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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협려 세트 - 전8권
김용 지음, 이덕옥 옮김 / 김영사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를 무협이란 마굴(? ^^)로 빠뜨린 소설.
이 책을 읽기 전 무협 소설에 대한 내 인식은 황당무괴한 실력의 천하무적 고수가 수많은 미녀들을 채집(?)해 아방궁을 거느리는 남자용 소설이었다. 물론 아직도 이런 소설은 많다. 배경만 중국에서 판타지로 넒혀졌지 악당을 물리치고 미녀와 보물을 얻는 아케이드 게임을 보는 것 같은 무협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무협의 전부가 그거라고 생각하는 분은 꼭 보시길.
이 소설엔 역사가 있고, 작가의 역사관과 철학이 있다. 악역인 이막수가 노래하는 정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 책 전체를 관통하며, 의협, 국가에 대한 충성 등과 연결되어 스토리 전체를 이끌고 있다. 그리고 엄청난 흡입력과 함께 가볍게 읽고 지나가기 힘든 여운까지 남긴다.
신조 영웅문은 사조 영웅문부터 이어지는 시리즈물이다. 김용 소설의 주인공들은 완벽하지 않다. 그래서 매력이 있다. 1부의 곽정이 갑갑하고 느린, 별로 무협 소설 주인공답지 않은 모습이었다면, 2부 양과는 좀 더 정형성에서 벗어난다. 곽정은 그나마 의와 협에 대해서만큼은 목숨을 걸고 정의를 추구했지만 한이 많고 괴퍅한 양과는 영악하면서도 외곬수인 면모를 강하게 드러낸다.
그게 오히려 더 매력적이다. 찍어낸듯 식상한 무협 소설에 지루함을 느끼는 독자에겐 꼭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세뱃돈을 받아 고려원에서 나온 책을 -한번 읽고 버리는 책을 샀다고 모친에게 구박을 무지~~~~하게 받으면서- 샀는데 한권씩 이가 빠져서 마음 한구석이 늘 찜찜했었다.
꽉 채워진 박스판을 보니 마음이 흐뭇~
그런데... 좀 거친 맛이 있는 고려원의 번역이 지금 것보다 더 마음에 끌리는 건 단순한 향수일까? 같은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로 봐선 그때 번역이 꽤 수준있고 매력있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