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의 사회사 - 근대 동아시아 의학의 재발견 살림지식총서 258
신규환 지음 / 살림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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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못해 내가 과연 읽기는 다 읽었나 수준이 되어버린 책.  ^^;

이 책을 구입했던 이유는 과거 한중일의 의학 수준과 어떤 병들을 앓았고 어떻게 치료를 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어서였다. 

그 목적대로만 재단을 하자면 일단 실패.  ^^;  책 표지그림이 아니라 인터넷에 있는 부제를 더 열심히 봤어야 하는데... 이 책의 내용은 '근대'에 집중되어 있다.  물론 역사라는 게 똑 잘라서 한 부분만 얘기할 수는 없는 거다 보니 조선시대까지도 거슬러 올라가 짚어주는 내용들도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포커스는 이쪽에 있다. 

그리고 여기서 다루는 질병의 대부분은 전염병이다.  전염병 하면 딱 떠오르는 콜레라와 천연두, 결핵 외에 좀 이채로웠던 건 성병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항생제의 발명으로 인해 예전만큼 치명적이지 않아 -물론 수퍼 박테리아들도 있지만- 지금은 대놓고 떠들 정도의 사회 문제는 아니게 된 성병이 과거엔 어떤 존재였는지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시기 동양 3국의 의학사는 현미경의 발견 이후 병의 원인을 세균에 두고 그 방역을 병과 싸우는 과정 중 하나로 정착시킨 19세기 서양 의학이 다른 가치와 접근법을 갖고 병을 대해온 동양 의학에게 거들먹거리며 그 자리를 대치하는 과정으로도 보인다.  근대 의학의 모습을 깔끔하게 정리해 보여주는 출발로는 괜찮은 책이지만 그 이전에 대한 정보는 다른 책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여하튼 저 양의에 대해 이제 동의, 혹은 한의의 다시 반격이 슬슬 일어나고 있는데 역전이 가능할지는...  양쪽에 다 이해관계가 없는 평범한 예비 환자 입장에서는 이종이 교배되어 새로운 우량종이 탄생하기를 기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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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의 역사 - 수니파 시아파 쿠르드족의 각축 살림지식총서 269
공일주 지음 / 살림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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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지 너무 오래 되서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어쨌든 책 한권을 끝냈다는 기록은 남겨야할 것 같아서 억지로 끄적끄적.

내가 어렸을 때부터 이라크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게 후세인이었다.  이란 하면 호메이니였고.  그래서 그런지 후세인의 나이도 엄청 많고 또 그 지배의 역사가 아주 오래고 탄탄했다는 막연한 느낌을 갖고 있었는데 어릴 때 신문에 등장했던 그때 후세인은 당시 불안한 권력 기반 위에서 암살의 위험도 많이 받고 세력을 굳히기 위해 아주 열심히 고군분투 하다가 전쟁까지 선택했던 거라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현대사, 특히 나랑 세월이 겹치는 인물과 사건이 등장하는 책을 읽을 때면 그땐 내가 몇살이었나 연도 계산이 취미이다. ^^)

단편적이었던 근현대 이라크에 관한 정보를 대충이나 종합하고 정리하는데도 도움이 되었다.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 오마 샤리프가 분했던 그 파이잘 왕자가 이라크의 왕이 되었고 그 이후 몇대를 내려가다가 그 손자였던가 증손자는 사형 당하는 걸로 끝난 이라크 왕조.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 애미레이트 연합 때문에 우리에게 강렬하게 각인된 저 아랍 왕조들 역시 1,2차 세계 대전 이후 재편된 세계 지도와 새로운 균형 때문이라는 것도 이렇게 정리가 된다.

살림 문고답게 아주 깊지는 않지만 이라크라는 이름으로는 실은 역사가 그리 길지는 않은 이 국가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다.  사우디처럼 아주 무시무시하게 수니파가 강하거나 이란처럼 수니파가 강해서 확실하게 찍어 누르지 않는 이상 시아파와 수니파의 저 끈질긴 대결은 이슬람교가 존재하는 한 계속될 것 같다는 암울한 상상도 덤으로 하게 된다.

아랍 관련 역사책이나 하여간 뭐든 읽을 때마다 저 두 파의 티격태격은 진짜 빠지지 않는다. 쳔년도 더 전에 일어났던 분쟁을 원인으로 이어지는 분쟁을 보면... 인간들의 뒤끝은 무한대인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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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일제 침략사
임종국 지음 / 한빛문화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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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정리가 잘 된 글이다.  어쩌면 이런 자료들을 다 꼼꼼하게 찾아냈을까 감탄이 나오기도 하고. 좀 자극적인 소재라서 문체나 구성이 딱딱했더라도 어느 정도는 읽혔겠지만, 선데이 서울을 읽는 것처럼 쉽고 흥미진진한 문장은 책일 손에 놓기 힘들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초 신경을 자극하다 못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그런 저급함과는 거리가 먼 담백한 절도를 지키고 있다. 

