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두교 : 왜곡된 아프리카의 정신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41
라에네크 위르봉 지음 / 시공사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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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교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부분 좀비와 저주 인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도 그렇고.  기껏해야 우리의 무당이나 점쟁이 비슷한 주술사 정도가 더해지지 않을까? 

이 책은 그런 단순화된 부두교의 이미지를 확 바꿔준다.  백인들의 가혹한 식민지 경영으로 아이티의 원주민들이 그야말로 초토화 -생물학적인 용어로 쓰자면 멸종 -_-;- 되자 그들은 아프리카에서 노예를 대량으로 들여오면서 그 노동력 공백을 메꾸려고 시도한다.  흔히 일방적으로 백인들만의 노예 사냥으로 알고 있었던 이 노예 무역의 일부 아프리카 왕국들의 조직적인 가담이 있었다는 사실은 부수적인 충격인 동시에... 나쁜 X은 역시 자기 이득을 위해서는 동족이고 뭐고 없다는 사실과 성악설의 재확인하게 해준다.

여하튼 이렇게 아이티로 끌려온 흑인들은 강제적인 백인들의 가톨릭 세례 의식 속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교묘하게 토속 신앙을 결합시켜 살아나가게 되는 게 바로 이게 부두교의 출발이라는 것이다.  개신교와 달리 카톨릭은 의식이 상당히 중시되기 때문에 그들의 신앙을 잘 숨길 수 있는 효과적인 보호장치였고 그렇게 부두교는 강제로 아이티로 끌려온 사람들에게 퍼져 나가게 된다. 

마침내 수탈자인 백인들을 쫓아내고 세계 최초의 흑인 독립국이라는 지위를 획득하게 되면서 지배층은 백인들과의 교류를 위해 카톨릭을 국교로 삼고, 그 대다수는 부두교의 전통 아래에서 살아가게 되는 일련의 과정들이 자세하게 묘사된다.

단순히 미개한 토속 신앙이나 신의 매개자인 무당 일인 중심이 아니라 그 의미나 의식, 또 일종의 종교인이자 사제 집단이 그 권위와 지위를 얻기 위한 교육과 입문 체계까지 몰랐던 사실들이 줄줄이 펼쳐진다.  솔직히 부두교는 우리 나라에서 은밀하지만 동시에 엄청난 신자와 일상에서 꽤 많은 영향력을 갖고 있는 점교(^^; 달리 다른 단어를 찾기가 모호함. 아마 이게 가장 정확할 것 같다)보다 더 정교하고 조직화가 잘 된 것 같다.

정권에 이용되어 서로 엄청난 탄압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되기도 하는... 머리 잘 돌아가는 지배자에게는 이용해 먹을 수 있는 수단,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가 갈리는 혹세무민 집단이고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절대 떼어놓을 수 없는 정신적 지주이겠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 덕분에 좀비와 저주 인형보다는 조금 더 많은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어서 개인적으로는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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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학 인류학과의 조우 살림지식총서 31
성시정 지음 / 살림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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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봤을 때 도대체 UFO와 인류학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그게 제일 궁금했다. 그냥 UFO 어쩌고였으면 또 하나의 뜬구름 잡는 얘기려니 하고 아예 구매를 안 했겠지만 그 뒷 단어와의 연결고리가 궁금해서 샀는데 상당히 재미있다. 

저자는 요즘 지구 이곳저곳에서 꽤나 세력을 얻고 있는 UFO와 외계인에 대한 믿음과, 거기에 더해 종교적인 수준의 소통과 능력에 대한 신봉을 과거부터 이어져온 종교의 현대적인 변형으로 해석하고 있다.   

과거부터 이어져온 전통적인 종교가 갖고 있는 그 신비주의적인 교리에 논리적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현대인들과 식민지주의와 함께 들어와 원주민 문화를 말살한 기독교에 대한 반발로 그들만의 논리를 찾으려고 했고, 그게 현재 늘어나고 있는 UFO와 외계인에 대한 믿음이라고 본다.  즉 종교가 설명하지 못하는 과학적인 논리를 더한 게 현재의 모습이라는 건데...

