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서양문화 수용사 살림지식총서 187
정하미 지음 / 살림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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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가격이 3300원일 때 (그나마도 인터넷 세일가로 사서 더 쌌다)는 딱 그 정도만 기대한다.

그냥 가볍게 훑고 한두개만 건지면 되는 스넥이나 패스트푸드 정도로. 그런데 아주 가끔은 자기에게 매겨진 가격 이상의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을 만날 때가 있는데 이게 바로 그것.

대부분이 일본 개항기 시대를 다른 책들이 그렇듯이 페리 제독에 의한 강제 개항과 메이지 유신 시대를 중심으로 이런저런 얘기들이 흘러나오리라. 그렇게 기대를 했는데 이 책의 첫 얘기는 오다 노부나와 별사탕의 얘기이다.

전국시대를 할거한 일본인 중 내가 가장 매력적으로 보는 사람이 바로 오다 노부나가. 탁월한 국제 감각을 지닌 그가 만약 아케치 미쓰히데의 습격 때 혼노사에서 자살하지 않고 살아남았다면 일본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천황을 꿈꿨다는 그가 만약 천황이 됐다면 만세일가라는 우리의 단일민족신화 만큼이나 말 안되는 천황가의 신화를 일본인들은 지금 어떻게 서술할까 하는 상상을 한 적이 있다.

그가 살아있었더라도 포르투갈과 외교 단절이 없으리란 법은 없겠지만 별사탕을 시작으로 일본에 들어오게 된 서양 문물들의 이야기는 많은 상상을 하게 한다. 카스텔라, 카르메이라로 불리는 뽑기. -엄청 먹었다- ^^;;; 단팥빵과 크림빵, 그리고 당연히 일본의 오랜 전통 음식으로 알았던 샤부샤부, 스끼야끼의 역사가 불과 100여년 안밖이라는 사실에 감탄하고 또 놀라기도 하고.

쇠고기를 먹는 것이 일본인들에게 미개함을 타파하고 개화를 받아들이는 상징이었단 사실도 재밌다.

천무 천황 이후 1200년간 일본이 공식적으로는 뒷구멍으로 하지 말라는 짓 인간들은 어디나 있으니 예외로 치고 육식이 금지된 나라였다는 것도 솔직히 내겐 금시초문이라 놀라웠다.

결국 지금 일본인들이 미친듯이 먹어대는 그 엄청난 양의 돼지고기와 쇠고기도 따져보면 서양문물 수용의 결과라는 얘기. 재미있다. ^^

책과 상관없는 단상 하나. 포르투갈에 가면 일본과 비슷한 음식이나 단어들이 꽤나 많다던데 그건 상호 작용일까? 한국에 아리아스의 책이 번역이 됐는지 한번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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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집은 어떻게 여성이 되었나 - 서해역사문고 1
이임하 지음 / 서해문집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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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여행을 가는데 본래 읽고있던 2천년 일본사를 만든 일본인 이야기는 너무 두껍고 무거워서 포기하고 작고 얇은 책으로 3권을 골라갔는데 그 중 한권.

계집은 어떻게 여성이 되었나는 150쪽도 안 되는 포켓북이다.

아마 내가 쟁여놓은 개화기 관련 책들을 다 읽은 상태였다면 이 책을 놓고 욕을 한바가지 퍼부었을지 모르겠지만 사전 지식이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와 이대 출판부에서 낸 왜곡 투성이의 우리나라 여성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단 두개의 기초작업만을 갖고 만난 책이라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다.

일단 이런 류의 책들이 갖기 쉬운 딱딱함을 탈피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인기를 끌었던 다양한 영화나 대중소설과 반증시켜 시각적 자극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영상을 상상하게 해 텍스트를 억지로 머리에 쑤셔넣지 않아도 되도록 한다.

또 하나 마음에 들었던 구성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오는 순차 진행이 아니라 테마를 잡아서 그 테마별로 각각의 구조를 가졌던 것도 나름대로 알찬 느낌.

여성을 여성답게 키우는 교육의 의도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특히 교육 관련 부분에선 가정가사 시범 학교에서 너무나 적성에 맞지 않는 중학생 시절을 악몽처럼 보낸 내게는 더더욱.  2학년 때는 가정 3시간, 가사 3시간. 영어, 수학보다 그걸 더 많이 했고 책에 나온 것은 거의 다 엄마가 만들어야 했다.

내가 다닌 고등학교는 다행히 그런 곳에 쏟을 시간이 없어서 당연히 생활관 교육이니 신사임당 수련원이니 하는 곳에 가지않았지만 내 중학교 동창 중 몇몇은 그런 곳에 간다고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아직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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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벽화로 본 고구려 이야기
전호태 지음 / 풀빛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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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벽화로 본 고구려 이야기는 작년 연말에 고구려에 필 받아서 왕창 사둔 시리즈 중 하나이다.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은 늘 흐릿한 흑백 사진으로만 보던 벽화들이 아주 생생한 컬러 화보로, 그것도 중요한 부분은 타이트 샷으로 눈에 확 들어오는 사진이 많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상태가 좋지 않은 벽화를 흑백 사진으로 보면 판독이 거의 불가능인데 이건 제목 그대로 벽화로 고구려를 볼 수 있다.

