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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 신들의 열매
소피 도브잔스키 코 외 지음, 서성철 옮김 / 지호 / 2000년 6월
평점 :
품절
초콜릿과 설탕이 결합된 순간부터 이 세상에는 수많은 초콜릿 중독자들이 양산되었을 것이다. 마약이나 니코틴, 알콜처럼 그 폐해가 심각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숫자는 잡히지 않지만 일단 초콜릿을 맛보고 그 맛에 빠져들지 않는 사람은 극히 예외에 속한다.
나 역시 초콜릿을 좋아하고 거의 중독자에 속한다. 치과 의사가 아무리 강경하게 이 초콜릿의 해악을 (초콜릿 자체보다 그 속에 든 설탕의 탓이겠지만) 외친다 해도, 그리고 어떤 대가를 치른다해도 난 이 초콜릿과 헤어질 수 없다. 이것은 아마도 전 세계에 수많은 초콜릿 애호가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초콜릿에 대한 책이 나왔다고 했을 때 가벼운 읽을거리를 예상하고 망설임없이 선택했다. 하지만 입안에 살살 녹는 가볍고 달콤한 내용만은 아니란 것을 금방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맛은 뭐랄까... 설탕이 가미되지 않은 초콜릿의 그 씁쓸함과 같다고 할까...?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의 원산지가 남미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스페인의 침략을 통해 이 카카오가 유럽으로 건너갔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피상적인 사실 속으로 깊이 파고 들어갔을 때 얼마나 많은 남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초콜릿을 위해(또 초콜릿과 금으로 대표되는 부를 위해) 희생되었을까를 이 책을 통해 생각하게 된다.
그 달콤하기만 한 초콜릿이 남아메리카에서 어떤 의미를 가졌었고 또 유럽에서 어떻게 적응했는지를 보여주는 역사는 설탕을 넣지 않은 초콜릿처럼 쓰다. 하지만 이런 달콤함과 씁쓸함을 함께 만나볼 수 있는 비교적 객관적인 내용은 초콜릿 역사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초콜릿의 맛만을 생각했는데 이제는 원료에 대한 통찰력까지 생기고 말았다. 덕분에 초콜릿에 소비되는 돈의 비중이 더 높아질듯. 이런 것을 두고 아는게 병이라고 하는건가...?