아주 독실한 기독교나 이슬람교 원리주의자가 이 책을 읽는다면 곧바로 성전을 선포하고 저자의 정신을 뜯어고치려고 하거나 아니면 사형을 선고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전 세계 인구의 과반수들이 믿고 있는 거대 종교들의 권위는 형편없이 추락시키는 재미있는 해석이었다.

이런 독특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나, 이런 논리를 아무 제재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저자나 나나 현대에 사상의 자유를 가진 -요즘 심각하게 망가지고 있긴 하지만- 한국 땅에 태어났다는 걸 진심으로 감사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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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나무야 - 국토와 역사의 뒤안에서 띄우는 엽서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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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이랄지 자백을 하자면 신씨 성을 가진 다른 시인의 수필집인줄 잠시 잠깐 착각을 하고 구입한 책이다.  왜 그때 그렇게 생각을 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손과 머리가 잠시 유체 이탈을 하지 않았다면 결코 내 손에 들어오지 않았을 책.

하지만 이 책을 구입하는데 쓴 돈과 시간은 후회하지 않는다. 

좋은 생각과 깊은 사색은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가 퇴색되지 않고 오히려 더 깊은 무게와 보편성을 갖는다는 그 간단한 진리를 증명해주는 책이라고 해야할까. 1996년에 나온 책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지금 이 시대에 쓴 것과 같은 신선함을 간직하고 있다.  물론 우루과이 라운드 등 당시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단어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따져보면 지금의 이 뜬구름 잡는 세계화니 나라 망하게 하려고 작정한 녹색 성장 어쩌고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라 오히려 그때보다 더 진하게 다가온다.

이런 수준의 조용한 비판과 자기 성찰이 지금은 뽀삐 화장지 무늬보다도 더 읽을 가치없는 기사를 쏟아내는 매체를 통해서 나왔다는 게 내심 신기하다.  하긴... 한 세대 전에는 동아일보가 가장 바른 소리를 하던 소위 짱짱한 신문이었던 걸 감안해보면 이 정도 변화는 댈 것도 아니겠지.  옆으로 좀 튀는 소리지만 초지일관은 조선일보를 따라갈 수 없을 듯.  ㅋㅋ

80년대에... 어느 시인이 우리 산하를 돌아다니면서 만난 사람들과 우리 농촌을 보면서 그 피폐해져가는 모습을 가슴 아파하는 심정을 토로한 책이 있는데 그 책을 보면서 마음 아프고 감동하면서 80년대의 현실을 고스란히 얼려놓은 화석 같다고 느꼈었다.  이 책은 90년대 한국을 담은 화석이 될 것 같다.  IMF 직전 90년대의 흥청거리는 한국 사회에 남아 있는 역사적 현장을 찾아갔던 지식인의 따뜻하면서도 동시에 냉철한 시선을 담긴.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 하나.  여기에 줄기차게 등장하는 '당신'은 과연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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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지음 / 사회평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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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에 가장 화제가 된 책 중 하나.   

예전이 나왔던 이런 류 서적들처럼 시중에 깔리자마자 그 회사에서 다 사서 걷어가는 일이 생길까봐 잽싸게 샀다.  하지만 괜히 품절 사태 나서 더 선전이 될까 저어했는지 이번에는 다른 책을 전사적으로 열심히 사서 베스트셀러 순위를 떨어뜨리는 쪽으로 작전을 바꿔 나온지 쫌 된 소설 하나가 어부지리로 떴다는 얘기를 출판쪽 동네 다니는 사람에게 들었음.  -믿거나 말거나~-

예전에는 현대보다 더 세련되고 그나마 좀 선진적인 조직으로 인식되었는데 어느 날부터 불편함과 비리와 정경유착, 불합리의 표상으로 등장하고 있는 삼성에 대해 그 조직의 가장 깊은 곳에 있었던 사람이 자신이 보고 겪었던 일들을 세세하게 정리한 내용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무지하게 심기가 좋지 않고 불쾌할 삼성이 침묵을 지키는 까닭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여기 적힌 내용의 전부가 진실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일단 김용철 변호사라는 사람은 상당히 영리하고 언론전의 기본을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지나친 자기 미화, 예를 들어 난 완전무결하게 깨끗해~ 난 엄청 잘 났어~ 난 대단해~에 대해 거부감과 불쾌감을 느낀다.  더불어 저런 이상적인 자기 미화는 공격의 소지를 만들어주기 쉽다.  주로 조중동문과 한나라당 계열들이 많이 쓰는 공격 방법인데, 저런 고결 이미지를 가진 대상에게는 아주 조그만 흠집만 있어도 그 부분을 집중 공략해서 옳은 나머지 부분에 대한 진실성 마저도 덮어버릴 수 있다. 

