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문화사 세미나리움 총서 3
휘트로 지음, 이종인 옮김 / 영림카디널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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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에 대한 소감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머리에서 쥐가 난다' 메모리 부족에다 CPU까지 타는 기분.

일단 史가 나오면 나의 영역이려니 하고 부담없이 가는데 이건 무늬만 史이고 철학과 과학이 섞인 무슨 이론서를 보는 느낌이다. 요즘 유행하는 (또 나도 많이 읽는) 미시적인 포인트를 하나 잡아서 그것을 주~욱 어내려오는 생활사를 생각하고 잡았다가는 큰 코 다칠 책이다.

첫 페이지부터 시간 지키기 정밀도 향상을 보여주는 그래프가 나와 사람을 불안하게 하더니 -산수나 수학이 연관된거랑은 친하지 않은 나에겐 특히- 숫자 개념에 역법 계산법까지. 역법이 나오면 당연히 천문학이 따라나오고 세차운동 얘기가 또 나오게 되니 여기부터는 느긋하던 자세가 꼿꼿해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갑자기 철학으로까지 튀고...

중세를 간신히 넘어가니까 내 청춘을 힘들게 만들었던 라이프니쯔니 데카르트니 하는 아저씨들이 줄줄줄... 공학에 수학에 물리학에.. ㅠ_ㅠ 일상 생활에 필요한 간단한 논리는 좋아하지만 복잡하고 정교한 논리에 약한 내겐 용량의 한계를 초과하는 내용들이긴 했다. 확실히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주제는 아니다. 하지만 피상적인 대상에 의미와 실체를 부여하는 작업을 보는게 인내심을 갖고 계속만하다는 느낌이 든다. 빠르다 늦다라는 개인적인 느낌이나 감상 외에는 인식하지 못하던 시간이 어느 정도는 실체화가 되어서 다가왔고 개념을 생각하게 하는 기회는 됐고....

하지만 똑같은 집중도를 가지고 책을 읽어도 결국 머리에 남는건 자신이 납득되고 각자의 개인적인 코드에 맞는 내용들인 모양. 절대시간의 개념은 머리에 남은 것도 없고 이해도 안되는데 시간은 사건이 있어야 성립이 되고 시간은 역사의 산물이라는 상대적 시간개념은 그런대로 이해가 된다.


이 책은 단 한번 읽고 던지기에는 아까운 많은 내용들이 들어있는 것 같다. 두번, 세번 씹을수록 맛이 날거라는 느낌... 시간이 나면 꼭 다시 읽어볼 예정. 어쨌든 이 책 덕분에 시간 박물관은 아주 편하게 전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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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힘 내세요 -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3
죠반니노 과레스끼 지음, 김명곤 옮김 / 민서출판사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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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까밀로와 빼뽀네를 만나기 전, 내가 아는 이태리는 로마나 피렌체로 대표되는 도시들과 유적, 그리고 장구한 역사의 나라, 그리고 전성기의 로마 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틱한 영화들에서만 등장하는 나라였다. 내가 이태리 여행을 했다는 사실도 그런 견해를 수정하는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서 뽀강을 만났고 (스토리를 잘 읽어보니 밀라노 근처인 것으로 짐작된다)60년대의 극심한 좌우익 대립이 벌어지고 있는 시대에 그것에 직접 맞부딪히며 사는 우리와 비슷한 촌마을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약간은 황당할 수도 있는 재미있는 스토리 때문에 그 안에 담겨있는 당시 좌우익이 심각하게 대립하던 정치상과 전후 이태리의 복잡한 사회상에 대한 것이 간과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약간만 신경써서 읽는다면 조반니노 과레스끼는 자신의 이야기 안에 그 심각한 얘기를 녹여 넣고 또 자신이 가장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인과 비슷하게 감정적이고 일단 믿는 것에 대해선 매사에 물불 안가리는 반도 국가라 그런지 이들의 행동은 정말 우리를 연상하게 하는 구석이 있다. 그러나 그 해결과 화해는 당시 북한과 극심하게 대립하던 우리로선 정말 생각지도 못한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처럼 이데올로기에 의한 대규모 대리전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사상적인 문제로 심각한 내전 비슷한 것을 겪었던 이태리. 하지만 그렇게 부대끼고 싸워 가면서도 그 좌우익이 함께 살아갈 수 있었다는게 행운이란 생각도 든다. 재미도 있고 생각도 하게 해주고.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또 이태리 북부 사람들이라면 학을 떼는 나지만 돈까밀로와 빼뽀네는 해리 포터와 함께 제일 좋아하는 주인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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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까밀로와 빼뽀네 -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2
죠반니노 과레스끼 지음, 차미례 옮김 / 민서출판사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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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반니노 과레스끼가 만들어낸 뽀강 유역 사람들과 돈 까밀로 신부, 그리고 빼뽀네의 얘기는 항상 즐겁다. 하지만 웃고 사라지는 단순한 그런 즐거움이 아니라 따뜻함과 잔잔한 감동이 함께 있다.


현대인은 비극을 통한 카타르시스 조차도 내켜하지 않을 정도로 가벼운 오락과 희극을 즐기고 있고 점점 자극적인 것을 추구한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들은 억지로 웃음을 자아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행동과 생활 자체가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행복한 미소를 떠오르게 한다. 아마 그래서 이 시리즈가 계속 사랑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책의 마지막장이 다가올까 두려워서 책을 아껴서 읽는다는 표현을 어디선가 본 일이 있다. 한없이 두꺼운 책이었으면 하는 바램을 갖게 하는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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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역사 - 인류사를 뒤흔든 신의 음료를 말하다
로드 필립스 지음, 이은선 옮김 / 시공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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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와인을 근사하게 마시는 법이나 좋은 와인을 고르는 법 등 일상에서 와인을 마시는데 필요한 어떤 실용적인 가이드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책을 고르는 것이 현명하다.

