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 영혼에 뜨는 별 그린게이블즈 앤스북스 2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김유경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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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은 이제 소녀가 된 에밀리의 우정과 싹트기 시작한 사랑의 떡잎들이라고 할까, 1권에 등장했던 그녀 인생의 남자들, 테디, 페리, 딘이 각자 확실하게 다른 모습으로 에밀리 주변에 존재감을 내뿜기 시작한다. 서양에도 올가미 시어머니가 있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준 -몽고메리 여사의 소설을 보면 올가미 시어머니는 서구에도 다수 존재한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어머니를 둔 테디, 에밀리의 목숨을 건져주면서 서로 인연을 맺게 된 아버지의 친구이기도 했던 딘 프리스트.

몽고메리는 대놓고 누가 누구를 좋아하고~ 이런 식의 묘사를 하지 않고 독자들이 그 사랑의 작대기를 은근슬쩍 눈치챌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에밀리의 가장 친한, 유일한 여자 친구는 에밀리를 저돌적으로 짝사랑하는 페리를 사랑하고, 이모들은 농장을 물려받을 사촌인 앤드루와 에밀리를 엮어주려고 은근히 수를 쓰는 모습들이 노골적이고 단선적인 설명이 아니라 암시와 묘사로 느껴지는 맛이 참 감칠난다. 책을 빌려준 ㅌ님의 번역이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얘기가 1권에선 그닥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2권에서는 공감이 가기 시작. 원서를 읽지 않았음에도 뭔가 좀 더 간질간질하고 감칠맛 나는 표현이 있을 텐데, 좀 더 익살스럽게 몽고메리 특유의 해학적인 표현을 살릴 수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튀어나왔다.

이렇게 남자들이 에밀리를 향해 은근슬적 애정 공세를 펼치기 시작하지만 아직 소녀인 에밀리의 관심은 대부분 글쓰기와 상급학교 진학에 쏠려 있다. 퀸 학원에 진학해 교사가 되어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싶어하지만 머리 집안의 여자는 돈벌이 같은 천한 일을 하지 않는다는 이모들은 졸업 때까지 소설은 쓰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일반 고등학교에 에밀리를 보낸다.

별로 좋아하지 않던 또 다른 이모의 집에서 불편한 하숙 생활을 하면서 어느 학교에서나 하나씩은 꼭 등장하는 못된 라이벌과 부딪치면서 에밀리의 학창 시절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나이에 비해 조숙하기 했지만 여전히 서툴고 불안한 어린이였던 에밀리가 이제는 본격적인 소녀 시절 -그 시대의 관점에서 보면 이미 처녀-을 겪어나가는 과정에서의 도전과 좌절, 소소한 성공이 2권의 내용.

사실 빤한 내용인데도 3권을 향해 손이 바쁘게 나간다. 앤과는 다른 매력이 있고 그래서 또 재미있다. 난 정말 19세기말부터 20세기 초반의 팬인듯. 백인들의 세기를 위해 다른 대륙과 인종들이 얼마나 지독하게 착취를 당했는지 모르지 않음에도 이 시절의 목가적인 풍요와 평화는 묘하게 향수를 불러오고 매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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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권's Kitchen - 에드워드권이 선사하는 환상의 로맨틱 요리 52가지
유소라.김지원 엮음 / 살림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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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출판사 서평에 낚여서 샀던 책인데, 보고 나서 미운 소리를 좀 해주려는 찰나에 에드워드 권이 사실은 버즈 알 아랍의 수석 주방장이 아니었네, 학력이 어쩌네 하는 등등의 폭로성 기사들이 터져나오는 통에 그때 포스팅은 잠시 접었었다. 좋다는 소리면 옆에서 욕을 먹고 있거나 말거나 나랑 상관이 없지만 낚여서 열 받는다로 요약되는 비판을 그 시점에서 하는 건 일종의 부화뇌동 내지 마녀사냥으로 보이는 듯 싶어서......

기자들하고 잘 지냈는지, 아니면 상품성이 강했는지 쓸려가 버릴 수도 있었던 파도를 잘 넘기고 오히려 더 잘 나가는 듯 싶으니 이제는 쓴소리를 좀 해야겠다.