하지만 김용철 변호사는 책의 도입부터 끝까지 자신은 완전무결한 사람이 아니고 많은 잘못을 해온 평범한 사람이라는 걸, 자신의 잘난 점, 옳은 점을 얘기할 때마다 적절히 끼워 넣어서 혹시라도 일어날 수 있는 거부감과 공격 빌미를 원천 봉쇄한다.  이렇게 미리 방어를 쳐놓으면 상대는 기껏해야 똑같이 더럽게 잘 먹고 잘 살면서 놀더니 배신했다는 욕은 할 수 있어도 그가 말하고 있는 내용의 진실 여부에 공격은 하기가 힘들고 해도 사실상 먹히지 않는다.  

김용철 변호사 스스로도 -물론 전략적인 이유도 크겠지만- 인정했고 건너건너 아는 주변에서 흘러나온 평판을 종합해볼 때 그는 정말 고결하거나 특별한 사명감이 있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상당한 엘리트주의자이고 또 자기 자존감이나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이 아주 크고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는 걸 죽자고 싫어하는 스타일.  그래서 자신의 위신을 깍는 그 돈잔치와 로비스트가 -대놓고 말하자면 로비 상무? 술상무?- 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졌을 것이고, 김인주와의 불화와 파워싸움에 밀려 부하들이 자기를 무시하는 것을 참지 못하고 삼성을 나왔겠지. 

나간 뒤에 그의 자존심과 밥줄을 삼성이 지레 놀라서 건드리지 않았더라면 혼자 속에 담고, 가까운 주변과 술자리에서 "삼성 쟤네들은 저런 구린 X들이야~" 하고 뒷담화 정도는 했어도 그걸 세상에 터뜨리는 일은 안 했을 텐데... 삼성이 엘리트주의자의 자존심을 너무 얕봤던 것 같다.  밥줄을 끊어놓고 이 책에 묘사된 정도의 압박을 가했을 정도면 이판사판, 너 죽고 나 죽자가 충분히 나오겠지.  

내가 김용철 변호사를 인정하는 건 다친 자존심과 왕따에 열 받아 그 좋은 자리를 나온 것, 그리고 그가 너 죽고 나 죽자를 준비할 때 삼성에서 적극적으로 들어온 회유에 넘어가지 않은 점이다.  아마 상당수는 지인을 총동원한 그 협박과 회유에 지쳐 나가떨어지지 않았을까. 

'삼성을 생각한다'는 삼성의 잘못된 대응이 만들어낸 좋게 말하면 그들의 실수,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 뻘짓의 산물이다.  이 책이 나오게 만든 대응은 완전 바보짓이었지만 그 이후 대응은 그래도 똑똑한 사람들이 있기는 한 모양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사재기 하거나, 명예 훼손 운운하면서 (<-사실 그러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서서 논란을 키우기보다는 그냥 무시하면서 빨리 조용해지고 잊혀지기를 기다리는 게 현명하겠지.

내용은 너무 많은 곳에서 언급하기 때문에 생략한다.   

분명히 가슴이 갑갑하고 많이 분노해야할 내용인데... 이게 덤덤하게 읽힌다는 사실이 두렵고 슬프다.  그리고 검사나 판사라는 저 대한민국의 초 엘리트 집단 중에 김용철 변호사 정도 수준의 자존감을 가진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도 슬프다. 돈 앞에서는 일단 모조리 꿇어의 분위기라니. 그들이 갖고 있는 엘리트주의와 드높은 자존심은 함께 가야하는 거 아닌가? 