참 글을 잘 쓰고 또 억지로 짜낸 글이 아니라 풍부한 지식의 바다에서 적당히 퍼올린 박학다식한 저자라는 감탄을 하면서 약력을 찾아보니까 평생에 걸쳐 친일파에 대한 연구를 해온 분이셨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그 매체를 활용해 어중떠중들이 자청타청 재야 사학자를 칭하는 걸 보면서 많이 비웃었는데 (물론 아닌 분도 많으니 해당 없는 분들은 발끈하지 마시고~) 이분은 재야사학자라는 타이틀을 붙이고도 줄이가 남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제 침략기에 조선이 일본의 호구였고, 엄청난 수탈과 부패의 온상이었다는 건 정치사, 경제사를 통해서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포커스를 유흥,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매춘과 연결해서 좁히니 정말 아수라장 내지, 속어로 말하는 앗싸리 판이 바로 여기였구나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호색가로 이름 높았던 이토 히로부미 통감을 시작으로 조선에 들어온 일본인들의 일확천금의 꿈. 그것과 연결된 관리들의 이권 불하의 검은 커넥션은 당연히 요정이나 술집들을 중심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었고 그 안에서 밤문화(갑자기 대구의 그 화끈한 어쩌고 씨가 떠오르는군. ㅋㅋ)의 번성은 당연지사.  그 밤문화를 수놓았던 유명한 게이샤들과 연결된 관리, 부호들의 오입질 기록은 곧 우리에겐 수탈의 기록이 되고 있다.  그렇기에 일본인을 포함한 타국인들에겐 그저 기막힌 부패와 매춘 스캔들일 뿐인 이 선데이 서울은 우리에겐 아주 씁쓸한 역사로 다가온다.

이 저자는 일본의 침략과 거기에 얹혀 들어온 일본인들에 대한 혐오를 아주 강하게 갖고 있다. 하지만 대놓고 '나 쟤 싫어! 쟤 죽일 놈!' 이라는 일차적인 비판 대신 현실을 보여주고, 뒤로 돌아쳐서 욕을 해 공감을 유도하는 고급스런 글쓰기를 하고 있다.

주제의 요점은 딱 잡고 있지만 폭넓은 부분을 함께 다룬 저자의 글쓰기 덕분에 당시 국제 정세나 일본의 정치 상황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었던 것도 재미있었다.  일본의 근현대사 부분은 일본인들이 손에 쓰여진 거라 아무래도 분칠이 어느 정도는 될 수 있는데 외부인의 시각에서 그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서 내게는 이해가 더 잘 되는 것 같았다.

해방 이후 조선에 거류했던 일본인들의 운명은... 중국에서 똑같이 못된 짓 했던 놈들은 마을 전체에서 몇 명만이 살아 남는 등 아주 제대로 응징을 받았지만 남쪽에선 거의 고스란히 일본으로 곱게 돌아갔고, 그나마 핍박을 받았다던 북쪽에서도 마음 착한 한국인들의 도움으로 대규모 탈출도 이뤄지는 등 저지른 죄에 비해 인과응보는 이뤄지지 못했다. 

6.25 때 말도 안 하고 홀라당 도망갔다가 돌아와서는 부역했다고 멀쩡한 사람들 다 잡아 죽인 그런 노력과 정신의 반만 친일파들을 단죄하는 데 썼더라면 지금 우리가 이 난장판은 아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아주아주 곱게 일본으로 돌아간 조선 거류 일본인들을 보면서 느꼈다.

우리가 참 착한 건지, 아님 말 그대로 병신인 건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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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에로니무스 보스 - 중세 말의 환상과 엽기 시공아트 22
월터 S.기브슨 지음, 김숙 옮김 / 시공아트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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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에로니무스 보스 하면 현대 작가들보다 더 초현실적이고 파격적인 환상 세계를 구현한 특이한 화가로 대중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그의 그림에서 표현되는 천국과 지옥, 인간사의 모습들이 분명 성서를 묘사하고 있는 것임에도 -현대인의 시각에서- 너무도 파격적이다 보니 때때로 환상 문학 같은 2차적 저작물의, 시간 여행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거나, 우주 혹은 다른 이세계를 오가는 인물, 때때로 악마로 등장할 정도고 그 인상은 나 같은 일반 애호가들에게 지우기 힘들 정도로 강하다.

