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 최후의 14일
요아힘 페스트 지음, 안인희 옮김 / 교양인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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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런저런 이유로 요즘 2차 대전사와 1940년대에 관한 책읽기에 몰입중이다.

배달된 책 중에서 비교적 얇았다는 게 빨리 선택한 이유.  ^^;  거기에 비해 괴벨스는 베개로 써도 충분한 두께다. ㅠ.ㅠ    

이 책의 저자가 밝혔듯, 베를린에 진주한 소련군의 조직적인 증거와 증인 말살 -이유는 모르겠음.  히틀러보단 좀 덜했지만 역시나 피해망상증인 스탈린의 병적인 비밀주의 때문이 아닐까 혼자 추측중- 때문에 상당히 오랫동안 히틀러의 최후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없었다.

나만 해도 꽤 최근까지 소련군에 의해 날조된 히틀러 시신의 사진을 진짜라고 믿고 있었고, 그 다음엔 히틀러의 시체는 추종자들의 집결지나 성역이 될 걸 걱정한 소련군에 의해 소련 영토로 옮겨져 모처에서 화장되었다는 정보를 사실로 알고 있었다.

수많은 증인들의 복합적인 증언을 통해 상당한 자신감과 신빙성을 얻긴 하지만 이 책에서 밝히는 히틀러의 마지막 순간도 100% 진실이라고 믿을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히틀러에 관한 책 중에선 가장 진실에 가까운 편이라고 인정해줘야할 것 같다.

날짜별로 히틀러를 둘러싼 인간군상들의 절망과 배신, 광기어린 충성심의 변화 과정을 보여주는 구성은 인문 서적이 갖기 힘든 드라마틱함이 가득하다.  번역을 통해 상당히 그 에너지가 빠졌으리라는 걸 예상한다면... 원서 읽기에 대한 욕구를 오랜만에 부추기는 책. 

그러나 내 독어 독해력은.... ㅜ.-)

사실과 더해서 내게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이 책의 저자가 갖고 있는 히틀러론이다.  그는 히틀러의 갖고 있는 욕구의 본질을 권력욕이나 정복욕이 아니라 본능적이고 완전한 파괴 욕구로 규정한다.  원하는 양보를 평화를 통해 얻어낼 때마다 오히려 분노했고, 항복한 적들에게 -예를 들어 바르샤바- 무의미한 파괴를 명령하고, 승리에 공허감을 느끼는 인간.  패배가 예견되기 시작하자 완벽한 폐허를 적들에게 남겨야 한다고 독일의 파괴를 명령한 독재자.

본능적으로 상대의 고통과 파괴를 즐기는 유형이 있다고 듣긴 했는데... 그 인간에게 권력이 쥐어졌을 때 결과는 끔찍하다.  차라리 권력이나 지배욕구라면 피차 감당이 가능한데 파괴 욕구일 경우엔 적과 아군 상관없이 파멸을 부르는 거니까...  세상에 다시 나오기 힘든 독특한 캐릭터라는 건 누구도 부정 못할 듯.

그런데... 지금 내 머릿속엔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할렐루야 아저씨가 하나 또 떠오른다.  -_-;;; 몇년 남았지???

계속 언급되는 소금산, 니벨룽겐, 얼음산, 바그너.  책을 읽으면서 받은 히틀러에 대한 내 인상은 한마디로... 니벨룽겐의 반지와 게르만 신화에 너무나 몰입한 정신병자.  그는 자신이 지그프리드인줄 알았나 보다.
끝까지 함께 했던 추종자인 마그다 괴벨스를 보면서 느낀점.  크롬웰의 말은 진리다.  왕보다 왕당파가 더 무섭다.  -_-

결론적으로 히틀러에 관한 아주 잘 쓰여진 연구서.  돈이 안 아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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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만의 피사체 1
김윤희 지음 / 작은책방(해든아침)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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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로맨스란 것이 어차피 허구이고 현실에서 만나기 힘든 일들이다.  하지만 그럴듯한 설정과 납득할만한 주인공들이 등장할 때는 빤한 공식에도 불구하고 읽는 사람을 몰입시키는 힘이 상당히 강하다.  그리고 가장 종요한 것은 남자 주인공이 얼마나 매력적이냐.  독자마저 반하게 할 수 있는 멋진 모습이 있느냐에 승패가 갈린다고 할 수 있다.