인간 관계에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하니 삼성맨들 제외하고 주변에 책 선물할 일 있으면 이걸 일순위로 해야겠다.  한 명이라도 많은 사람에게 읽도록 하는 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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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ㄴㅇㄹㄴㄹ 2010-05-08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민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니까요.

미국은 재벌들이 존경받는데 우리나라는 뭔지..

popy1 2010-05-10 19:24   좋아요 0 | URL
포기하지 않고 담벼락에 대고 소리라도 지르면 언젠가는 바뀔 날이 있겠죠.
열 받아서 주저앉으면 지는 거라는...
질긴 놈이 이깁니다. ^^
 
타샤 튜더, 인형의 집 - 마법 같은 작은 세상
해리 데이비스 지음, 공경희 옮김, 제이 폴 사진 / 윌북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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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좋지 않은 날의 독서는 무조건 찜찜하거나 머리 복잡하지 않고, 그림이 많으면 장땡이라는 게 내 주장인데 그런 의미에서 아주 적절한 선택이었다. 

이 책은 어릴 때부터 타샤 튜더의 취미 생활이었던 인형의 집에 대한 세세한 기록이다. 그녀의 코기 하우스를 축소한 것 같은 인형의 집에 사는 엠마와 새디어스 부부 인형.  엠마의 살림살이들은 타샤의 살림살이의 상당수는 섬세한 미니어처로 타샤의 팬이나 친구들이 각자 능력의 범위 안에서 만들어 준 것들이다.  그 나머지는 타샤의 손으로 직접 만든 것들이고. 

어릴 때 선물세트의 커다란 상자의 아랫면을 바닥으로, 위뚜껑 부분을 한쪽 벽으로 세워서 거기에 인형을 위한 방을 꾸미는 일을 좋아했던 내게는 정말 부러운 컬렉션이다.  종이 상자 속에 내가 직접 만들어 넣은 옷장이며 침대, 책장과 부엌 살림살이, 책과 공책 등등 내 조악한 컬렉션은 어릴 때는 방청소를 할 때 어김없이 버려졌고, 내가 좀 더 커서는 다 큰 애가 어린애처럼 인형 만지작거린다는 구박에 결국 그렇게 끝을 맺었는데.  내가 열심히 모았던 그 인형들과 갖가지 옷들도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이사를 위해 짐정리를 하던 그 즈음에 결국 퇴출당했다. ㅠ.ㅠ

그 취미생활이 구박받지 않고 그냥 이어졌다고 해도 내 재주상, 타샤 튜더나 예전에 런던에 있는 장난감 박물관에 전시된 인형의 집들 같은 예술품을 만들어내지는 못했겠지만 그래도 쓰레기장에서 사라진 내 컬렉션들은 내게는 의미가 있는 거였는데... 이 책을 보면서 잊고 있었던 그 추억과 아쉬움이 떠올랐다.   

인형을 대대로 물리고 또 그 살림살이들을 대대로 물리는 문화가 어느 정도는 남아 있는 미국과 서구 사회에서 가능한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굳이 인형의 집은 아니더라도....  우리의 급격한 발전과 변화 속에서 분명 보존되어야할 가치가 있는 아름다운 것들이 유형이건 무형이건 많이 사라졌을 거라는 생각도. 

미국 시골에서 살았던 손재주 많은 어느 부지런한 할머니의 인형의 집이 바다를 건너 전혀 다른 문화권에 사는 사람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언젠가 타샤 튜더의 집이나 컬렉션이 기념관이나 박물관으로 꾸며지는 날이 오면 그때는 직접 구경할 수 있겠지. 

책과 상관없이 생각이 옆으로 많이 튀었는데, 글씨는 조금, 예쁜 사진과 그림은 엄청 많은, 그래서 좀 비싸지만 머리 복잡할 때 꺼내놓고 후루룩 넘겨만 봐도 흐뭇해지는 고운 책이다.  비싼 책값이 슬프지만 이 정도로 예쁘게 만들려면 이 돈은 써야했을 거라고 위로하고 있음. 

책분류는 에세이에 속해 있는데... 오히려 도록이나 사진집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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