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이은희 지음 / 궁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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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내 동생의 컬렉션.  내 반경 안에서만 움직였다면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모른채 살다 갔을 책. 

최근에는 많이 나아졌지만 8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이런 류의 국내 저자들 책에 연이어서  학을 뗀 다음부터는 어지간하면 한국인이 쓴 건 잘 안 사게된다.  요즘에는 꽤 읽을만한 수준의 통찰력과 지식 수준을 가진 저자들이 나오지만 과거엔 정말 종이가 아까운 것들이 많았다.

위에 줄줄이 늘어놓은 사설은 욕이지만 이제부터 내용은 분위기 전환.  ^^  이 책은 아주 재밌게 읽었다.

내 생물학에 대한 지식은 학력고사에 정지되어 있기 때문에 이 책 내용에 오류가 있는지 어떤지는 판단할 수 없다.  고등학교 생물 시간에 배웠던 내용들도 많이 나오는데 내가 아는 범위 안에선 잘못된 것이 없어서 일단은 만족.

그외의 좋은 점들을 들자면 굉장히 쉽고 재미있게 풀어쓰고 있다. 과학과 담을 쌓은 나 같은 사람도 술술 즐겁게 읽어나갈 수 있을 정도.  단순히 과학만이었다면 전공자니까~ 이렇게 넘길 수 있는 내용을 저자는 매 주제와 신화를 접목시켜 흥미를 유발시킨다.

물론 본격적인 접목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이 풀어나가려는 주제와 연관된 신화가 도입부에 짧게 기록이 되면서 과학보다는 신화에 더 친숙할 대다수 독자들을 혹하게 한다.  그리스 신화에 낚인 독자들은 과학에서 어떻게 그 얘기가 연결되는지 당연히 집중할 수밖에 없음.

과학도들이 빠지기 쉬운 과학 지상주의나 아집에서도 비교적 자유롭고 공정한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것도 이 책에 점수를 더해주는 이유.  튀지 않게 드러나는 통찰과 인식을 읽어나가는 재미도 괜찮았다. 

마지막으로 삽화를 보는 재미도~  간혹 삽화가 망치는 책도 있는데 (대표적인 게 노란 표지의 그 명화의 수수께끼던가?와 원통함인지 억울함인지를 없게 하라는 어쩌고 책.  욕 나왔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재기발랄한 삽화는 화룡정점.

내게 고등학생 동생이나 조카가 있다면 하나 사주고 싶은 책이다.  흥미 유발은 물론 생물학 시험에도 상당히 도움이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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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와 나 - 세계 최악의 말썽꾸러기 개와 함께한 삶 그리고 사랑
존 그로건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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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 나온 책이다.  아직도 난 좀 촌스런 인간인지 한국이 저작권 협정에 가입되기 전 해적판으로 졸속 번역되어 나온 시드니 셀던의 소설을 제외하고 이렇게 거의 실시간에 가깝게 번역되어 나온 책을 보면 괜히 설레고 떨린다.  ㅎㅎ;   나온지 한 20-30년 된 책들만 보던 세월이 너무 길었던 모양.

제목을 보면 대충 짐작하겠지만 이 책은 존 그로건이라는 미국의 칼럼니스트가 자신의 개, 래브라도 레트리버인 말리와 보낸 13년간의 세월을 기록한 일종의 수필이랄까... 자신과 개, 가족, 주변 사람들의 얘기이다.

주인공은 말리라는 천하제일 말썽꾸러기 개.  어떻게 저 개를 견디면서 13년을 보낼 수 있었을까 불가사의할 정도로 엄청난 고집과 말썽 유전자를 가진 절대 통제불가능의 대형견이다. 


그렇지만 개도 다중인격이 가능한 것인지 이 개는 아주아주 가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이 위기에 쳐했을 때 늠름한 보호견의 모습으로 -물린 상황이 종료되자마자 본래의 말리로 바로 복귀. -_-;;;-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그걸 제공하는 모습으로.  <-- 근데 이것 역시 아주 심각한 위로가 필요한 경우에만 해당된다. 

그외에는 여기 적기조차 끔찍한 파괴행위와 초토화 일생은 완벽하게 즐기며 행복하게 살다가 떠나는데 이 모습에서 저자인 존 그로건과 글을 읽는 사람들은 어떤 깨달음이랄까... 그런 걸 얻게되는 것 같다.

