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의 음식, 음식 속의 역사
주영하 지음 / 사계절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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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랜만에 읽은 주영하씨의 책. 

석사논문을 보충해 발간했다는 김치, 한국인의 먹거리부터 이 분의 팬이었다.  한국에선 거의 유일하게 드물게 음식사에 대한 연구를 해주는 저자로 이번 책도 역시나 기대대로의 수준.

생활 속의 이야기라는 제일제당 사외보에 연재했던 글들을 묶엇 냈다고 하는데 그림 속의 배경으로 스쳐 지나가던 음식을 갖고 시대상을 반추해낸 아이디어가 최소한 한국 안에선 신선했다. 

서구는 복식과 음식사에서 그림을 보면서 하는 연구가 굉장히 심도 깊게 발달해있다.  거기에 비해 한국에선 복식은 몰라도 음식은 이상할 정도로 깊은 연구나 고찰이 없었는데 그런 방면에서도 가치가 있는 시도로 느껴진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김홍도와 신윤복, 그리고 조선 말과 개화기에 거쳐 살았던 김준근 등의 풍속화가들의 그림을 중심으로 설명이 되는데 사회 풍자적인 요소와 복잡미묘한 의미와 함께 시대별로 당시 음식문화에 대한 상세한 안내까지 겸하고 있다.

물론 아주 심도 깊은 내용이나 한 시대의 음식을 광범위하게 통찰하는 지식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부족함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일반 독자에게는 그림과 음식과 일반 역사, 그리고 음식사에 대한 지식까지 함께 얻는 일석 삼사조의 책.  

다른 논문에 인용되어 편집 과정에서 뺐다는 고구려 벽화와 음식에 관한 두개의 글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그게 무척이나 궁금함.  논문이라도 한번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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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시대의 일상사 - 순응, 저항, 인종주의, 개마고원신서 33
데틀레프 포이케르트 지음, 김학이 옮김 / 개마고원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원제목은 나치즘과 근대화

아마 한국 시장에 나올 때 저 제목이었으면 이 책의 판매부수가 절반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을까.  일단 나부터도 피해갔을 것 같다.

내가 나치 시대의 일상사를 고를 때 내가 기대한 것은 제목 그대로 나치 시대에 살던 독일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생활을 하면서 살았나 류의 가벼운 개설서였다.

그러나 번역자가 밝혔듯 이건 개설서는 절대 아니다.  상당한 집중도와 함께 그 시대에 대한 최소한의 배경 지식이 있는 가운데에서 책읽기가 시작되어야지 이 책을 통해 기초를 쌓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안네의 일기를 비롯한 한두권을 제외하고 기초가 없는 내게는 조금은 버거운 진행이었다. 

어쨌든 다 읽는데 성공했고 현재 기분은 뿌듯하다.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을 내 독서록 리스트에 올렸다는 지적 허영심 + 나치 시대 독일인의 삶에 대해 큰 그림은 그리게 ‰磯募?수확을 얻었으니까.  소소한 작은 내용들은 이제 또 낟알줍기를 하면서 차곡차곡 채워넣으면 되겠지.

막연히 악의 축으로 기억하던 이름들, 하물러, 괴벨스, 하이드리히 등의 명확한 역할 분담에 대해 알 수 있게 되었고, 광기어린 집단화로 봤던 독일 제국 이면의 다양성에 대한 사실 확인도 재미있었다.

이 책의 내용에서 가장 충격적이라고 해아할 부분은 이 나치즘을 서구 근대화의 모순이 극단화된 형태로 보는 포이케르트의 관점이다.  처음엔 전후 세대 독일인의 자기 방어나 변명이 아닐까 하는 색안경을 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시각을 내게 설득시켰다.  이제 머리도 가슴도 굳어져서 설득당하는 일이 거의 없는 내가 이렇게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하는 걸 보면 나긴 난 사람인 모양이다.

가인박명내지 천재는 일찍 죽는다는 말을 증명이나 하려는 것처럼 89년에 39세의 나이로 죽었다고 한다.  그가 좀 더 오래 살았다면 이 단초만 던져진 연구에 살을 붙이고 더 깊은 결과를 끌어냈을거란 예상이 드는데... 많이 아쉬움,

마지막 챕터에 번역자가 이 책 내용을 전부 엑기스만 뽑아서 요약을 해놨다.  이게 교재였다면 뒷부분만 읽어도 시험을 치거나 간단한 페이퍼를 쓰는데는 큰 지장이 없었을 거라는 얍삽한 생각을 역자의 글을 보면서 했다.