김용만씨의 고구려의 그 많던 수레는 다 어디로 갔을까와 맥락을 같이 하는 얘기도 있고 같은 벽화를 놓고 살짝 다른 해석을 하는 부분들도 있지만 논란의 소지가 될 정도까지는 아님. 생활 관련 부분은 앞쪽이 더 낫지만 천문학과 전설, 첨성술 등 종교 관련 부분은 벽화에 치중하다보니 역시나 이쪽이 좀 더 심도 깊고 얘기도 다양하다.

깊이라는 측면에선 고구려의~ 쪽이 좀 더 깊지만 편안하게 고구려를 만나고 싶은 사람에겐 고분 벽화~ 쪽이 더 추천이다. 텍스트로 막연하게 상상했던 것들이 머릿속에 그림으로 확연히 각인이 된다.

많이 알면 알수록 욕심이 많아진다는 옛 말은 진리란 것을 다시 한번 증명. 이걸 읽고나니 '고구려 고분벽화'란 책이 보고 싶음.  300여장의 원색 도판과 1500매의 자세한 설명이라.... 일단 카피만 봐도 엄청 비쌀 것 같다. -_-;;;   

방금 확인한 사실. 자그마치 30만원!!! 7만원짜리 도교사상사전도 덜덜 떨고 있는데.... ㅠ.ㅠ   고민 좀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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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땅
서누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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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전작 비차를 읽었을 때. 아니... 정직하자 읽다 말았을 때 글을 정말 잘 쓴다. 어쩌면 이렇게 빈틈 하나도 없이 자료조사를 완벽하게 해서 그걸 엮었을까 감탄을 하면서도 내가 로설에서 바라는 요소는 없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그래서 그 버거움을 견디다 포기했다. 차라리 가벼웠으면 훌훌 책장이라도 넘겼겠지만 그렇게 속독하기에도 좀 불가능한 글이었다.

아마도 정상적인 상황이었으면 카페 땅을 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런데... 숙세가를 말한다는 것이 엉뚱하게 카페땅이 튀어나가는 바람에 ㅠ.ㅠ선물을 받았다. 선물을 받았으니 당연히 읽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일단 비차보다 재밌다.

비차에서 사람 진을 빼던, 배우로 친다면 최민수처럼 훗까시가 잔뜩 들어갔던 부분이 빠졌다고 해야하나... 스스로 놀랄 정도로 빠르고 편하게 읽었다.

커피를 좋아하지 않음에도 커피 한잔이 괜히 마시고 싶을 정도로 그윽한 향기가 풍겨나왔다고 해야하나? 물론 난 아마도 남주처럼 핫초콜릿만 주구장창 마신다. 그러고 보니 이제 핫초콜릿이 계절이... 한잔 끓여 마실까 아마 그래서 더 남주에게 매력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일반소설 같다는 평도 있던데 이건 확실히 로설이다. 바삭거리는 11월 같은 느낌의 글이지만 촉촉한 감정 과잉인 로설 시장에서 한번쯤은 이런 건조한 메뉴도 나쁘진 않겠지. 취향을 탈 작품임은 틀림없지만 깔끔하게 잘 쓴 글을 보고 싶다면 괜찮을듯.

괜찮은 대본으로 예쁘게 찍어내고 정성스럽게 편집한 베스트극장을 보는 느낌. 딱 그랬다.   봄날은 간다 겨울 판이라고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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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2-12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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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밭 그 사나이
김랑 지음 / 청어람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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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맞선 보고서 이후 오랜만에 대굴거리며 즐겁게 본 로맨스.

부모님과 일가 친척들의 고향이 경상도인 나로선 그 사투리들이 억양까지 확실하게 전달이 되고 어떤 분위기였을지가 완벽하게 상상이 되기 때문에 아마도 경상도 사투리의 뉘앙스를 이해 못하는 사람들보다 최소한 50% 이상은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

먼 일가친척 할아버지의 포도밭을 물려받기 위해 시골로 내려오는 전형적인 도시형 백수 여주. 그녀와 한눈에 불꽃이 파바박 튀기는 전형적인 경상도 사나이. 두 사람의 티격태격도 즐거웠지만 할아버지와 연애하는 동네 할머니, 여주를 사모하는 동네 총각들 등 조연들의 매력이 시종일관 입가에 웃음을 떠나지 못하게 했다.

김랑 작가의 이전 작품들이 -몇개 본 건 없지만- 좀 지나치게 무게를 잡거나 도덕 교과서 같아서 별로 선호하지 않았는데 이건 글은 잘 쓰지만 좀 재미없는 작가라는 그녀의 이미지를 확 날려준다.

지금도 진팔이를 지키려는 여주와 어떻게든 몰래 잡아먹으려는 할아버지의 신경전이 눈앞에서 삼삼. ^^ 그리고 대장금 패러디는 정말 올인!!!! "와 이리 뒤비쪼노!" <-- 이 멘트는 중국어 4성 억양에 버금가는 경상도 사투리 억양을 꿰고 있는 사람들은 도저히 웃지 않을 수가 없다. 지금도 또 혼자 모니터 부여잡고 푸하하거리고 있다.

올해 코믹 로맨스가 트랜드인지 많이 나오는데 어설픈 억지 웃음이 아니라 모처럼 즐겁게 파안대소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작품이었음. 

책과 별 관계없는 얘기지만...  요즘 매스컴 곳곳에 들리는 농촌 관련 어려운 이야기 때문에 괜히 나오지 않은 주인공들의 미래까지 걱정하게 된다.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다 지쳐 음독자살한 30대 영농인들의 기사와 겹쳐 즐거운 가운데 괜히 마음이 묵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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