삶이란 건 그렇게 복잡하거나 모범적일 필요가 없다. 오늘에 충실하고 사랑하고 행복하면 된다.  아마 이 최악의 말썽꾸러기를 통해서 인간들은 그걸 배우게 되는 것 같다.

동물과 인간의 얘기를 읽는 건 늘 감동이 있지만 거의 99% 인간보다 수명이 짧은 동물의 죽음으로 끝나기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는 부작용이 있음.  그래도 적당히 생각할 거리를 주고 술술 읽히는 내용이라 주변에 선물하거나 권하고픈 책이긴 하다.
 
그런데 내가 책을 산 다음다음날부터 머그컵 주는 행사를 했다.  ㅠ.ㅠ  이틀만 참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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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사기꾼 - 뛰어난 상상력과 속임수로 거짓 신화를 창조한 사람들
하인리히 찬클 지음, 김현정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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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난 부작용 -과학도에게는 긍정적 작용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은 의심이 아주 많아진다는 것이다.  신문이나 인터넷 등등에 심심찮게 뜨는 새로운 발명이나 연구 개발, 혹은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리서치 결과를 볼 때 '오호~ 드디어 이런 것을' 하는 찬탄이 나오던 이전과 달리 최근에는 '이 인간들이 사기치는 건 아닐까?'로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위인전의 영향 덕분에 내게 엄청난 업적을 쌓은 위인으로 각인된 프로이트와 슐리만.  뛰어난 여성 인류학자로 기억하고 있는 마가렛 미드의 실체랄까... 그 빛과 그림자를 만나는 것은 어른의 글읽기가 가능한 나이의 즐거움인 동시에 씁쓸한 체험.

의학, 과학, 인류학, 고고학 등 학계에 난무한 업적 전쟁과 멀쩡한 사람들의 속고 속이는 일종의 난마도를 잘 본 느낌.  이런 주제로 TV 프로그램을 기획해도 충분히 재밌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의 번역자도 말미에 씁쓸하게 덧붙여놨지만 냉동인간 외치(이 외치에 관한 내용은 야한 유전자가 살아남는다라는 책에 상당히 재밌고 자세하게 기술이 되어 있음. 티모시 테일러를 위해서라도.... 가짜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ㅎㅎ)나 자크 데프라의 절지동물 화석처럼 9회말 대역전극에 해당하는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이런 류의 다음 최신판엔 한국인의 이름이 올라가겠군.

참고로 이 책의 마지막 장은 후지무라 겐이치의 그 희대의 고고학 사기극을 소개하고 있다.  그렇지만  내가 최근에 읽은, 그것도 최근에 나온 일본 역사책은 후지무라 겐이치의 발견에 서술해서 일본 고대사를 기술하고 있다.  인간 문명의 기원을 공룡시대까지 끌어올린 페루의 이카 화석을 온갖 가짜라는 증거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사회적 등등의 이유로 굳게 믿고 있는 이카시민들처럼.

이걸 보면 진실이 소중하네, 가장 가치가 있네 어쩌고 해도 인간들은 결국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골라서 믿는 모양이다.  사회적 약속을 통해 우기고 또 우기다보면 가짜였다는 사실마저 잊혀지고 가짜가 진짜가 될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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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인류학자 - 뇌신경과의사가 만난 일곱 명의 기묘한 환자들
올리버 색스 지음, 이은선 옮김 / 바다출판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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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에 알라딘에서 과학 서적 세일전 할 때 산 것 중 하나.  재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골랐고 그런 의미에서 성공. 

가장 밝혀지지 않은 분야인 뇌와 연관된 환자들.  몇십년 전이라면 정신병 환자라고 했겠지만 그렇게 분류하기엔 살짝 비껴나간... 이 섬세한 뇌의 회로에 의학적인 문제가 있으나 동시에 너무 특별한 환자들에 대한 기록이다.

교통 사고를 당하면서 색맹이 되어버린 화가.  한번 기억한 영상과 음악은 다 기억하는 자폐증 천재 소년.  전두엽 종양으로 20년 세월이 완전히 사라진 걸로 보이지만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내면 세계를 보이는 남자.  수십년 전 고향의 기억과 영상만을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게 계속 그려내는 화가.  투렛 증후군인 외과의사.  수술로 시각 장애를 고쳤지만 어렵게 사회에 적응하다 아주 행복하게 시각 장애자로 돌아간 물리치료사. <-- 이 사람은 아주 멋지게 묘사되어 발 킬머가 주연한 영화로도 나왔던 것 같다.   자폐증 천재 중에 하나지만 평범한 척 하는 능력을 배운 덕에 자폐증과 일반인의 경계에서 경제적, 사회적 성공을 거둔 공학 천재 등. 

