는 사람들이나 그 안에 포함된 한족들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다. 동북공정이 저들의 계획대로 착착 진행이 된다면 몇십년 뒤나 다음 세기에 나오는 책에는 티벳만큼이나 확실하게 한복 소개가 중국 복식사에 포함되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놈의 나라 윗대가리들은 역사적 안목은 고사하고 그저 멀쩡한 강바닥 파낼 궁리만 하고 앉아 있으니 정말 암담....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