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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시대 - 1920년대 초반의 문화와 유행
권보드래 지음 / 현실문화 / 2003년 11월
평점 :
품절
피하고 싶은 칙칙한 부분이기 때문에 한동안 관심을 끊고 있는 동안 근대와 근세 관련해서 재미있는 책들이 꽤 많이 나온 것 같다. 최근에 왕창 지른 근대 관련 책 중에 하나.
일단 편집자인지 작가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목은 상당히 도발적으로 잘 뽑았음. 초반부에는 내용과 크게 연관성이 느껴지지 않아 호객을 위한 제목으로 생각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책 전체의 테마를 잘 요약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연애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한국땅에 등장하는 1910년대부터 한용운의 연애 소설 박명이 발표되던 1930년대까지 이 연애라는 새로운 사조에 대해서 조선인들은 어떻게 반응했고 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그 내용이 순차적으로 정리가 되어 있다.
재미있으면서도 상당히 알차다는 느낌. 재미와 내용의 충실도라는 두마리 토끼를 잘 잡은 것 같다.
이런 류의 책들이 보통 잡지나 신문 기사를 중심으로 내용 전개가 되는데 반해 이 책의 저자인 권보드래는 근대 문학에 대해서 상당한 공력을 쌓은 느낌. 근대 문학에서 소설류는 나도 꽤 빠지지않고 접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읽은 것은 고사하고 존재 자체도 잘 모르고 있었던 작품들이 꽤 많이 인용되고 있다.
선정적인 윤색이나 간단한 사실 위주의 기사에서 흐름을 파악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지만 시대상을 한번 더 거르고 받아들여 삭여 토해낸 문학을 끌어들인 것은 훌륭한 선택인듯.
만남 자체가 스캔들이고 영원한 약속을 의미했던 1900년대 이전의 사회. 남녀간의 만남도 국가를 위한 헌신이어야 했고 정신적인 것이 강조되던 1910년대. 3.1 운동 실패의 절망감 위에 자유 연애와 사랑이란 단어가 움트던 1920년대. 일제의 전쟁을 위해 다시 순결과 정절이 국가적으로 강조되기 시작한 1930년대. 이렇게 시대상의 흐름이 한눈에 파악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점 하나.
어느 세대나 자기가 현대적이고 새로운 가치관을 가진 존재라고 믿지만 이렇게 따져보면 과거에 형성된 습관의 틀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도 특별히 더 현대적이진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