그런데...  이 저자는 그런 상상력을 아주 논리적으로 자근자근 밟아주고 있다. ^^; 

보스의 그림은 당시의 시각에서 볼 때 절대 파격적이거나 달리나 르네 마그리트 같은 초현실과 상관이 없고, 오히려 종교가 일상이었단 중세 말기인들의 상징 코드를 전형적으로 활용해 그들이 갖고 있던 천국와 지옥에 관한 세계관을 제대로 표현하는, 아주 종교적인 그림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중세 미술사학가나 전문가라면 또 다른 이론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이 논리 전개는 환상 히어로 히에로니무스 보스 예찬자인 나로서도 반론의 여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논리 정연하다.

교회에서 무식한 대중들을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천국과 지옥을 아주 강조를 했다는 것, 그리고 페스트 등 멸망의 징후를 체감했던 중세인들이 악마나 죽음 코드에 관해 얼마나 예민하고 다양하게 반응하고 또 여러가지 상상을 했는지에 관해서는 굳이 미술사가 아니라 그냥 중세사를 봐도 많이 만났던 얘기였다.  하지만 그건 그거였고, 보스나 -또 브뤼겔-의 예술과 연관지어 생각하지는 못헀는데... 

1970년대에 나온 무지~하게 오래된 책인데 히에로니무스 보스에 대한 저자의 시각이나 견해는 내게 아주 신선했다.  존경 받는 전문가의 아주 오래된 학설임에도 이게 대중들에게 널리 퍼지지 않은 건 역시 진실보다는 환상을 즐기는 우리의 속성 때문이지 싶다. 

중세의 충실한 종교인이고 생활인이었던 보스보다는 반항적이고 예술성의 근원이며 정체를 알 수 없는 환상적인 히어로가 아무래도 대중들에겐 더 매력적이겠지.  이 저자의 논리가 역사와 미술 다방면에 걸쳐서 이렇게 딱딱 떨어지지 않았다면 나 역시 근사한 상상쪽을 택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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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하는 유럽 도자기 - 마이 앤티크 컬렉션 1
김재규 지음 / 한길아트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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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그릇에 불타 오르는 사이클로 접어든 것 같다.  단순히 사이트들을 누비며 그릇을 구경하고 장바구니 놀이를 하고 가끔은 지르기도 하다가 이제는 단편적인 내용들을 좀 체계적으로 알고 싶다는 욕구에 검색하다 발견한 책이다.

몇변 데인 경험이 있어서 이런 류의 책은 국내 저자는 별반 신용하지 않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구매를 했는데 나름대로 성공적인 선택.  영국에서 공부한, 이쪽 방면으로는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인 모양인지 고대부터 유럽 중심으로 훑어 내려오는 내공이 만만치가 않다.

하지만 -이건 저자에게일지, 아니면 편집 쪽에 해야할지 모를 불평이지만- 아트북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고, 도판을 위해 엄청나게 비싼 종이를 쓰고 있는 그 특징을 거의 살리지 못한 책이라는 불평은 반드시 해야겠다. 

아트북이라면 가장 필수적으로 갖춰야할 덕목이 내용과 딱딱 어우러지게 제자리에 배치된 도판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필수 요소에서 낙제점이다.  초반부에 도자기의 역사 등등이 설명되는 챕터에는 종이가 아깝게 단 한 장의 사진도 없고, 중반부터 그나마 사진들이 많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내용과 사진과의 거리는 한 백년 정도?  마이센 도자기를 설명할 때 마이센 사진은 구경도 할 수 없다가 저~~~어~~~기 한참 뒤쪽에, 이미 마이센은 잊혀진 이름일 즈음에 마이센의 사진이 줄줄이 모여서 등장하는 식이다.

 이 책을 쓴 저자나 내공이 있는 독자라면 책에 언급된 이름들만으로도 머릿속에 도자기들이 줄줄줄 지나갈 수 있겠지만 나처럼 초보나 혹은 초보 딱지를 겨우 뗄까말까한 독자에게는 그저 이름만일 뿐이지 설명되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저작권 등의 문제로 사진을 확보하지 못한 부분들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닌 경우에는 내용에 맞는 도판 배치는 필수가 아닌가?

다른 곳에서 만나기 힘든 좋은 정리이고, 사진들 각각을 곰곰히 따져보면 좋은 것들이 많음에도 성의 없는 편집 때문에 책의 가치를 떨어뜨린 게 안타깝다.

제자리를 찾아가지 못한 사진과 겉도는 내용이라는 흠을 덮고 그냥 책 자체로 본다면 눈요기도 많고 앤티크나 빈티지 도자기를 좋아 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입문서가 될 수 있겠다.  다만 정보의 상당수가 아주 고급인 앤티크 중심이기 때문에 상당수는 눈요기가 되겠음.  ^^;  그래도 돈이 없는 입장에서는 차라리 이렇게 아예 닿을 수 없는 애들이 정신 건강과 가정 경제의 안녕에 도움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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