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의 계보라는 책을 읽으면서 누군가 한국 조폭 계보도 정리를 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같은 생각을 하고 또 실천에까지 옮긴 사람이 역시나 있었다. ^^ 고려의 도방이 이 소위 깡패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는데, 일제 강점기부터 해방 정국까지는 비교적 아는 이름들이 눈에 띄어서 술술 가볍게 훑어가는 모드로~ 수차례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진 덕분에(+ 유명한 손자를 두기도 했고) 대다수에게 알려진 김두한부터 시작해서 시라소니, 정치깡패의 대명사 이정재며 임화수 등등~ 그리고 70-80년대 이후에 등장하는 이름과 사건들은 어릴 때 읽었던 신문이나 뉴스에 등장했던 인물들이라 동시대를 살았다는 그런 묘~한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내 총기가 절정에 달해 있었고 또 신문을 가장 열심히 봤던 시기가 80년대라 여기에 이니셜로 표시된 인물 (지금 손을 씻었거나 등의 인물은 실명을 노출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했다고 함. 별반 납득이 가지 않는 것도 있으나 이건 저자의 기준이니 왈가왈부하지 않겠음.)들의 상당수는 신문 기사에서 봤던 기억들이 난다. 특히 조양은은 바로 옆에서 구경했던 -당시에는 구경이 아니라 빠져나갈 기회만 노리고 있었지만. ㅎㅎ;- 일면식의 경험이 있어서 묘~한 친근감까지. ㅋㅋ 당시에 통제되어 일반에게 드러나지 않았던 뒷 얘기들도 재미가 있다. 지금이야 딴나라 깃발을 흔들면서 온갖 똥물을 다 튀기고 다니지만 그래도 홍준표라는 인물이 -안모씨와 달리- 그래도 한 때는 정의로웠다는 기록을 보면서 더 씁쓸. 역시 좋은 인간은 나빠지기 전에 죽어야만 가능한 걸까? 21세기 조폭으로 들어와서는 정말 친근감(?) 넘치는 인물들이 줄줄이 드러난다. 그 벤처 열풍 때 등장했던 정현준이며 이용호, 여운환 등등의 인물들과 연계된 조폭들의 모습. 조폭들이 전통적인 물장사와 밤장사에서 벗어나 기업인수 같은 쪽으로 본격적으로 진출한 일단의 단초를 보여주는 내용들이다. 물론 여기에 등장한 것은 실패한 양성화이고 이니셜로 남았거나 이니셜로조차 남지 않은 수많은 성공한 조폭들도 분명 있겠지. 저자의 말마따나 1970년대 뒷골목을 주름잡던 인물들이 30년 뒤에 권력형 게이트의 중심 인물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는 건 그 사회의 일원으로 결코 유쾌한 경험은 아니다. 2003년에 쓴 저자의 이 책 한귀절을 옮겨와 보겠다. 황태자로 꼽히는 실세 정치인, 안기부 고위 간부 출신의 장관급 인사, 검찰의 최고위급 간부들, 경찰, 정보기관, 국세청 고위 간부들, 김태촌(이름은 이제 아무나로 바꿔 넣어도 된다)씨와 같은 거물급 주먹 등등. 불과 10년 전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주먹 사건의 범위와 실체는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달라졌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한 일반 국민이자 기타 여러분인 나의 대답은 NEVER! 더불어 내가 저자에게 묻고 싶다. 이 책이 나온 건 2003년에는 지금과 다른 시절이라 위에 등장한 조폭과 대통령 아들이 연관된 흔적도 있다는 등등의 얘기를 이렇게 떡~하니 써놓고도 무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대통령 아들이 아니라 사돈의 팔촌이라도 과연 가능할까? 그리고 1950년대를 그린 드라마나 역사책에나 등장하던 백색 테러가 21세기 백주대로에서 다시 부활했다는 사실은 유쾌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참담하다.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 2년 반 사이에 50년에서 60년을 퇴행시켰다. 이제 남은 2년 반 동안 한일합방으로 돌려놓지만 않으면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들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