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신화여행 - 금호 인문선 501
강응천 지음 / 마루(금호문화) / 1998년 8월
평점 :
절판


우리 나라는 어떻게 된건지 그리스 신화를 제외하고 다른 문화권이나 국가의 신화를 제대로 만나기가 참 힘들다. 물론 어린이들을 위해 세계 전래 동화라는 제목으로 많은 얘기들을 묶은 책들이 나오긴 하지만 다양한 문화권의 신화와 전설을 만나고 싶은 성인 독자들을 위한 배려는 적은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그리스 신화에 편중된 극심한 편식을 약간이나마 해소해주는 책이 바로 이 바이킹 전사들의 북유럽 신화여행이 아닐까 싶다.

유럽에서 가장 선진적인 문화를 이뤘던 그리스 신화는 오랜 세월동안 갈고 닦여져 문학화 되어 원시 신화가 갖는 특징인 잔혹함이나 야만성이 순화되어 부드러운 내용들이다. 그나마 남아있는 원시 신화의 야만적 흔적은 제우스가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하고 신들의 제왕 자리에 올랐다는 정도.하지만 북유럽 신화는 게르만의 민족성 탓인지 아니면 거친 자연 환경과 싸우느라 세련된 문명을 이루는데 별반 관심이 없었던 탓인지 원형의 거친 내용과 느낌이 그대로 남아있는 듯하다.

그리고 사상도 선과 악이 공존하고 싸우지만 선이 반드시 승리한다는 희망적이고 낙관적인 일반적인 내용이 아니라 신들과 거인족의 싸움에서 결국 악에 해당하는 로키의 아들들과 거인들이 승리를 거둔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물론 나중에 발데르에 의한 완벽한 파라다이스를 예고하긴 하지만)보석 원석을 갈아내는 것 같은 정제 과정을 거치지 않은 문명권의 신화들이 갖는 멸망과 악의 승리에 대한 공포가 여실히 드러나있는 내용. 하지만 역시 유럽의 사상과 문학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내용들인 만큼 이 정도라도 엮어진 내용을 만난건 행운이란 생각이 든다.

전체적인 내용의 양과 질을 봤을 때는 아쉬운 점이 많긴 하다. 저자 자신이 고백했듯이 원전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영어나 일어로 된 번역본을 다시 우리 글로 번역한 내용으로 영어권과 일어권 번역자들에게 한번 걸러진 내용을 우리는 또 한번 걸러서 만나는 것이다. 
상업성을 따지는 저자와 출판사로선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얘기들을 너무 늘어놓는건 친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읽는 입장에선 편역이 아닌 완역을 만났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또 재미있고 편하게 읽히자고 구사한 것 같은 이야기체가 어설퍼서 오히려 거슬렸던 느낌도 든다. 마지막에 바그너의 '반지' 스토리를 지그프리트 신화와 함께 소개한 센스를 보면 저자가 음악에도 상당한 조예가 있는듯 하다. 괜찮은 서비스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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