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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유전자가 살아남는다
티머시 테일러 지음, 김용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1998년 4월
평점 :
절판
르뽀나 추적 프로에서 몇번이나 재탕을 하지만 할때마다 시청율이 높게 나오는 주제가 매춘이나 성관련 주제들이다. 그 높은 관심은 책에 있어서도 변함이 없는듯 싶다. 야한 제목이 이 책을 고르게 한 상당 부분을 차지하긴 하지만 원제목을 보니 우리나라 출판업자들의 독창성(?)에 찬탄을 금치 못하겠다. 원제는 the prehistory of sex: foue million years of human sexual culture. 아무리 책을 많이 팔려는 마케팅의 일환이긴 하지만 좀 연관성이 있는 제목을 찾아내줬으면 좋으련만.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서 보면... 요즘 인문학 쪽이 많이들 그렇듯이 분야가 모호하게 느껴질 정도로 다방면에 다리를 걸치고 있는 내용의 저술이다. 저자인 티모시 테일러란 사람이 고고학자라니까 틀림없이 고고학 서적이긴 한데 흔히 만나는 고고학 얘기와는 아주 다른 느낌. 오히려 고고학보다는 사회학이나 문화사학쪽에 가까운 내용이 아닌가 생각했다.
이 책은 유골과 유적들을 통해 (확실히 이 부분은 고고학에 발을 담고 있다) 인류의 다양한 성문화와 그 진화와 발전을 그려 보이고 있다. 변태적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섹스 문화와 습관 등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고도로 발달된 안정된 문명사회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초창기부터 있었다는 요지의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저자는 엄청나게 비판을 받은 모양이지만 내게는 수긍이 간다.
섹스란 것을 사회학이나 심리학, 혹은 역사학 측면에서만 만나다가 인류학적이고 고고학적인 입장에서 보는 것도 신기했다고 할 수 있고. 그가 보여주는 다양한 예와 유물들을 통해 펼치는 이론은 (내 식견이 짧은 탓일 수 있겠지만) 신선하고 새로웠다.
무엇보다 인상이 남았던 것은 인류의 진화에 대한 다양한 이론들 가운데 가장 천대받고 확률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는 용불용설을 이 작가가 아주 강한 확신을 갖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고학자와 생물학자들은 진화의 고리가 많이 끊겨있다는 유화적인 표현을 하지만 사실 우리가 갖고 있는 그 끈은 엮어진 부분보다는 끊어지고 사라진 부분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누구의 이론이 옳은지 판단은 유보해야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