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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밭 그 사나이
김랑 지음 / 청어람 / 2005년 7월
평점 :
그녀의 맞선 보고서 이후 오랜만에 대굴거리며 즐겁게 본 로맨스.
부모님과 일가 친척들의 고향이 경상도인 나로선 그 사투리들이 억양까지 확실하게 전달이 되고 어떤 분위기였을지가 완벽하게 상상이 되기 때문에 아마도 경상도 사투리의 뉘앙스를 이해 못하는 사람들보다 최소한 50% 이상은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
먼 일가친척 할아버지의 포도밭을 물려받기 위해 시골로 내려오는 전형적인 도시형 백수 여주. 그녀와 한눈에 불꽃이 파바박 튀기는 전형적인 경상도 사나이. 두 사람의 티격태격도 즐거웠지만 할아버지와 연애하는 동네 할머니, 여주를 사모하는 동네 총각들 등 조연들의 매력이 시종일관 입가에 웃음을 떠나지 못하게 했다.
김랑 작가의 이전 작품들이 -몇개 본 건 없지만- 좀 지나치게 무게를 잡거나 도덕 교과서 같아서 별로 선호하지 않았는데 이건 글은 잘 쓰지만 좀 재미없는 작가라는 그녀의 이미지를 확 날려준다.
지금도 진팔이를 지키려는 여주와 어떻게든 몰래 잡아먹으려는 할아버지의 신경전이 눈앞에서 삼삼. ^^ 그리고 대장금 패러디는 정말 올인!!!! "와 이리 뒤비쪼노!" <-- 이 멘트는 중국어 4성 억양에 버금가는 경상도 사투리 억양을 꿰고 있는 사람들은 도저히 웃지 않을 수가 없다. 지금도 또 혼자 모니터 부여잡고 푸하하거리고 있다.
올해 코믹 로맨스가 트랜드인지 많이 나오는데 어설픈 억지 웃음이 아니라 모처럼 즐겁게 파안대소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작품이었음.
책과 별 관계없는 얘기지만... 요즘 매스컴 곳곳에 들리는 농촌 관련 어려운 이야기 때문에 괜히 나오지 않은 주인공들의 미래까지 걱정하게 된다.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다 지쳐 음독자살한 30대 영농인들의 기사와 겹쳐 즐거운 가운데 괜히 마음이 묵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