그리고 역자는 이 포이케르트라는 사람이 성적 소수자였다는 사실을 밝혀놓는다.  그 부분을 보면서 왜 그렇게 나치 치하 동성애자에 대한 내용이 집요한가 했더니 그런 이유가 있었군이라고 납득했다.

가볍게 먹을 스넥을 기대했다가 씹느라 고생했지만 즐거웠음.

마지막으로 결정적 오류를 하나 지적하고 넘어가야겠다.  제국 수정의 밤은 1938년인데 제일 첫 챕터 각주에 1937년이라고 떡하니 적어놨다.  뒤쪽에는 제대로 쓰고 있지만 이런 류의 오류는 오타 수준을 넘어 아주 치명적인데...  책과 출판사에 대한 좋은 이미지까지 흐리게 하는 느낌이었다.  책에 대한 신뢰도와 가치가 확 떨어지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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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한국사 - 조선왕조실록에서 챙기지 못한
김경훈 지음 / 오늘의책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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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놓은지는 꽤 됐는데 이상하게 손도 안 가고 해서 내내 굴러다니던 책.

한가할 때 책 좀 읽어주자는 의미에서 잡았다.

꽤 잘 팔리는 책이니지만 판매 사이트나 주변의 평가가 아주 박한 편이었던 것도 안 읽었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   내가 직접 읽어본 결과는 별 한 두개 받을 정도로 졸작은 아닌 것 같음.  내게 별을 주라면 2개 반 정도.   내 눈에도 확실한 역사적 오류를 몇개 발견하지 않았다면 사실 3개나 3개 반은 충분히 줬을 거다.  그러나 상상력이나 야사가 동원되도 되는 픽션이 아니라 역사책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다면 널리 퍼진 오류가 아니라 명확한 역사 확인은 필수적이다.  그 부분에서 점수가 확 깍였음.

그걸 제외하고는 말 그대로 조선왕조실록이나 정사에서 잘 만나기 힘든 내용들이 쉽게 정리가 되어 있다.  물론 그 내용의 깊이나 독창성을 놓고 따지라면 높은 수준은 아니다.  예전에는 신문, 요즘에는 인터넷에 굴러다니는 재야 고수들의 엄청난 정보량과 비교해볼 때 대단히 깊거나 높지는 않지만 그걸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한 권으로 묶어 풀어놨다는 점에서는 점수를 줄만하다.

이 책에 대해 결론을 내리자면 쉽고 재밌으나 가려 받아들이는 능력이 필요하다.

역사 전공자가 아닌 사람이 쓴 역사서의 장점과 단점이 이렇게 한권에 극명하게 드러나기도 쉽지 않겠다.  ^^   

크게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적은 소소한 내용들이지만 -학력고사나 각종 고시에는 절대 나올리 없는 내용들이니까- 사실과 오류의 확인은 작가가 못해도 편집 쪽에서라도 감수를 받는 식으로 해줬어야하지 싶다.   아무리 그래도 역사인데...

재미와 깊이를 동시에 줬던 비전공자 김진송씨의 근대사 책들과 내심 비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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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 본 조선시대 이야기 1
정연식 지음 / 청년사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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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권 두권으로 구성된 조선의 생활사 서적.

생활사 등 미시사 시장이 커지면서 내가 역사책 읽기를 시작하던 어릴 때와 달리 한국을 대상으로 한 읽을만한 책들이 많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분야도 다양해지고 깊이나 시각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역사 읽기를 취미로 하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고마운 일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딴지부터 거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그게 조선에 많이 몰려있다는 것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지만...  소설도 아니고 역사라는 한계를 놓고 볼 때 자료가 비교적 풍부한 조선이 주무대가 도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시차를 두고 1권과 2권이 나온 책인데 조선을 배경으로 한, 요즘 우후죽순처럼 나오는 수많은 생활사 관련 서적 중에서도 발군이라고 하고 싶다.

내용 자체만을 놓고 보자면 이 책보다 더 깊이있고 다양한, 그리고 신선한 내용을 다룬 것도 있다. 그러나 책도 판매용 물품이라고 봤을 때 이 책은 사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는 요소를 골고루 갖추고 있다.

