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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궁궐 그림 ㅣ 빛깔있는책들 - 고미술 198
안휘준 글/사진 / 대원사 / 1997년 3월
평점 :
정조의 사도세자 묘 참배를 위한 화성 행궁도를 비롯해 몇몇 궁궐 그림이나 행사 그림을 보기는 했지만 그것 자체를 미술로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냥... 현대에 들어와 무슨 행사가 있으면 꼭 찍어두는 기념사진 정도로 치부하고 있었는데... 아마 이 그림을 그리던 당시에도 미술적 가치보다는 기록화로서 더 의미를 뒀을듯 싶다.
아무렇게나 찍으면 그냥 단순한 기념 사진이 되고 제대로 된 마인드를 갖고 예술을 위해 찍으면 작품 사진이 되는 것처럼 수준높은 화공들에 의해 정밀한 법도를 따라 제작된 우리 옛 궁궐 그림들은 이제 가치있는 미술품으로 평가되는듯...
솔직히 이 책을 다 읽은 지금도 행궁도를 비롯해 행사 기록도를 볼 때는 그 예술적인 아름다움을 느끼지는 못하고 있다. 고려 시대 이전의 그림은 너무나 남은 것이 적기 때문에 어떤 객관화가 불가능하다고 보이지만... 기록화보다는 미술적인 가치가 더 있는듯 하다는 생각이 들고.
이렇게 축소된 작은 그림이 아니라 원화를 제대로 된 크기로 만난다면 얘기가 달라질지 몰라도 조선 시대의 궁궐 그림은 기록화로서의 가치만이 내게 다가오고 있지만 이 책에서 접한 그림 중 유일한 예외는 동궐도.
창경궁을 정밀하게 묘사해놓은 그림인데... 사실 초등학교 때 그리던 그림지도가 생각날 정도로 건물들과 함께 주변 경관까지도 세밀하고 아름답게 그려져있다. 이 그림만은 단순한 기록화가 아니라 큰 규모의 세밀화로 미술적 감성을 자극한다.
여기 나온 그림들은 대부분 서울에 있는 것 같다. 조만간 시간을 내서 이 책에 나온 그림들을 찾아가 시간을 갖고 한번 찬찬히 만나봐야겠다.
예전에 만났을 때는 서로 전혀 다른 나라말을 하듯 의사소통이 안되었던 그림들이지만 이번에는 함께 나눌 얘기가 있을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