출판사는 본래 잘 팔기 위한 목적으로 최대한 땡기에 소개글을 쓰는 것이니 낚인 네가 ㅄ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낚으려면 최소한의 상도의인, 사실 전달은 하면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어쩌고 저쩌고 미사여구는 다 생략하고 소개글의 핵심은 우리 주변에서 보는 식재료로 쉽고 간단하게 만드는 프렌치이다. 하지만 이 책에 실린 레시피는 정반대이다.

이 책에 서평을 단 어느 리뷰어도 비슷한 얘기를 썼던데 여기 등장하는 재료들은 결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물론 목차에 있는 배추, 양파, 돌나물 (봄 한정이긴 하지만), 파 등 흔하디 흔한 기본 재료들이 많다. 하지만 실제로 요리를 위해 주변 재료들을 살펴보면 대략 난감.

비록 취미 수준이긴 하지만 요리를 좀 배웠기 때문에 우리 집 부엌에 어지간한 허브와 드레싱들은 있다. 쉽고 간단하면서 폼 나게 만들기 위해 이 요리책을 구입한 구매자 중 재료 보유 수준을 따지면 최소 중상에 속할 거고 (내가 좋아하기 때문에 대다수 한국인들의 혐오 아이템인 산양치즈도 있다), 또 바닷가재나 아스파라거스, 푸아그라 등도 마음만 먹으면 10분에서 최대 1시간 이내에 좋은 걸 구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이 단계에 가면 내가 왜 이 요리책을 이용해야 하지? 라는 원초적인 의문을 갖게 된다.
결코 쉽지도, 간단히 구할 수 있는 재료들도 아닌데?
난 간단히 구할 수 있는 재료로 휘리릭 프렌치를 만들어 먹고 싶어서 샀는데?

가끔 방송에서 본 에드워드 권이란 요리사의 스타일이 정통에서 변형된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고, 묵직한 정통 프렌치보다는 가벼운 누벨 퀴진 쪽이라는 느낌이 팍팍 드는데... 그가 요리한 걸 먹는 건 괜찮지만 그의 레시피를 이용하는 건...... 눈요기 혹은 에드워드 권의 음식을 엄청 좋아하는데 그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갈 상황이 아니라면 몰라도 요리를 위해서 구입은 쫌... 솔직히 점심 때 가서 먹고 오는 게 재료와 온갖 향신료 구입 비용보다 싸게 먹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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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궁의 성 - 치정과 암투가 빚어낸 밤의 중국사
시앙쓰 지음, 강성애 옮김, 허동현 감수 / 미다스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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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S를 앞세우면 잘 팔린다는 마케팅에 충실한 국내용 번안 제목이지 않을까도 싶은... 황실의 성을 중심으로 그린 내용이라기 보다는 열전과 황궁 생활문화사에 가깝다.

1장과 2장은 제목에 충실하게 황실의 성교육이라던가 혼례, 방중술 등 성에 관한 주제를 다채롭게 펼쳐내고 있지만 중반부는 중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다 아는 진시황의 어머니, 한고조의 비 여태후, 무측천, 조비연, 가남풍, 양귀비 등 역사 속의 유명한 후비들에 대한 내용들이 엄청난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모르는 사람들에겐 흥미진진할 수 있겠지만 신선함이라는 측면에서 이 부분들은 쫌...  

후반부는 다른 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황실의 생활에 대한 내용들이 자세하게 시대순으로 서술된다. 중국 황실은 어떤 식으로 운영되었고, 환관이며 궁녀들의 체계, 업무 등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었던 내게는 가장 유용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중간에 열전 형식으로 펼쳐지는 후비들의 얘기 부분을 제외하고는 하나의 테마를 잡아서 고대부터 청나라까지 시대순으로 같은 맥락의 내용을 훑어주는 형식 -입시 때 내 과외 학생들에게 주로 해줬던. ^^- 으로 서술이 되기 때문에 헷갈리거나 뒤섞이는 일이 없어 정리가 깔끔하게 된다.

그런데, 이건 원 저자의 문제인지, 번역상의 오류인지 확인할 수 없지만 분명 한 명의 저자임에도 같은 사안을 놓고 챕터가 바뀌면 전혀 다른 해석, 혹은 팩트를 기술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게 환관 부분인데, 바로 옆 쪽에선 환관이 되지 않으려고 했다고 하고 챕터가 바뀐 바로 그 옆 쪽 (하필이면 나란히 있는 부분 --)에 환관이 되려고 자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골치거리였다는 둥의 얘기가 나와서 좀 뜨아.  