그대만의 피사체는 아주아주 매력적이면서도 뜬구름잡는 허공에 있지 않는 남자 주인공이 등장한다는 게 작품 최고의 매력인 것 같다.

고교 시절 왕따로 엄청난 괴롭힘을 당했던 가난한 남자 주인공은 모델로 성공해 돌아온다.  방관자였던 가책과 무관심이 섞였던 여자 주인공은 돌아온 남자를 기억하지 못하고 -여자 주인공은 가난한 남자 주인공이 대학에 갈 수 있도록 등록금을 준 동급생이다- 재회하면서 얘기가 시작된다.

보통의 다른 로맨스 공식과 달리 고교 시절 짱이었던 남자는 악역으로 등장해 끝까지 죽일 놈 소리를 듣게 하는 역할을 하고 조연들도 매력적인 로맨스.

끝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 하는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괴로운 오타와 비문을 거의 발견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도 만세~    그리고 결혼을 암시하지 결혼으로 완성되지 않았다는 점도 아주 마음에 들었다.  사랑의 완성이 꼭 결혼일 필요는 없지 않나....

이 작가의 다음 작품도 챙겨볼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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꼿 가치 피어 매혹케 하라 - 신문광고로 본 근대의 풍경
김태수 지음 / 황소자리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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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인상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아주 잘 쓰여진 근대 풍속사 책.  얼마 전 조선시대를 이것과 약간 비슷한 방법으로 정리해놓은 '뜻밖의 한국사' 라는 책에서 느껴지던 미숙함이 여기선 거의 없다.

그 책이 역사 비전공자가 역사책을 썼을 때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라면 이건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 처럼 비전공자가 쓴 역사책의 장점이 빛난다.

이 책에 남다른 호감을 느끼게 되는건 아마 내 개인적인 체험도 더해지는 것 같다.  인터넷 검색이 활성화되지 않은 그때 옛날 기사나 자료를 찾는 건 신문을 뒤지는 것밖에 없었다. 

그나마 종이로 정리된 것들은 눈에 들어오지만 아주 오래된, 지금 이 책에 나오는 것처럼 일제 시대의 기사들은 마이크로 필름으로만 볼 수가 있다.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 마이크로 필름이란 것이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고 오래 들여다보면 멀미까지 난다.   그래도 난 그 일을 참 좋아했다.

왜냐면 이 기자처럼 그 신문 곳곳에 숨은 옛날 광고들을 보는 즐거움이 너무나 쏠쏠했기 때문이다.  내가 보고 웃었던 광고가 이 책에 나와있을 걸 볼 때의 동질감.  그리고 내게는 너무 재밌었던 광고가 빠진 아쉬움 등.  어떤 의미에선 내가 쓰고 싶었던 내용을 비교해가는, 함께 쓰는 것 같은 체험을 했기 때문이다.

광고란 한 사회상을 보여주는 전광판인 것 같다.  광고에서 '암'을 고친다는 이 시대 약 선전을 보면서 그 암이란 것이 저 당시에도 크나큰 문젯거리였다는 걸 알았고, 그런 얼토당토않은 광고가 검증없이 실린다는데 놀라기도 했었다.

얘기가 엄청나게 샜는데... 화장품, 고무신, 기생, 약, 과자, 백화점 그리고 포르노그래피까지. 소위 우리가 말하는 현대성이란 것이 얼마나 과거와 다를 것이 없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내용도 재미있지만 생각의 방향에 따라서는 자기 성찰까지도 가능하다는 느낌. 