이 천재는 자신이 화성에서 지구를 관찰하러 온 인류학자 같다는 말을 한다.   정말 적절한 책 제목이라는 생각을 했음.  올리버 색스 박사는 자신의 환자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정신 세계를  파헤치려고 노력하지만 반대로 이들도 갑갑한 심정으로 다수기 때문에 일반인으로 불리는 우리를 관찰하고 정체를 파악하려 하는 건 아닐지.  그런 생각을 했다.

뇌와 인간이란 매커니즘의 신비를 아주 절절하게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뇌의 기능이 억제되지 않고 100% 발휘된다면 초능력이 가능하다는 공상과학류의 상상이 절대 터무니없지 않다는 확신도 갖게 해주는 면이 있고.  또 평범하지만 심하게 손상되지 않고 돌아가주는 내 뇌에게 감사하는 마음도 가졌다.

한마디로 인간에 대해 많은 이해를 하게 해주는 책.  강요하지 않는 사실이 때론 더 많은 설득력을 갖고 있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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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개보다 행복할까? - 개에게서 배우는 소박한 삶의 지혜
매트 와인스타인.루크 바버 지음, 서영조 옮김 / 아인북스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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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동생이 산 책.  책 표지와 같은 모양의 머그컵을 준다고 해서 산 기억이 난다.  (얼마 전에 산 말리와 나도 요즘 머그컵 주고 있다. 조금만 더 참고 살걸.  쿠폰도 2000원 짜리 주고 있음. ㅠ.ㅠ

이날 미장원과 또 전철을 길게 탈 일이 있어서 조금 두껍긴 하지만 챙겨갔는데 예상대로 술술 다 읽었다.   가볍게, 즐겁게, 그러나 유치하지 않은 잔잔한 즐거움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을 고를 때 사람들이 기대하는 그대로라고 할까.

개를 키우며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키우는 개의 삶의 방식에서 인간이 잃어버린 단순하고 따뜻한 즐거움을 찾으면서 느낀 것을 짧은 에세이 형식으로 써모은 내용.  매 주제마다 귀여운 멍멍이 사진과 짤막한 개에 관한 문구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내용도 동물혐오주의자만 아니라면 충분히 납득이 가는 내용.  그러나 개를 키우는 입장에서 -물론 내 개가 이 두 사람의 개와 너무 다르다는데 이유가 있겠지만- 좀 아닌 얘기도 쏠쏠히 있었음.

기억나는 것 몇가지만 적어보자면.

먹는 것이 무엇이건 감사한다. --> 이미 별이 된 뽀삐 1세는 이미 늦었지만 2세에게 이 얘기를 좀 들려주고 싶다.  -_-;;;  뽀삐 1세는 다이어트 사료 5일간 거부하며 단식 투쟁한 경력이 있다. 뽀삐 2세는 아침에 주는 다이어트 사료는 죽지 않을 만큼만 먹으며 저녁을 기다린다.

금방 잊어버리고 원한 같은 건 갖지 않는다. --> 뽀삐 2세에겐 적용할 수도 있는 얘기.  그러나 뽀삐 1세는 절대 아님.  얘는 최소한 하루 이상 기억하고 만만한 상대인 경우는 복수도 했다.

주인에게 절대 충성. 항상 따라다니고 운동을 좋아한다 등등 --> 역시 우리 뽀삐 1,2세와는 관계없는 얘기.  특히 운동은 우리 뽀삐 2세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 중 하나다. ㅠ.ㅠ


내 개와 전혀 관계없는 내용을 제외하고 보자면 이 사람이 키우는 개들과 교감이나 기억들엔 많은 공감을 가졌음.   병원에 입원해 있다거나 좀 울적한 분위기에 있는 사람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인 것 같다.

그러나 머그는 엄청 싸구려였음.  두어번 쓰고 나서 손잡이에 금이 간 바람에 선반에 얹어만 놓고 있다.  사이즈는 딱이었는데.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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