인문학에서는 같은 팩트나 증거를 놓고 서로 엄청나게 다른 해석을 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기 때문에 가부를 비전문가인 독자가 판단할 수는 없지만 한 명의 저자가 자신의 책에서 이러는 건 처음이었다. 다른 챕터에서는 똑같은 얘기들이 반복되는 경우도 많았는데 아무래도 시앙쓰는 대표저자이고 여러 명(아마도 제자들?)이 분담을 해서 책을 묶은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선 이 반복이나 해석 충돌은 이해할 수가 없다.

필요한 정보를 기대대로 찾았기 때문에 개인적인 만족도는 높다. 두고두고 잘 써먹을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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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at-Arms - 그림으로 보는 5,000년 제복의 역사 KODEF 안보총서 19
신재호 지음 / 플래닛미디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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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는 거의 없으니 묵직한 내용을 건질 기대는 접을 것. 정교한 일러서트는 감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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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초원의 빛 그린게이블즈 앤스북스 1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김유경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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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 모드 몽고메리 하면 곧바로 빨강머리 앤을 떠올리게 된다.  

내가 가진 빨강머리 앤 전집에 그녀의 중편이나 단편들이 꽤 수록되어 있음에도 앤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이야기들이다보니 다른 작품은 상상이 되지 않았는데 그외에도 꽤 많은 장편을 쓴 모양이다.

정말 몽고메리 여사가 그렇게 생각을 했는지, 아니면 책을 팔어먹기 위한 출판사의 마케팅용 카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작가 스스로 '지금까지 쓴 작품 중 최고'라고 했다는 소설. 에밀리의 어린 시절 이야기인 이 에밀리 초원의 빛에선 '그렇지 않을까?' 정도 수준이지 대놓고 드러나지 않지만 2권 에밀리 영혼에 뜨는 별 3권 에밀리 여자의 행복으로 갈수록 누가 봐도 그녀의 얘기인 게 느껴질 정도로 자전적인 요소가 정말 강하다.

아무래도 첫인상이라는 게 제일 강렬하다보니 빨강머리 앤과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ㅌ님 말마따나 색채로 비교하자면 앤은 그야말로 홀홀단신 천애고아임에도 파스텔 톤의 밝고 가벼운 느낌이라면 비록 부모는 없어도 비교적 부유한 친척이 있는 에밀리의 형편이 훨씬 나음에도 좀 무채색에 가까운 어두움이 있다.

같은 작가가 비슷한 시간과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쓴 성장물임에도 비슷하거나 답습 내지 자기 복제의 느낌이 없는 건 확실히 칭찬해줄만 하다. 앤과 이거 말고 다른 장편을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단언할 수는 없지만 에밀리에게 작가는 상당히 자기 투사를 정직하게 많이 하고 있고, 그게 앤과 차별성을 확연히 만들어준것 같다.

사랑의 도피행을 한 커플 사이에서 태어난 에밀리는 앤에서의 표현을 빌리자면 요셉의 일족이고, 커튼 뒤 세계를 엿볼 수 있는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녀가 간혹 만나는, 커튼이 살짝 들쳐진 그 순간에 만난 그 환상의 세계를 글로 옮기려는 열정을 갖고 있고, 그것은 현실적인 이모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코 꺼지지 않는다.

글을 쓰는 건 선택이 아니라 써야만 한다는, 숨을 쉬는 것처럼 생존을 위한 자연스러운 욕구라는 에밀리. 고아가 된 그녀가 독신인 늙은 이모들과 외삼촌이 사는 집에서 소녀시절을 보내는 시간들이 1권 에밀리 초원의 빛의 내용이다.

어쩌면 흔한 소재에 평범할 수도 있는 고아 소녀의 시골마을에서의 일상인데 참 흡인력이 강하다. 이건 앤에서도 느꼈는데 몽고메리 여사의 엄청난 강점이고 장점인듯. 내용의 재미와 상관없이 글을 쓰거나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은 자기 성찰과 반성의 차원에서 꼭 한번은 읽으면 좋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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