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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나란토야 - 상
이준희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로설에 대한 사람들의 취향은 음식에 대한 것만큼이나 다양한 고로 객관화나 절대화가 힘들지만 내게 있어선 올해 읽은 로설 중 가장 재밌었던 작품이다. 그리고 올해 이보다 더 내 취향에 딱 맞는 것을 발견할지는 모르겠음.
너무 빤한 내용이니, 통속적이니 등등의 평들도 있는데 so what?
구성 탄탄하고 문장 깔끔하고 고증도 잘 되어 있으면서 재미까지 있으면 됐지 도대체 뭘 바라는지 묻고 싶음.
일부人들은 분노할 지 모르겠지만 로설이란 장르는 중학교 졸업자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가면 흥행(?)에서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이건 내 얘기가 아니라 로설의 역사가 깊은 미국에서 나온 연구결과인데... 무조건적인 외국 연구에 대한 동조는 싫지만 여기엔 동감.
얘기가 또 엉뚱한 곳으로 샜는데... ㅎㅎ;; 사막의 나란토야에 대한 이 열광은 아이반호와 십자군의 기사를 읽고 완전히 돌았던 내 어린 시절의 영향이란 것은 일단 인정해야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두권 다 명작동화의 탈을 뒤집어 쓴 중세 배경 로맨스였다. ㅎㅎ 나의 로맨스 매니아적 취향은 이미 그때부터 발휘되고 있었다. 그 두권을 읽고 중세와 십자군 얘기에 완전히 푹푹 빠지다 못해 익사할 지경이 되었다.
커가면서 그 관심은 중세물과 중세 역사에 대한 흥미로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었고 서양 로설 작가들이 쓴 중세물도 엄청 읽었다. 하지만 그 배경에 한국인이(반쪽이긴 하지만. ^^) 등장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는데 나란토야는 일단 그 연결고리를 만들어냈다. 거기에 1차로 홀딱.
2차는... 중세에 대한 많은 이해. 역사물을 보면 1-2권을 읽고 쓴 책이다. 여러권을 펼쳐놓고 갖다 베끼는구나. 이 사람은 완전히 이해를 했구나 구별이 된다. 나란토야는 많은 자료 조사를 했고 그걸 작가가 완전히 소화를 한 다음에 토해놓고 있다. 날것이 그냥 잘려서 듬성듬성 붙어있는 게 아니라... 음식으로 치면 김치처럼 여러 재료가 폭 삭아서 새로운 2차 화합물로 변해있음.
3차는 역시 내게 제일 중요한 것. 재미있다. 갖고 있는 지식을 더 쏟아놓고 싶은 욕심이 날만도 할 텐데 살짝살짝 고명으로만 얹고 로맨스라는 사실을 잊지않고 있다. 공연한 잘난 척으로 장르문학이기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 제일 마음에 들었음.
중앙 아시아에서 스페인 남부까지 즐거운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