'역사'가 들어간 제목에 충실하게 이 도도한 알코올 와인의 역사는 수천년 전 (혹은 1만년 전까지도 역사가 올라갈 수 있는) 포도즙이 우연히 발효되면서 시작된 와인이 인간 세상에서 어떤 부침을 겪으며 살아왔고 또 변화되어 왔는지를 지극히 아카데믹하게 사회, 경제학적인 시각에서 설명하고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 신에게 바쳐지던 음료에서 로마를 거쳐 대중 음료로 전쟁과 금주법 등의 시련을 겪으면서도 성장한 와인 산업을 아주 가까운 최근까지 조목조목, 당연히 신대륙을 포함한 서구 중심으로 기술한다.

마주앙을 제외하고 마실만한 와인은 모조리 수입해오는 나라에 살고 있는 덕분에 와인은 항상 귀한 것으로 알고 살아왔는데 현대가 와인의 바다에 둥둥 떠있을 정도로 와인 과잉 생산 시대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알았음.

와인 마시는 자리에서 화제거리로 꺼내기엔 좀 잘난척으로 보일 내용이긴 하지만 와인에 관한 다양한 에피소드며 와인의 배경에 대해 체계적으로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아주 괜찮은 책이라고 하겠다.

전통적인 와인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유럽과 미국 등의 와인 소비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네덜란드와 일본이 와인의 새로운 소비 시장으로 급성장하고 있다는 얘기가 현대의 와인에 관한 부분에서 나오는데 이 책이 아주 조금만 늦게 쓰여졌다면 한국도 아마 거기에 이름을 한줄 실었을듯.

책 말미에 나온 와인의 도량형도 알아두면 좋을 정보이고 색인이 ㄱㄴㄷ 순으로 잘 되어 있어 내용을 찾아보기도 좋다.   자그마한 하드 커버라 보기 좋고 갖고 다니기도 좋은 사이즈.   다만 사진이나 그림들이 좀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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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오의 식탁
요시무라 사쿠지 지음, 오근영 옮김 / 푸른미디어(푸른산)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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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과 유물, 간혹 발굴되는 미이라를 통해 역사와 정치, 당시 사회의 권력 투장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던 과거에 비해 현대로 올 수록 역사나 고고학자들은 일상의 소소한 것에도 많은 관심을 표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부분이 이 먹는 부분인 것 같다.

거품 경기가 한창이던 시절부터 10년 불경기로 푹 꺼졌던 최근까지도 안목있는 재력가들과 열성있는 학자들에 의해 일본의 이집트학과 중동학은 꾸준히 현지 발굴을 통해 역량을 쌓아온 걸로 아는데 이건 그런 일본의 이집트학이 만들어낸 작은 성과라면 성과일듯 싶다.

식도락에 집착하는 일본인답게 이집트인들이 수천년 전 무엇을 먹고, 마셨는지를 중심으로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빵, 고기, 향료, 음료, 야채 등 전방위적인 관찰과 연구를 통해 풀어주고 있는 책.    그리고 어찌 보면 가볍게 날릴 수 있는 이 주제를 작은 드라마적인 설정과 함께 명확한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설득력과 무게감 있게 펼쳐주는 글재주까지 보여주고 있다.

1990년 대 후반부터 인문 서적에서도 소설 기법이나 드라마적인 요소가 등장하고 있는데 지식적인 기반이 쌓인 전문가들의 드라마타이즈는 어설픈 지식을 글재주로 덮어나가려는 과거 몇몇 국내 저자들과 비교되고 있음.   (대표적인 것인 일본서기를 소설식으로 풀어낸 서적.   읽다가 열받아 죽는 줄 알았다)

이집트를 좌악 뀌뚫는 큰 물줄기를 찾는 사람에겐 별로겠지만 음식이라는 한개의 테마로 묶어 당시 사람들의 생활을 들여다보고 싶은 독자에겐 추천.

요즘 고고학 관련 책들을 계속 보게 되는 것 같은데 실험실에서 난도질 당하고 박물관에서 전시되는 미이라들을 보면서 확실히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죽음의 가장 좋은 방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연구도 중요하겠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그렇게 연구되고 구경 당하는 것이 별로 즐겁지는 않을듯.    존중받아야할 신성한 잠에 대한 모독이라고 해야할까....

혹시라도 지금 내가 죽어 내 시체가 썩지 않을 환경에 우연찮게 떨어져 잊혀진다면 수천년 뒤 사람들에게 발견된다면 그들은 내 위장 속을 분석하면서 내가 뭘 먹었나 알아보겠지.

지금 기술처럼 위장에 든 것만 판별이 가능하다면 지금 내 뱃속에서 거의 소화가 끝나가고 있을 잡곡밥과 김치, 오징어 무침을 보면서 이 지역은 육식을 거의 하지 않는 모양이군 이란 생각을 할거고 당분으로 부식된 내 치아와 뱃속의 초코렛 아이스크림을 분석하면서 나름대로 여러가지 이론과 결론을 도출해 내겠지.     그리고 지금 이 책에서 보듯이 우리의 식탁과 식생활 문화에 대해서 여러가지 얘기를 만들어낼 것이다.

나는 화장을 할테니까 그럴 일은 없겠지만 결코 즐거운 상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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