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시대의 일상사 - 순응, 저항, 인종주의, 개마고원신서 33
데틀레프 포이케르트 지음, 김학이 옮김 / 개마고원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원제목은 나치즘과 근대화

아마 한국 시장에 나올 때 저 제목이었으면 이 책의 판매부수가 절반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을까.  일단 나부터도 피해갔을 것 같다.

내가 나치 시대의 일상사를 고를 때 내가 기대한 것은 제목 그대로 나치 시대에 살던 독일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생활을 하면서 살았나 류의 가벼운 개설서였다.

그러나 번역자가 밝혔듯 이건 개설서는 절대 아니다.  상당한 집중도와 함께 그 시대에 대한 최소한의 배경 지식이 있는 가운데에서 책읽기가 시작되어야지 이 책을 통해 기초를 쌓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안네의 일기를 비롯한 한두권을 제외하고 기초가 없는 내게는 조금은 버거운 진행이었다. 

어쨌든 다 읽는데 성공했고 현재 기분은 뿌듯하다.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을 내 독서록 리스트에 올렸다는 지적 허영심 + 나치 시대 독일인의 삶에 대해 큰 그림은 그리게 ‰磯募?수확을 얻었으니까.  소소한 작은 내용들은 이제 또 낟알줍기를 하면서 차곡차곡 채워넣으면 되겠지.

막연히 악의 축으로 기억하던 이름들, 하물러, 괴벨스, 하이드리히 등의 명확한 역할 분담에 대해 알 수 있게 되었고, 광기어린 집단화로 봤던 독일 제국 이면의 다양성에 대한 사실 확인도 재미있었다.

이 책의 내용에서 가장 충격적이라고 해아할 부분은 이 나치즘을 서구 근대화의 모순이 극단화된 형태로 보는 포이케르트의 관점이다.  처음엔 전후 세대 독일인의 자기 방어나 변명이 아닐까 하는 색안경을 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시각을 내게 설득시켰다.  이제 머리도 가슴도 굳어져서 설득당하는 일이 거의 없는 내가 이렇게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하는 걸 보면 나긴 난 사람인 모양이다.

가인박명내지 천재는 일찍 죽는다는 말을 증명이나 하려는 것처럼 89년에 39세의 나이로 죽었다고 한다.  그가 좀 더 오래 살았다면 이 단초만 던져진 연구에 살을 붙이고 더 깊은 결과를 끌어냈을거란 예상이 드는데... 많이 아쉬움,

마지막 챕터에 번역자가 이 책 내용을 전부 엑기스만 뽑아서 요약을 해놨다.  이게 교재였다면 뒷부분만 읽어도 시험을 치거나 간단한 페이퍼를 쓰는데는 큰 지장이 없었을 거라는 얍삽한 생각을 역자의 글을 보면서 했다.

그리고 역자는 이 포이케르트라는 사람이 성적 소수자였다는 사실을 밝혀놓는다.  그 부분을 보면서 왜 그렇게 나치 치하 동성애자에 대한 내용이 집요한가 했더니 그런 이유가 있었군이라고 납득했다.

가볍게 먹을 스넥을 기대했다가 씹느라 고생했지만 즐거웠음.

마지막으로 결정적 오류를 하나 지적하고 넘어가야겠다.  제국 수정의 밤은 1938년인데 제일 첫 챕터 각주에 1937년이라고 떡하니 적어놨다.  뒤쪽에는 제대로 쓰고 있지만 이런 류의 오류는 오타 수준을 넘어 아주 치명적인데...  책과 출판사에 대한 좋은 이미지까지 흐리게 하는 느낌이었다.  책에 대한 신뢰도와 가치가 확 떨어지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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