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의 역사 책세상총서 15
앵거스 맥래런 지음, 정기도 옮김 / 책세상 / 1998년 4월
평점 :
절판


피임이라는 것이 그나마 몇몇 국가에서나마 여성의 정당한 권리로 인정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하지만 지구 전체를 놓고 볼 때 그 정당한 권리를 알고 주장하고 또 실천하고 있는 비율은 또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피임만큼 역사적으로 수많은 투쟁과 상처를 받은 사회이슈도 드물지만 이것은 작가의 말처럼 가족과 인간 개개인의 문제였기 때문에 변화가 더 느린 것 같다. 특히 오랫동안 지배 계층인 남성과 피지배계층인 여성(상류건 하류건 모든 계급에서 이 지배구조는 공통적으로 일어난다)이란 구조 때문에 여성의 생식력 조절은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로 여겨져 많은 핍박을 받았다.

여기선 그 생식 조절에 대한 여성의 다양한 시도를 시대별로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남성의 피임에 관한 내용도 등장하지만 그것은 쓸데없는 상속자를 양산하지 않기 위한 것과 병에 대한 공포를 피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 의미는 크게 없는듯 싶다. 서구 사회에서 살았던 여성들이 갖가지 이유(불륜을 감추거나 출산을 회피하는 등)로 원하지 않는 임신을 피하기 위한 시도는 뒤로 갈수록 페미니즘의 역사와 궤적을 같이하는 인상도 준다. 피임이라는 이 단순하다면 단순할 수 있는 권리를 얻기 위해 감옥에 가고 핍박받았던 선각자(?)들의 노력과 시도를 볼 수 있고 인간의 무지가 주는 우스꽝스런 희극의 장면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서구에서 저술된 역사서가 늘 그렇듯 여기도 철저하게 서구 문화권의 전통과 역사를 피임이라는 틀 안에서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제3 세계의 피임에 대한 호기심은 충족될 수 없다. 아쉽긴 하지만 그 부분은 우리를 비롯한 제3세계 학자들의 몫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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