공들여서 잘 만든 책을 읽는 기쁨을 쏠쏠히 즐겼다.  분명 아쉽게 버리거나 잘라낸 내용들이 많았을 텐데 다음 권을 내도 좋지 않겠냐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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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학 공식
리오넬 살렘 글, 코랄리 살렘 그림, 장석봉 옮김 / 궁리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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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원제 Les Plus Belles Formules Mathe'matiques

이건 내 동생의 구입품.  과학, 수학과 담쌓은 나와 달리 수학을 가장 잘 하신 독특한 내 동생은 이런 가벼운 수학, 과학류의 서적을 즐겨 구입한다.  덕분에 이 부분에 관한 아주아주 극심한 편식인 내게 가끔 읽을 기회를 준다.

수학 전공자거나 수학에 조금은 조예가 있거나 나처럼 끔찍하게 못하지 않은 이상 이 책은 꽤나 재미있고 읽을 때 즐거울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지는 않아도 제법 재미있는 수학 이야기들이 허구와 사실을 절묘하게 섞어서 나온다.

그러나... 이제 피타고라스의 정리조차 몽롱하게 느껴지는 나같은 수학치에겐 마구마구 건너뛰게 하는 수학 공식 퍼레이드.  분명 중학교나 고등학교 때 배운 내용들인데도 책에 있는 내용을 따라가며 검증하는 것조차도 머리가 아프다.  ^^;

이건 나처럼 극단적인 경우이고 나를 제외한 대다수에겐 가볍고 즐겁게 읽을만한 내용이 될듯.  그리고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아이에게 선물을 해줘도 나쁘지 않을듯 싶다.  물론 어른의 기준에서.  내가 중고딩 때 이런 책을 선물받았다면 속으로 욕을 했을듯. 

독특한 만화체 그림도 재밌고 내용도 객관적으로 볼만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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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통함을 없게 하라 - 조선의 법의학과 <무원록>의 세계, 역사 이야기 지식전람회 1
김호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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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겠다 싶어 주문한 신주무원록의 엄청난 무게와 두께에 질려 일단 먹기(?) 쉬운 것부터 시작. ^^;  상대적일 뿐 아니라 객관적으로 200쪽 내외니 얄팍한 두께.  대신 종이는 두툼하다. 

저 삽화에 정말 돈을 줬을까 싶은 50-60년대 신문 삽화 같은 조악한 삽화에 일단 '으악' 소리가 나오고 책에 대한 인상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감이 있다.  또 각주를 옆으로 이상하게 달아놔서 잘 모르는 단어나 출처를 찾아보기도 참 묘하다.  본문을 읽는 흐름을 깨지 않게 하려는 의도였지 않나 싶긴 하지만 솔직히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는 없는 오버센스.

이런저런 투덜거림이 하드웨어적으로는 마구 쏟아지지만 내용은 못생긴 겉모습에 비해 꽤 볼만하다.  이런 류의 쉽게 풀어쓰는 책이 빠지기 쉬운, 너무 쉽고 재밌어야 한다거나 아니면 너무 많은 정보를 줘야 한다는 압박에서 효과적으로 비껴 선 느낌. 

별 연관은 없지만 얘기할 만한 사건과 조선 시대의 검시 방법이 연결되어 매 장의 도입부에 집중을 주고 전체적인 흐름이 이어지는 아이디어도 괜찮았다고 본다.  그리고 아주 전문적인 지식이나 깊은 내용을 필요치 않는 한 이 책을 보는 것으로 조선의 법의학에 대한 대략의 맛보기는 충분히 할 수 있다. 

책의 추천사에 융복합 문화의 시대에 멀티 플레이어가 되기 위한 지적 체험이라는 글을 써놓았던데 딱 그 정도를 기대하면 될듯.  지식인이니 하는 인터넷에 떠다니는 사실과 오류가 뒤섞인 정체불명의 정보에 만족하지 않고 최소한의 검증을 거친 지식쌓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괜찮은 입문서라고 본다. 

잠시 쉬었다가 언제 기분 내키면 신주무원록을 본격적으로 다시 잡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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