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신화 외 나랏말쌈 25
김시습 지음, 이재호 옮김 / 솔출판사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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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때 입시를 위해 제목과 부분부분을 토막으로 만났던 수많은 고대 소설과 가사와 시들. 그중에도 많이 언급되던 작품중 하나가 김시습의 금오신화. 참고서에 예제로 나오는 부분과 요약된 내용을 바쁘게 읽고 머리에 쑤셔넣으면서 언젠가 한번 이 내용을 제대로 읽어보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을 실천에 옮기기까지는 참 시간이 오래 걸렸다. 어쨌든 머리속에 담아뒀던 일을 실천했는데... 번역(한문소설이니까 번역이 맞는 단어인듯)이 깔끔해서 그런지 재미있다.

우연과 신비가 가득한 고대 소설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는 짤막짤막한 얘기들... 하지만 그 안에서 나름대로의 짜임새를 갖고 있기 때문에 유치하게 느껴지지 않고 또 각각의 얘기 테마들도 흥미롭다.

다섯개의 얘기들을 알뜰하게 읽어나가면서 금오신화가 한편이 아니라 다선편의 얘기였다는 그 오래된 사실도 다시 떠올릴 수 있었고. (입시 때는 틀림없이 기억하고 있었을테지만 합격한 뒤에 그런 것이 머리에 남아 있기에는 우리 입시는... 어쨌든 크게 망신 당할뻔한 걸 모면... --)

뒤에 딸린 사육신 전기와 원서생의 꿈 이야기는 금오신화의 적은 분량을 커버하기 위한 부록이겠지만 적절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금오신화를 읽으면서 내용보다 더 눈에 띄었던 것은 소설 안에 포함된 수많은 시들. 김시습의 창작시인지 아니면 고래로 내려오던 시들을 적절하게 끼워 넣었는지 모르겠지만 소설 안에 많인 시가 등장하는 것은 우리 소설의 또 하나의 특징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하긴 양반의 기본 교양이 시,서,화이니 양반의 연애 놀음에 당연히 시가 빠져선 안될듯...  

시대를 잘못 타고난... 혹은 처세술이 턱없이 부족했던 한 천재가 남긴 유산을 만나는 기분은 씁쓸하면서도 감사하다.

500년 전에 쓰여진 소설 한권을 읽으면서 조상들의 풍류와 교양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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