일단 세련된 디자인과 풍부한 컬러도판이 소장과 읽기 욕구를 충분히 부추겨준다.  그리고 저자 자신이 천명했듯 중등교육 이상을 받은 사람이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정도의 편안함과 함께 내용도 재미있다.  TV 사극이나 영화에서 흔히 보며 당연한 것으로 여겨왔던 많은 것들의 오류를 조목조목 짚어주는 작가의 해박함에 감탄하게 하는 면모도 있다.

이건 독자마다 다르겠지만 군데군데 드러나는 작가의 역사관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물론 그게 때때로 과하다 싶은 경우도 있지만 어차피 역사란 것은 사관이 가진 역사관의 기록이다.  결론도 없이 맹숭맹숭, 뭔가 뚝 끊긴 느낌이 아니라 감칠맛 나는 매 챕터의 끝마무리가 즐거웠다.

1권의 시작은 기생, 2권의 시작은 노비.  역사의 중심에 섰던 양반이 아니라 역모를 저지르지 않는 한 실록에 이름 한 줄 올리기 힘든 서민 중심의 역사를 쓰고 싶었던 것 같다.  병, 뒷간, 여자에 관한 내용 등등 매 챕터가 다 흥미로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게 본 부분은 호랑이.  미시적인 생활사지만 민화나 동화가 아닌 역사에 언급된 건 상당히 용감한 시도인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다.

세세한 조선의 생활 모습을 살피는 시작으로는 최고의 선택이지 싶다.

시간을 갖고 3권이나 그 이상을 시리즈로 내도 충분할 것 같은데 아쉽게도 3권은 없다고 작가가 선언했다.  그가 쓴 다른 책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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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행도 - 칼의 역사와 무예
한병철 외 / 학민사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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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고 이 책을 택한 이유는 일종의 무협 사전이나 개설서로서 의미였다.

기본적인 용어와 내용에 대한 설명을 기대하고 잡았는데 머리말에서는 조금 뜨아.  내 기대에 비해 조금 더 철학적이라고 해야하나... 깊이 생각하거나 진리 찾기를 귀찮아하는 입장에서, 또 기초 지식을 쌓길 원하는 목적으로 볼 때는 잘못 택했군이라는 것이 첫인상.

그러나 읽어나가면서 괜찮구나로 바뀌었고 마지막 부분에선 거의 심봤다로 변했다.

진지하고 철학적인 사람이 주류인 내 주변인들은 무지 괴로워하지만 난 휙휙 날아다니는 무협을 엄청 좋아한다.  그러나 내가 열광하는 한계는 김용이나 와룡생, 양우생(?), 좌백, 발해의 혼을 쓴 ??? 정도.  촉산이나 승상령주 류의 정말 인간 세계를 완전히 벗어난 얘기는 보기는 해도 전혀 이입이나 감동이 없다.   내가 요즘 유행하는 판무를 전혀 보지 않는 것도 이런 취향의 연장선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내용은 내 취향이다.  내가 발붙이고 사는 땅의 한계에서 이해 가능한 수준만을 전달하고 있다고 해야하나?  이 책의 저자나 내가 모르는 단계의, 정말 온 세상의 이치를 다 알고 전지전능한 상승 무공을 연마한 고수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건 내게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고 흥미 유발이 되지 않는다. 

나보다 더 현실적이고 더 땅에 단단히 발붙이고 사는 인간이 보면 이 책의 내용도 실상 허무맹랑할 것 같다.  멀리갈 것 없이 우리 부친이나 내 동생이 보면 논픽션을 가장한 무협 교본이라고 할 듯.  그러나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서 절묘하게 균형을 유지하는 수준의 한국 검술에 대한 정리나 계보, 그리고 간단한 입문 정보를 얻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어볼 가치가 있다.

책의 내용과 별 관계없는 얘기지만... 내가 이 책에 다른 도 닦는 류의 책보다 더 높은 신뢰도를 부여하고 정보로서 가치를 인정하는 건 정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 저자가 칼로 밥 벌어먹고 살지 않는다고 단언한 점이다.  일단 밥벌이가 되면 혹세무민은 기본 영업 전략인 고로... 00도, 00교, 00법의 교주나 대장, 혹은 종사자가 쓰는 책은 아무래도 색안경을 쓰고 보게 되는 게 인지 상정이다.

중구난방인 한국 검파에 대한 객관적 정리 만으로도 비슷한 류의 책보다 정보 가치는 확실히 있다.  아무리 박하게 이 책에 대해 평가를 한다고 해도 그것만큼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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